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장소에 전시된 크리스마스 장식물에 대한 종교성 비난 논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인 89% “종교에 상관없이 크리스마스 기념”
“예수와 연관 ”65%…4년전 79%에서 크게 줄어
“해피 할러데이스 표현 불쾌하다” 32% 불과
예수 탄생을 기념하는 ‘크리스마스’가 다음 주로 다가왔다. 크리스마스 캐럴인 ‘고요한 밤(Silent Night)’이 오스트리아에서 첫 선을 보인지 20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기도 하다. 크리스마스는 기독교인들만이 누리는 축제가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모두 함께 기리는 연중 최대 명절이 된지도 이미 오래다. 심지어 한국의 대한불교조계종은 19일 조계사 앞에 성탄 트리를 밝히고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특정 종교의 절기란 경계가 무너지면서 ‘크리스마스’를 바라보는 시각도 갈수록 달라지고 있다. 때문에 매년 이맘때면 명칭 사용부터 공공장소마다 내걸린 크리스마스 장식까지 들먹이며 ‘지나치게 종교적이다’ 또는 ‘기독교에 대한 역차별이다’를 두고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대하는 미국인들의 태도는 어떻게 변하고 있고 법률적 기준은 어떠한지 알아본다.
■예수와 연관성 인식 감소
테네시주 내쉬빌에 본부를 둔 ‘라이프 웨이 리서치’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크리스마스의 초점을 탄생 주인공인 예수 그리스도에게 더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은 65%였다. 이는 4년 전인 2014년의 79%보다 크게 낮아진 수치다.
조사는 올해 9월21~23일 1,004명의 미국인을 무작위로 선정해 전화로 실시한 것으로 크리스마스를 예수 그리스도와 연관시키려는 미국인의 인식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예수에게 초점을 맞출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4년 전의 18%와 크게 다르지 않은 19%였던 반면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3%에서 16%로 5배 이상 늘어난 것도 주목된다.
이 같은 응답률의 차이는 비기독교인들의 인식 변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014년에는 타종교자의 63%, 무종교자의 46%가 크리스마스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리는 날로 인정한 반면 이번 조사에서는 같은 응답이 각각 35%와 28%로 절반가량 줄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독교인들 가운데에도 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늘고 있다. 2014년에는 기독교인의 92%가 크리스마스와 예수 그리스도의 연관성에 동의한 반면 올해 조사에서는 81%로 줄었다.
■‘메리 크리스마스’도 불쾌
같은 조사에서 ‘메리 크리스마스’란 인사 대신 ‘해피 할러데이스(Happy Holidays)’란 표현에 불쾌감을 느낀다는 미국인은 고작 32%에 불과했다. 58%는 전혀 문제없다는 입장이고 10%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크리스마스 대신 ‘X-마스(X-Mas)’란 표현에도 33%만이 불쾌감을 드러냈다. 심지어 기독교인 중에서도 ‘해피 할러데이스’란 표현 사용을 원치 않는 비율은 생각보다 낮은 40%에 머물렀고 복음주의 기독교인들 중에도 65%에 그쳤다.
정당별 선호도 역시 뚜렷이 나뉘고 있다. 여론조사기구인 퓨 리서치 조사에서는 공화당 지지자의 63%가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를 선호한 반면 민주당 지지자는 28%로 크게 낮았다. 반대로 ‘해피 할러데이스’에 대한 선호도는 공화당이 5%로 지극히 낮았지만 민주당은 17%로 3배 이상 높았다.
비영리 종교연구기구인 PRRI가 실시한 같은 질문의 조사에서도 공화당은 67%가 ‘메리 크리스마스’를 고집했고 민주당은 66%가 ‘해피 할러데이스’를 원했다. 무소속은 44%가 ‘해피 할러데이스’를, 48%는 ‘메리 크리스마스’란 표현을 지지해 비등했다. 명칭과 관련해 한국의 한세대 외래교수인 이상윤 목사는 라틴어 합성어에서 유래한 ‘크리스마스’는 로마 가톨릭이 ‘그리스도(Christ)’와 예배를 의미하는 ‘마스(Mas)’를 합쳐 사용한 것이어서 본디 ‘성탄 기념예배’를 의미하는 만큼 ‘크리스마스’보다는 ‘성탄절’이란 표현이 옳다고 설명했다.
