It is not that I am mad, it is only that my head is different from yours.
내가 미쳤다는 게 아니라, 다만 내 두뇌가 그대들의 두뇌와는 다르다는 것일 뿐.
먹을 땐 먹고 잘 땐 자는 말티즈(Maltese) 강아지. 하릴없이 먹고 자는 어엿한 견공(犬公). 지금 책상 옆에 드러누워 늘어지게 낮잠을 즐기는 녀석을 보니 '견유학파'(犬儒學派) 생각이 드네요.
구름잡는 소리로 겉뇌를 자극하는 얄팍한 철학이 아니라, 거침없이 세상을 비웃으며 감히 '개처럼 사는' 개똥철학이 바로 '견유학파'(犬儒學派)! 한자로 풀면 '개 선비' 학파? '개 견' 플러스 '선비 유'를 학파라 칭하니 바로 '개같은 선비들 학파'가 되질 않는가. 머리 굴리며 글줄 써내려가는 인간 바로 곁에서 그저 늘어지게 자고 있는 말티즈 견유(犬儒)?
남 얘기가 아닙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 그가 바로 견유(犬儒) 중 진짜 견유, '개 선비 중 진짜 개 선비'로서 한껏 키니코스 학파(견유학파)를 세간에 유명하게 만든 장본인! 그저 '개같이' 살 뿐으로 역사상 저명한 철인 반열에 든 디오게네스. 그저 늘 개처럼 살며 그는 말합니다. 내가 뭐 딱히 미친 게 아니지. 다만 그대들의 두뇌론 이해가 되지 않을 뿐!
It is not that I am mad, it is only that my head is different from yours.
내가 미쳤다는 게 아니라, 다만 내 두뇌가 그대들의 두뇌와는 다르다는 것일 뿐.
"If I were not Alexander, then I should wish to be Diogenes." "알렉산더가 아녔다면, 디오게네스였길 바라겠네." 다름아닌 알렉산더 대왕의 탄식! 세상의 돈과 명예에 철저히 무관심했던 '개 선비' 디오게네스. 그에게 일부러 찾아온 황제 왈: “뭔가 해 드릴 게 없겠소?” 나무통 속에 드러누운 디오게네스 가라사대: "Yes, stand out of my sunlight." 있소, 내 햇빛 가리지 말고 비켜 서시오.
벌거 벗고 니무 통 속에 살며 그저 '개처럼' 스스로 자족하는 청빈의 삶을 누렸던 디오게네스. 좋은 말로 '견유학파'(犬儒學派)지, 그 실상은 세상 사람들이 참고 보아 줄 만한 경계를 훨씬 넘었다는데 … 거지로 살며 개처럼 떠돌고, 주는 대로 먹고 마시며 여기저기 배설 해대고, 심지어 시장 바닥 한 가운데에서 남들 다 보는데 마스터베이션[masturbation]도 서슴치 않던 그런 광인을, 알렉산더 대왕도 존경했더라?
깨친 고승들의 천방지축 무애행(無碍行)이란 것도 정작 디오게네스의 광기(狂氣)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 '키니코스 학파'니 '견유학파'니 말은 그럴 듯 해도, 하는 짓이나 행동거지를 보면 그야말로 개보다 못한 ‘개 선비’ 개똥철학꾼들의 모임? 그럼에도 '뼈대있는 철학'으로 떡 하니 자리매김 한 까닭은? 장삼이사의 두뇌로는 감(感)잡기 어려운 은밀한 덕(德) 때문!
It is not that I am mad, it is only that my head is different from yours.
내가 미쳤다는 게 아니라, 다만 내 두뇌가 그대들의 두뇌와는 다르다는 것일 뿐.
흔히 "씨~니씨즘"[cynicism]하면, 그저 냉소주의 정도로 이해하지만, 실상 그 비꼬는 '냉소'(冷笑)의 근저에 도사린 견유(犬儒)주의는 바로 '개 선비'들의 철저한 무착(無着) 정신. 그 어느 것에도 결코 집착하지 않는다는 올곧음. 그리고, 언제 어느 상황에서도 결코 구부러지지 않는다는 옹고집.
가볍게 코를 골며 옆에서 곤하게 자는 말티즈 견공을 바라보며 견유학파(犬儒學派)의 정신을 곱씹어 봅니다. 맞아, '키니코스'란 말 자체가 ‘개와 같은 생활(kynicos bios)’이란 뜻에서 유래했다지. 하긴, 개처럼 사는 게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매사에 '남세스러워'하는 게 세상살이. 아무나 견유(犬儒)로 살 순 없는 법! 적어도 우리집 말티즈 견공 정도라야 견유(犬儒)로 사는 법. 어찌 사람의 뇌로 이해할 수 있으랴.
Ch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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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화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영어서원 백운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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