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하면 침을 떼놓을 수 없다. 우리 주변에서도 누가 어디 다치거나 삐면, 한의원에 가서 침 맞아봐 하면서 침침침 얘기를 하는 것을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더군다나, 요즘은 대체의학, 자연의학, 웰빙 하면서 한의학, 특히 침에 대한 관심이 많다.
우리가 침을 맞기 전에는 알아두면 좋은 상식들이 있다. 또한 침이라고 다 같은 침이 아니고 종류도 많고, 침을 놓는 방법이 다양함도 일반 대중이 알 필요가 있다. 나의 몸에 맞기만 하면 되는 침이 아니라, 알 맞는 침을 맞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아셔야 할 것들이 있고, 거기에 대해 이번 칼럼에서 말하려 한다.
한의학의 고전이나 동의보감을 보면 침에는 아홉 가지 종류, 즉 구침이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각각의 침에 알맞은 쓰임새가 있기 때문입니다. 열이 머리와 몸에 있을 때 쓰는 참침, 근육에 기가 가득할 때는 원침, 맥기가 허하면 시침, 열을 내리고 출혈시키며 만성병을 뽑아내는 봉침, 덩어리를 깨고 피고름을 내보내는 피침, 음양을 조절하고 갑작스런 저림을 없애는 원리침, 경락의 통증과 저림을 치료하는 호침, 저림과 통증이 관절과 허리 관절 깊은 곳에 있을 때 쓰는 장침, 허한 기운의 풍이 관절과 피부에 있을 때 쓰는 대침, 이렇게 아홉가지가 있다. 요즈음 한의사들이 쓰는 침은 주로 호침 또는 장침에 해당될 것이다.
사계절에 따라 침법도 조금씩 다르게 놔야 함을 한의학에서는 강조하는데, 봄과 여름에는 침을 얕게 넣고, 가을과 겨울에는 침을 깊게 놓으라고 한다. 이것은 봄과 여름에는 양기가 위쪽에 있어서 사람의 기운도 위로 뜨니 얕게 자침해야 한다는 뜻이고, 가을과 겨울에는 양기가 아래쪽에 있어서 사람의 기운도 아래로 가니 깊게 자침해야 한다는 뜻이다. 침을 놓는 깊이는 매우 중요한데, 동의보감에서는, 자침의 깊이를 한의사가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면 병을 고치지는 못하고, 도리어 대적이 되어 안으로 오장이 흔들리고 나중에 큰 병이 생긴다고 하였다.
침을 놓을 때는 취혈법, 즉, 경혈 자리를 잡을 때의 자세와 경혈 자리를 찾는 테크닉도 매우 중요하다. 흔히들 한의사들 사이에서는 경혈 자리, 즉 침을 놓는 자리를 과녁으로 표현한다. 경험이 많은 한의사는 과녁의 중앙, 즉 10점짜리에 자주 놓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크고 매번 일정할 것이고, 임상 경험이 짧은 한의사나 갓 졸업한 새내기 한의사는 과녁의 바깥, 즉 1-2점짜리에 자주 놓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작고 들쭉날쭉하다. 맞는 침도 아플 것이구요. 연습을 많이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듯이, 방도가 없다. 그저 무수히 많은 환자들에게 침을 놓으며 자기만의 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매년 1-3월은 대학병원 내원을 가급적 삼가하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는 이때 보통 갓 졸업한 새내기 의사/한의사들이 병원에 인턴으로 근무하기 시작하는 때이므로, 이때 맞는 침이나 시술은 특히 아플 수가 있다. 필자도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수료한 한 사람으로서, 인턴 때 저의 침을 맞는 환자들이 특히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경험한 바 있다. 임상경험이 약이다. 이제 임상 15년차로서 저만의 경험과 테크닉이 생겨 침법에는 자신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취혈, 즉 침을 놓는 혈자리를 잘 찾기 위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은 노소가 있고, 키에는 장단이 있고, 살에는 살찜과 마름이 있다. 반드시 정확하게 헤아려 기준을 잡아 혈자리를 정해야 한다. 그리고 기육의 무늬, 관절이나 살에 있는 선, 움푹한 곳, 혹은 손으로 눌러보면 환자가 시원하다고 하는 곳은 마음으로 자세히 살피는 사람이라야 정확하게 혈을 찾을 수 있다.”
침을 놓음에 있어 금기사항도 중요하다. 성교 전후, 음주 전후, 화가 난 상태의 전후, 과로한 뒤 전후, 포식한 뒤 전후, 배고프거나 목마를 때 전후, 크게 놀라거나 두려워한 전후, 허겁지겁 운동을 한 전후 등이다. 이것은 침을 놓는 한의사나 치료받는 환자 둘 다에게 적용된다. 침의 효과가 없음은 물론, 훈침이라는, 침의 부작용으로 실신, 기절, 어지러움, 메스꺼움 등이 생길 수도 있으니 주의를 하셔야겠다.
문의 (703)907-9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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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식 <경희바울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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