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뮬레이션 통해 개발비용 줄고, 고객 눈높이 맞추려 치열한 경쟁
▶ 제네시스 G90 등 완전변경 수준
5년만에 부분변경을 이룬 신형 C클래스는 전체 구성부품 중 절반이 넘는 6,500여개를 변경하는 등 대대적인 변화를 줬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제공>
신차를 출시한 3년만에 부분변경을 이룬 신형 아반떼(엘란트라)는 전면 그릴을 키우고 램프가 그릴 속으로 들어가는 외관 변경을 이루면서 이전 모델과 차별성을 줬다. <현대차 제공>
“신차 수준의 변화를 원했다.” “신차급 변화를 선보였다.”
완성차 업체들이 최근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내놓으면서 소개한 발언이다. 자동차 앞부분만 살짝 바꾸고 부분변경이라고 광고하던 과거와 다르게 풀 체인지(완전변경) 수준으로 개선했다는 설명이다. 높아진 고객 눈높이를 충족하기 위해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결과다.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업체들이 파워트레인(엔진, 변속기 등 동력 전달계), 차체, 디자인, 편의사항 등 차량 전체를 새로 설계ㆍ제작하는 완전변경은 보통 7년 주기로 이뤄진다. 개발비가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에 달하는데다, 업체가 가진 모든 기술력을 쏟아야 하니 그 주기를 앞당기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 기간 중간에 외관 일부나 편의 사항 등을 조금 개선한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한다. 앞부분 범퍼나 그릴, 휠 등에만 변화를 주는 식이다. 부분변경은 비교적 적은 개발금액(약100억~500억원)으로, 신차효과를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부분변경도 대대적인 외관 변경에, 파워트레인 교체로 인한 성능 개선까지 이뤄지는 추세다.
현대차가 출시한 제네시스 G90도 3년 만에 이뤄진 부분변경이지만, 외관만 봐도 신차 수준이다. 이름만 EQ900에서 G90으로 바꾼 게 아니라, 어느 누가 봐도 이전 모델과 차이가 크다. 실내도 소재의 질감에 변화를 줘 고급스러워졌고, 국내 최초 내비게이션 자동 무선 업데이트 등 최첨단 사양도 대거 적용돼 신차 이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8, 9월 각각 출시한 투싼, 아반떼(엘란트라) 부분변경 모델도 신차급 변화를 거쳤다. 아반떼는 외관은 제트기를 형상화한 디자인이 적용돼 이전 모델과 외모가 다르고, 엔진도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1.6을 추가하며 연비를 동급 최고 수준(ℓ당 15.2㎞)으로 개선했다. 이런 변화 덕에 상반기 월평균 5,000대에 머물렀던 판매량은 부분변경 모델 출시 이후인 지난달 7,200여대로 늘었다.
투싼도 파워트레인을 개선(기존 엔진 1.7ℓ디젤→스마트스트림 1.6ℓ디젤ㆍ변속기 기존 6단→8단)했으며 실내도 모니터를 대시보드 내장형에서 송풍구 위쪽으로 올리는 등 큰 변화를 줬다.
한국GM이 지난달 출시한 말리부는 2016년 4월 내놓은 9세대의 부분변경 모델로,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새롭게 선보인 고효율 라이트사이징 터보 엔진은 혁신의 아이콘으로 업계의 기술 트렌드를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듯이 이례적으로 큰 변화를 거쳤다.
외관은 기존 제품을 다듬는 수준에 그쳤지만 엔진은 기존 2.0ℓ 가솔린 터보 외에, 1.35ℓ가솔린 E-터보와 1.6ℓ 디젤을 추가하며 다변화했다. E-터보 엔진은 GM의 차세대 엔진으로 동급 최고 연비(ℓ당 14.2㎞) 달성과 함께 제3종 저공해 인증을 획득해 세제 혜택, 공영주차장 할인 등 친환경 차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또 동급 최초로 10개 에어백을 기본 탑재했으며 지능형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저속 및 고속 자동 긴급 제동시스템, 사각지대ㆍ후측방 경고시스템 등 첨단 능동 안전 기능을 포함하고도 이전 모델 대비 100만원 가량 가격을 낮게 책정했다.
수입차 모델 중에선 최근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가 공개하며 조만간 판매에 들어갈 C클래스가 신차 수준의 부분변경을 거쳐 주목받고 있다. 2014년 출시 이후 첫 부분변경을 거쳤는데, 전체 구성부품 중 절반이 넘는 6,500여개를 변경하는 등 대대적인 진화를 거쳤다. 업계에서는 내년부터 경쟁 상대인 BMW 3시리즈가 완전변경을 거쳐 판매할 예정이어서 벤츠가 선제 대응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내ㆍ외관 변경으로 상위모델인 S클래스를 연상케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관은 범퍼뿐만 아니라 EㆍS클래스 등에 포함된 헤드 및 테일램프로 교체했으며 실내도 3스포크 스티어링 휠, 12.3인치 고해상도 디지털 디스플레이, 10.25인치 모니터 등 고급사양을 추가했다. 특히 전 모델에 9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으며 엔진은 새로운 직렬 4기통 디젤ㆍ가솔린 엔진, 가솔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으로 구성하며 파워트레인에 변화를 줬다. 그런데도 판매 가격은 기존 모델보다 300만원 가량 낮게 책정했다.
모든 브랜드가 부분변경에 거액을 투자하기는 힘들다. 이 때문에 차량의 가성비를 끌어올리는 식으로 차별화하고 있다.
르노삼성차의 경우 2010년 이후 완전변경을 못 하고 있는 SM5 가솔린 모델에, 17인치 휠과 최고급 가죽시트, 운전ㆍ조수석 파워 및 통풍 시트, 좌우 독립 풀오토 에어컨, LED 주간주행등 등 고급 편의사양을 넣고도 경쟁모델보다 500만원 가량 저렴한 2,155만원에 판매한다. 소비자 입장에선 각종 편의사양이 들어간 중형차를 준중형차 수준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쌍용차도 2015년 1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 티볼리를 내놓은 후 현재까지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신 고객 니즈에 맞춘 편의사항을 포함한 아머, 아머 기어 플러스 등의 연식변경 모델을 내놓으며 변화를 주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과거와 다르게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을 이용해 부분 변경 개발비를 대폭 낮출 수 있어, 업체들이 부분 변경 때도 신차급 모델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며 “반면 중소 업체나 비인기 차종은 판매부진 등으로 개발비를 회수하지 못해, 잦은 변화를 시도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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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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