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월요일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는 관내 학교들이 제공하고 있는 외국어 교육 확대 방안들을 놓고 논의를 가졌다. 사실 교육위원회가 이 번 만큼 심도있게 이 사안에 대해 논의했던 적도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물론 그동안 더 시급하게 다루어야 할 다른 사안들이 많았음을 이유로 들지만, 그 만큼 외국어 교육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인정 받지 못해 온 것이 현실이다.
12명의 교육위원들 가운데 외국어 교육의 필요와 가치에 대해 강변하는 교육위원들은 많지 않다.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학생들에게 외국어 교육이 필수라는 외침은, 행동으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허언이다. 아마 세계 공통어인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며 평생을 살고 외국인과 대화 시 상대방이 당연히 영어로 해 주기를 기대하는 영어 중심적 사고를 지향한다면 그러한 자세가 당연할지 모른다.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는 2006년에 학생들의 학업성취 목표를 새로 설정하면서 처음으로 이중 언어 능력 배양을 정식으로 포함 시켰다. 물론 그 전에도 외국어 교육을 오래 해 왔지만 교육위원회 차원에서 중요 목표 중 하나로 정식 의결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었다.
당시 나는 교육위원으로서 논의에 참여했었는데 상당히 치열했던 공방을 기억한다. 교육위원들 중 가까스로 과반수 넘는 숫자만이 동조했다. 그러한 분위기가 이유였는지 몰라도 중요 교육 목표가 된 이후에도 그 부분은 그다지 크게 동력을 받지 못했다. 물론 그 사이에 한국어를 포함해 중국어, 아랍어, 베트남어 등 전통적 유럽국가 언어에 국한되지 않고 새로운 언어들이 교육과정에 도입된 것은 고무적인 발전이다.
외국어 교육의 중요성은 2014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학업 성취 목표들을 재점검할 때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이에 외국어 교육의 체계적인 확대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차일 피일 미루어져 왔다. 그러니 이번 주 월요일에서의 논의는 나에게는 아주 반가운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이 번 주 회의에서 교육위원회에 제시된 추천안은 아래와 같다. 고등학교의 경우, 현재 카운티 전체 여섯 군데의 아카데미에서 가르치는 외국어 교사 자리 확보를 위한 추가 재정 투입, 그리고 향후 3년에 걸쳐 각 아카데미에서 제공하는 외국어를 세 개씩 증가하자고 한다. 또한 온라인 수업으로 제공되는 외국어 숫자도 4개 언어가 추가된다. 중학교의 경우에는 다섯 지역(region)으로 나뉘어져 있는 카운티 전체에서, 각 지역에 적어도 한 학교는 7학년 학생들도 고등학교 학점을 받을 수 있는 Level 1 과목을 실험적으로 개설해 보자는 안도 제시되었다. 마지막으로 초등학교에는 내년에 외국어 심화교육 수업을 해당 학교 학생들에게만 제한되는 프로그램 형태로 세 학교에 신설하고, 그 다음 해에 카운티 전체에서 추첨으로 배정 받을 수 있는 학교를 두개 증설하자는 안도 포함되었다.
이렇게 제시된 추천안들에 대해 교육위원들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대체로 긍정적이면서도 약간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외국어 교육의 현 상황보다 진일보 한 감은 있지만 어딘가 미흡하다고 느껴지고 나름대로 우려되는 부분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카운티 전체의 절반 이상의 초등학교에 외국어 교육 기회가 전혀 없다는 사실도 지적되었다. 이에 교육위원들은 후속 논의를 내년 초에 하기로 했다. 그리고 추천안들이 제대로 뒷받침 되기 위해서는 내년도 교육 예산에 반영되어야만 한다. 이에 1월 초에 교육감이 제출할 예산 계획안부터 시작해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년도에 한국어 과목 도입 추가 고등학교 결정을 위해 지난 11월 말에 실시된 설문 조사에서 제법 많은 학생들이 긍정적인 의사 표시를 해 주었다는 소식이다. 물론 설문 조사에 나타난 긍정적 의사 표시가 그대로 모두 수강 신청으로 연결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긍정적 의사 표시 정도가 부족하면 논의와 추진 자체를 계속 하기 어려운데, 앞으로도 계속 연구를 해 볼 수 있는 정도의 반응이 나온 것으로 집계된 것 같다. 이 설문에 참여한 여러 학생들에게 감사한다. 앞으로도 계속 관심과 조언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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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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