PRRI의 최근 조사에서는 종교에 상관없이 미국인의 89%가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리스마스가 현대인들의 삶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연중 최대 절기라는데 대해 굳이 반론을 제기하지 않을만한 수치다.
■기독교는 복음 전파 기회로
크리스마스를 둘러싼 세상의 온갖 도전과 씨름해 오면서도 기독교는 이날을 여전히 복음 전파의 새로운 기회로 삼으려고 노력 중이다. 크리스천 포스트는 최근 크리스마스 이브 예배를 겨냥한 교회와 성당 등 기독교의 새로운 추세를 다음의 9가지로 요약했다.
첫째는 중요도 상승이다. 비신자들이 1년 중 교회를 가장 많이 찾는 날이 바로 크리스마스 이브이기에 새로운 신자를 확보하려는 보다 전략적인 서비스 마련에 적극 힘쓰는 모습이라는 것.
둘째는 성도들의 특성을 감안해 예배시간을 3가지로 구분해 드린다.
셋째로 예배는 찬송가와 크리스마스 캐럴을 적절히 섞어 부르면서도 전통적인 방식을 취한다.
넷째로 예배시간은 길지 않게 30~45분 안에 끝내고 다섯째로 설교는 10~15분 안에 간결하게 마무리 하고 있다.
여섯째로 기독교인이나 비신자 모두 선호하는 대강절 촛불 점등 순서를 마련한다는 점이다.
일곱째는 비기독교인의 참석 증가다.
여덟째는 예배에 참석한 비신자들의 연락처를 확보한 후 후속 연락을 적극적으로 취하고 있는 것이고 아홉째로 비신자에게 복음을 전하기 가장 좋은 날인만큼 교회나 성당에서는 모든 목회자들을 총동원하고 있다.
기독교 입장에서는 비기독교인들의 세상 문화 속으로 이미 깊숙이 들어간 크리스마스가 점차 확산되는 것을 문화적 접근을 통한 복음 전파의 좋은 기회로 여기고 있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학교나 직장에서 트리장식, 차별에 해당안돼
■ 문답으로 알아보는 크리스마스 관련 법률 상식
크리스마스를 종교적 절기로 또는 일반 공휴일로 다뤄야 할지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면서 그간 미국에서는 소송도 수없이 많았다. 이를 토대로 다양한 민권 보호 활동을 펼치는 태평양 정의 기구(PJI)가 펴낸 크리스마스 관련 법률 상식 중에서 몇 가지 주요 내용을 정리해본다.
▲학교 행사에서 크리스마스 관련 노래를 부르는 것은 헌법적인가? -그렇다. 법원도 성가를 부르는 것은 서양문화에서 피할 수 없는 부분으로 인정하고 있다. 교실이나 학교에서 다양한 문화와 신념에 대한 교육적 차원에서 종교적 요소가 담긴 노래를 불러도 상관없다.
▲학교나 교실 및 정부기관의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은 합법인가? -그렇다. 연방대법원 사례(린치 vs 도넬리)에서도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은 그리스도 성탄화나 상징물과는 다르게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세속적인 상징의 하나로 간주하고 있다.
▲급우들에게 종교적인 선물이나 초대장을 줄 수 있나? -그렇다. 기독교적 메시지가 담겼더라도 학생이 지닌 표현의 권리로 인정하는 판례가 대다수다. 종교 클럽을 결성한 고교생들이 성탄 막대 사탕에 크리스마스 메시지를 적어 급우들에게 수업시간에 나눠준 일로 정학 처분을 받고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교회 행사에 친구들을 초청하며 ‘예수 연필’과 성탄 사탕을 나눠줬다가 저지당한 후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종교적 신념을 피력할 기회를 박탈당한 학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이 직장내 차별이나 위협에 해당되나? -절대 그렇지 않다. 기독교인이 아니거나 특정 타종교를 지닌 직원들이 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할 수 없다.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이 종교적인 것으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이다. 연방고용평등기회위원회(EEOC)는 명백한 관련 규정을 제시하고 있으며 공공기관이나 민간업체 모두에 적용된다.
다만 노사 관계의 긍정적인 발전과 건강한 직장 환경을 위해서는 다양성을 중시하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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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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