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탈원전 철회로 돌아서고, 여론도 원전 확대·유지 압도적
▶ 국가경제·대의 위해 정책 전환을
한국의 원전기술이 선진국과 비교해 우수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고 특히 안전성은 설계 특성을 강화해 원자로 냉각 시스템이 어떠한 경우에도 작동할 수 있게 보완됐다.
미국의 인허가기관인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한국의 제3세대 기술인 APR1400모델에 대해 미국에 건설할 수 있는 설계인증을 발급한 것이 단적인 예다.
한국 외의 어떤 국가도 인증받지 못했다.
최근 뉴스에서는 세계의 어떤 전력회사보다 우수한 실적을 자랑하던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이 무디스의 평가에서 신용도가 한 단계 하락한 것으로 발표됐다. 지난 2016년까지 줄곧 원전가동률이 90%를 상회했는데 현 정부의 탈원전정책으로 65~70%로 하향 운영된 것이 원인의 하나라고 한다. 한국 원전이 가장 자랑하던 것이 고장 정지율로 1990년대 이후 줄곧 1기당 1건 미만이었다.
세계 평균은 5.5건이었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규제 리스크가 증가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됐다. 한수원은 올해 평균 원전 가동률이 대폭 낮아져 전력 판매 수익이 대폭 줄었고 이는 한전의 원가구조도 취약하게 만들어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됐다고 한다.
한전과 한수원의 1·4~3·4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88%와 46% 감소한 결과를 초래했다. 정부가 앞장서 원전 수출을 추진하는 것으로 발표하고 있지만 이러한 부정적인 결과로 수입대상국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까.
며칠 전 원전 수출과 관련해 영국 원전 3기의 150억파운드(약 21조원) 수출에 대한 실낱같은 기대를 저버리게 했다. 일본 도시바가 영국의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을 위해 자회사 ‘뉴젠’을 설립한 바 있는데 뉴젠의 지분 100% 인수에 한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도시바는 한전의 협상우선권도 실격시켰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동안의 투자에 연연하지 않고 뉴젠을 청산하는 법적 작업에 들어갔으니 한전의 영국 원전 수출 건은 일단락된 셈이 됐고 아쉬움만 남게 됐다.
또 다른 소식은 한국원자력학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한 내용이다. 국민 10명 중 약 7명이 원전의 비중을 늘리거나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원전 확장 및 유지가 축소의 28.5%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한마디로 현재의 탈원전정책에 반대하는 국민이 절대적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여러 정황을 보면서 점점 탈원전정책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현 정부가 탈원전정책을 견지할 때 대표적인 탈원전 국가 모델은 독일과 대만이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제일 먼저 탈원전정책을 결정한 국가는 독일이었다. 당시 독일은 기민당이 녹색당과 연정을 하고 있어 정치적으로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로부터 원전을 폐기하면서 태양광발전 50GW, 풍력발전 55GW(대략 원전 105기에 해당하는 용량)를 건설해왔다. 유럽에서 가장 저렴했던 전기료가 원전 폐기 전과 대비해 2배 이상 상승했다. 그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이 유럽에서 가장 많은 국가로 전락했다.
물론 탈원전 이전에는 유럽에서 가장 적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던 국가였다. 우연히도 대만은 한국과 비슷하게 선거공약으로 나온 것이 탈원전이었다. 그러나 지난여름 전기가 모자라 정전이 여러 번 발생해 세워놓은 원전을 재가동하는 해프닝이 벌어졌고 급기야는 11월24일에 부쳐진 국민투표에서 공약이었지만 없던 일로 원상 복귀됐다. 전기사업법 91조 1항, 즉 ‘오는 2025년까지 모든 가동운전을 완전 중단시킨다’는 내용에 대한 국민투표 결과 현재의 법의 폐지 찬성이 530만표, 폐지 반대가 360만표로 탈원전정책을 없던 것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탈원전기조는 전문가의 참여 없이, 국회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 정책으로 입안된 감이 적지 않다.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중국은 원자력을 에너지의 가장 중심에 두는 소위 ‘원자력굴기’를 추진하는 국가다.
2030년까지 130여기의 원전을 중국에 건설할 계획이며 파키스탄·루마니아·아르헨티나 등에 원전을 수출했고 국가 주도로 수출협상 국가도 영국 등 10개국이 넘는다.
최근 한국 지방자치단체이기는 하지만 경상북도의회가 탈원전정책의 반대 결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의 역할과 권한이 폭넓게 진행되는 중요한 시점에서 중앙정부는 현지, 특히 원전 수용률이 50%를 넘는 이 지자체의 목소리에 귀를 열어야 할 것이다.
결국 국제 동향, 국가 경제, 원전 사업 인프라 사장, 원전 수출, 탈원전 반대의 국민 의향 증대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을 고려하고 국가 대의를 위해 이제 탈원전정책을 용기 있게 거둬들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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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환 전 한전원자력연료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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