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또 가니 양대 사전이 선정한 “올해의 단어”를 안 찾아볼 수가 없다. Oxford Dictionary는 “Toxic” 을 Merriam Webster는 “Justice”를 올해의 단어로 각각 선정했다고 발표한다. Toxic 은 독소다. Justice는 정의 뭐 이런 뜻들이다. 또 딕셔너리닷컴은 ‘misinformation’을 선정했다. 오보라는 뜻이다. 세상을 반영하는 것 같다. 까짓것 우리도 재미있게 단어얘기나 해보자.
신문이나 잡지를 볼 때 가끔 막힐때가 있다. 그래도 요즘은 컴퓨터 덕분에 금방 금방 단어를 찾을 수가 있지만 그 옛날에는 민중서관 영한사전이 갈기갈기 찢어져 넝마가 될 때까지 뒷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단어를 찾고 외웠다.
신문이나 잡지는 오른쪽에 있는 커다란 모니터에서 본다. 그러다가 막히면 왼쪽에 있는 모니터에서는 막힌 단어를 찾는다. 이 화면에는 4개의 사전이 항상 열려있다. 네이버와 다음, 그리고 Merriam Webster 와 Oxford English. 이순서로 막힌 단어를 찾다보면 때로는 두서가 혼돈된다. 무얼 읽다가 이단어장에 왔는지 모를 만큼 찾아보는 단어에 매혹된다.
이렇게 단어를 찾아 외우고 또외우다보면 언젠가는 이단어가 나의 영원한 친구가 되기도 한다. 그 옛날 영어단어 외우는 게 그날의 일과 중 가장 중요했던 시절에 이웃집 여대생 누나가 한말이 기억난다. “이 누나 예쁘지? 아름다운 꽃, 그게 누나라 생각하고 Flower 하면 누나, 누나 하면 Flower. 단어는 이렇게 외우는 거야,” 그 말만은 맞는다. 일사후퇴당시 춥고 배고픈 배를 움켜쥘 때. Hunger 와 Cold 다. 서울거리를 거니는 미군들을 따라다니며 ‘기부미 껌. 기부미 쪼꼬렛또 하던 꼬마들. 이 단어들은 단 한방에 친구가 된다. 지금도 때로는 Flower를 보면 그누나가 생각난다. 과연 어떤 할머니로 변했을까...? 살아있기나 하는 건지...
“Last Name은요?”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한국여성에게 세관원이 묻는다. “아이엠.” 여성이 대답한다. “라스트 네임요.” 세관원이 재차 묻는다. “아이 엠.” 여성의 목청에 쇠가 박힌다. 드디어 하던 일을 멈춘 세관원의 언성도 높아진다. “당신의 라스트 네임이 무엇이냐고요?” “두 번이나 말하지 않았습니까? IM 이라고요.” 이여성이 종이에 스펠링을 하면서 코미디 촌극은 끝난다. 그 옛날 옛날 이야기다. 지금이라면 아마도 세관원 조롱죄 어쩌고 하면서 입국불허 어쩌고 할지도 모른다.
영어를 배우면서 그 영어를 쓰면서 겪었던 촌극하나를 써본거다. 이번에는 동부로 가보자. 외국유학생 몇 명을 크리스마스 때 자기 집으로 초대한다. 이 교수의 부인이 차린 음식이 어땠냐고 식사 후 학생들께 묻는다. 처음 먹어보는 칠면조, 처음 맛보는 로스트비프. 학생들이 맛있다고 환성이다.
그러나 한국학생 한명에게는 다른 아이디어가 있다. 좀 더 드라마틱하게 맛있다는 전달을 하고 싶었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다. “투멘 잇트, 쓰리멘 다이, 아이 돈 노우.” 어깨를 움칠하면서 두 손 바닥을 보이며 모션을한다. 동작은 좋았다. 그러나 그 메시지가 전달되었을 리가 없다. 한동안 이 총각 손짓발짓 합작으로 설명하느라 진땀 뺀다.
서부로 다시 온다. 구멍가게가 등장한다. 코너 스토어, Mom & Pop Store, Convenient Store. 뭐 이렇게 표현하면 될 것 같다. 그러나 무언가가 아쉽다. 좀 더 착달라붙는 그런 번역이 있을 법도 하다는 생각이든다. 한국의 구멍가게에는 낭만이 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가게를 지키는 주인들한테는 무슨 귀신 씨나락 까는 소리냐 하겠다만 한국의 구멍가게는 여기의 세븐일레븐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무언가가 있다.
우박사에 묻는다. 무슨 아이디아가 없느냐고... Hole-in-the-Wall 을 보란다.본다. 그런데, 와 이게 장난이 아니다. 영국의 어느 지방 이름이기도 하고 미국 와이오밍주 깡패소굴로도 표현된다. 캐나다의 무엇도 되고 브라질까지도 간다. 19세기 뉴욕에서는 조그마한 술집을 이렇게 부르기도 했단다. 이 나라 저 나라에서 만든 영화 이름도 되고 음악의 제목도 된다. 영국에서는 은행에 설치된 자동금전 인출기를 이렇게 부른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동네 구멍가게를 실제로 이렇게 부르기도 한단다.
“Sonologue.” 이건 우리의 ‘Word of the Year 2018’ 이다.
참고로 ‘Sonologue’는 내가 만들어 낸 단어로South, North, Dialogue 를 합친거다. 내가 Oxford 와 Merriam 에 이걸 보냈다. 남북 지도자와 트럼프 대통령까지 힘쓰는 이기회에 이런 단어가 탄생할수 있다는 희망사항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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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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