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그랬듯이 컴퓨터 패스워드 기억하는 거 처음에는 별거 아니었을 거다. 아마도 대부분 우리에게는 이메일에서부터 패스워드가 탄생했을 거다. 그런데 살아가다보니 패스워드가 불어가기 시작한다. 크레딧카드 한둘, 은행구좌 하나둘, 백화점, 직장 등등 이모든 일과에 따라오는 패스워드 관리한다는 게 조금씩 복잡해진다.
처음에는 그랬다. 아이큐가 얼만데 그까짓 패스워드 몇 개 외우는 것쯤이야. 약간 자만 속에 빠진다. 그러나 User ID 와 Password 콤보가 아이큐에 도전을 시작한다. 컴퓨터에서 무언가 하나를 해보려하면 준비해야 되는 새로운 UI/PW 콤보가 탄생한다. 그뿐인가 기존 PW를 새 것으로 바꾸라고 여기저기에서 연락이 온다. 수시로 PW를 바꾸는 게 프라이버시 유지에 더 안전하다는 거다.
아이큐의 비명이 들려온다. 자기 능력에도 한도가 있는 거라고 솔직히 고백한다. 누군가가 말한다. PW를 어떻게 다기억하냐고. 그런건 어디엔가 전부 적어놓아야된다고.
굿 아이디어.
탁상용 캘린더에 하나하나 적기 시작한다. 시간나는대로 쓰다 보니 그 많은 콤보가 말끔히 한곳에 비축이 된다. 장원에 급제라도 한 듯 느긋하고 마음의 평정을 찾는다.
‘그높다는 아이큐 거꾸로 가네.’
누군가가 말한다. 그렇게 깨끗이 정리해놓으면 자신을 완전히 노출하는 게 아니냐고. 맞다, 그러고 보니 그렇다. 누구든지 이콤보만 있으면 컴퓨터 안에 비장된 모든 걸 볼수가있다. 고이 간직한 연애편지, 그 많은 은행구좌, 일생동안 써놓은 소설자료, 그리고 떼돈을 벌 수 있는 엄청난 창업 아이디아, 등등. 비장된 자료의 일부일뿐이다.
분리작업이 시작된다. 오직 한사람만이 알 수 있는 콤보로 UI 와 PW를 떼어놓는다. 패스트 퍼워드 작업이다. 이건 저리가고 저건 이리오고 앞에 거는 뒤고 뒷거는 옆으로 옆에 거는 위로 윗거는 뒤로 정신없이 뒤죽박죽 오락가락 한동안 난동을 치고 보니 다른 사람은 그 누구래도 이걸 분석할 수가 없겠다.
됐다. 그 누구도 이콤보를 찾을 수가 없으니 완전무결 프라이버시가 성립된 셈이다. 드디어 평온을 찾는다. 모처럼 피더불류에서 해방이된 기분이다. 스카치 한잔 맛이 이렇게 다를 수가 없다.
웬걸. 아이큐의 반항이 거세진다. 아니 거세진다는 것 보다 아예 사표를 내겠단다. 자기도 뭐 세월이라는 게 있는 게 아니냐고 말한다. 반마디로 옛날 같지 않다는 거다.
원점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새로운 아이디아는 끊임없이 솟아난다. 누군가가 말한다. 피더불류를 하나로 통일 하라는 거다. 그것도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또 아니다. 괴물에게 하나만 크랙당하면 나머지는 술술이라는거다. 그것만이 아니다. PW를 만드는데 에도 각자 나름대로 규정이 있다. 그리고 그 규정이 서로서로가 다르다. 그러니 실제로 하나로 만든다는 자체도 성립이 안 된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파일을 하나 만든다. 그리고 그 파일을 다른 파일속 깊숙한 곳에 파묻어놓고 비밀번호로 저장한다.
끝. 걱정 끝이다. 패스워드가 생각이 안나면 깊숙한 파일속 패스워드만 기억하면 모든 패스워드가 나온다. 더 이상 아이큐 신세질 이유가 없어진다.
꽝. 터진다. 그냥 놔두지를 않는다. 컴지가 온 거다. 컴퓨터 지진이다. 크래쉬라고도 말한다. 컴퓨터 자체가 먹통이 된다. 부서진 자료 전부 복구하려면 며칠은 너끈히 걸릴 거라고 컴퓨터 박사는 말한다. 안도의 한숨을 쉰다. 복구할 수 있다는 그 자체만도 위로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참에 세월 어쩌고 하면서 늑장부리고 게을러진 컴퓨터를 바꾸는 것도 아이디어라고 생각된다.
아주 민첩한 새컴퓨터에 떠오르는 메일이 하나 있다. 패스워드를 관리해주는 회사란다. 모든 패스워드를 자신들이 관리하는 회사에 등록만하면 하나의 패스워드로 만사일통이라는거다.
말대로만 된다면야 너무나 좋은 방법이라 생각되지만 만약 이 회사 기록이 하이잭 당한다면...? 불과 며칠 전 메리옷 호텔 체인이 개인정보 5억명분을 도난 당했다는 뉴스가 있었는데... 미 국방성도 당하는데...?
아예 컴퓨터와 사요나라? 노, 노 아니다. 인터넷과 연결을 차단시킨 컴퓨터 하나에 모든 비밀정보를 관리하는 게 최상의 방법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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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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