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이념에 경제논리 휘둘리고, 정부가 과도한 시장·사회 통제
▶ GDP 성장률 급격히 무너뜨려, 한국도 스스로 화 불러선 안돼
한동훈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중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는 경고가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어 중국이 최대 수출시장인 한국 경제에 적색경보가 켜졌다.
지난 2015년 6.9%로 7%가 무너진 중국 경제성장률은 2016년 6.7%로 떨어지고 2017년에는 6.8%로 반등했다가 6.6%로 다시 고꾸라졌다. 필자는 2016년 중국 경제가 V자 반등은 못하고 우측으로 미끄러지는 L자로 연평균 0.2% 추세로 하락할 것이라고 한 일간지 칼럼에서 예측했는데 비슷하게 되고 있다.
지난해를 분기별로 보면 6.8%, 6.7%, 6.5%, 6.4%로 일직선으로 추락해왔고 이런 추세는 지속돼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6.2%로 예측하고 있으며 심지어 2%대 전망도 있다. 어떤 중국 학자가 정부 내부자료를 근거로 지난 성장률이 2% 미만, 심지어 마이너스였다고 주장하기도 한 것을 보면 분위기가 정말 심상치 않아 보인다.
성장률 하락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투자인데 투자의 국내총생산(GDP) 증가 기여도는 2016년 43.1%, 2017년 33.8%, 2018년에는 분기별로 31.3%, 31.5%, 32.8%를 기록하다가 4·4분기에는 급기야 20.4%로 급전직하했다. 특히 국유기업 투자증가율은 마이너스다.
그나마 선방하던 수출도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지난해 4·4분기 격감해 올해 상황이 쉽지 않을 것을 예고하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톈진시, 네이멍구자치구, 랴오닝성, 지린성, 간쑤성 등 정부와 국유기업이 경제를 주도하는 지역은 3~5%대의 두드러지게 낮은 성장률을 보인다.
추가 개혁개방을 통한 성장 여지가 많은 중국 경제의 조로 원인은 무엇일까. 인구증가세 감소, 생산가능인구 감소, 노령화 등 인구보너스의 종료라는 자연적 인구요인, 지방정부의 부채의존성 투자 억제를 통한 디레버리징(deleveraging)과 구조조정 등 정책요인 외에 이념적·정치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내리막길에 접어든 경제가 좌파노선의 타격을 받고 있던 차에 미중 무역전쟁이 결정적인 한방을 먹인 것이다. 정부의 좌파적 사회경제 운영은 경제에 어려움을 가중시켜 왔다.
첫째, 민간경제 억압이다. 사회주의성 강화를 위한 국유기업 편중지원은 국진민퇴(國進民退) 현상을 강화시키고 있다. 일부 관변학자들은 사영경제가 역사적 사명을 다 했다는 아부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자금난을 겪다가 국유기업에 회사를 매각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스러워하는 사영기업 소유자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일부 학자들은 최근의 어려움이 국유기업 중심의 착취시스템의 한계라고 주장한다. 정부 주도로 건설하던 톈진 빈하이신구의 몰락과 톈진시 경제의 급격한 위축, 국유경제가 주도하는 동북지방이 오히려 가장 쇠퇴하는 현상은 정부가 보호하려던 대상을 오히려 해치게 된다는 역설을 입증한다.
둘째, 당의 영도가 강화되고 일상사무를 책임지는 국무원의 위상이 급격히 추락했다. 정부에 대한 당의 우위가 원칙이지만 경제는 다소 우파 성향을 가지는 총리가 책임지는 분권구조가 현 정부 들어 깨졌고 그 결과 경제가 경제논리가 아닌 이념에 의해 좌우되는 구태가 재연되고 있다.
셋째, 권위주의 정부의 사회통제 강화다. 은행계좌 개설, 인터넷 개통 등 사소한 일에서부터 시작해 기업의 경제활동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수단을 활용한 사회통제가 강화돼 숨 막히는 지경에 이르렀다.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금융, 정보기술(IT), 공유경제 등 신산업 분야에서 혁신을 이루고 있지만 큰 그림으로 보면 경제에 대한 정부의 반시장적 개입과 규제가 강화돼 왔다. 길거리를 활보하던 외국인들의 모습이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경제는 자유를 먹고 자란다는 금언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이런 중국의 모습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 정부 들어 급격히 몰락하고 있는 우리 경제의 모습은 중국 사례와 놀랍게 닮아 있다. 한계에 도달한 전통제조업, 시대역행적 좌파정부, 국가의 반시장적 개입과 반기업 정서, 전문가를 제치고 왜곡된 이념을 가진 집단이 주도하는 국정, 세계경제 환경 악화가 한꺼번에 몰아쳐 오는 상황 등등, 한국이 어떻게 가고 있는지를 알고 싶으면 중국을 들여다보기 바란다. 거기에 답이 있다. 어려움의 대부분은 우리가 자초한 화(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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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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