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년 이어온 동굴 집의 모습(왼쪽). 아드리아 바다와 아이오니아 바다가 만나는 바다 끝자락이다(오른쪽 위). 잦은 해적들의 출현으로 바닷가에 감시대가 많이 있었다(아래).
-마피아와 올리브
레체(Lecce)에서 2일 밤을 보낸 후 폴리아 지역에서 삐죽하게 나온 곳(Salento Peninsula)으로 향했다. 버스로 도심을 벗어나 얼마를 달리니 흉물스럽게 죽어간 올리브 나무들이 보인다. 미국 플로리다에 사는 병충이 이곳에서 번식해 고사시키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괴 소문이 재미있다. 많은 사람들이 마피아 하면 시실리를 연상한다. 이태리가 한 국가로 통합할 때에 공업지대 북쪽에 비해 어수룩한 농업지대인 남쪽 사람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어떠한 기관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길이 없어 자생적인 방어단체로 비밀결사의 마피아가 생겼다 한다.
오늘날에 큰 올리브 농장들의 소유주는 북쪽에서 온 사람들이라 한다. 그래서 남쪽에 피해 의식을 가진 사람들, 아마도 마피아와 연계된 사람들이 이 플로리다 병충을 몰래 들여와 퍼트렸다는 이야기이다.
올리브 나무숲을 지나니 펼쳐지는 해안선이 절경이다. 꼬불꼬불 산길을 지나니 자그마한 해변이 나온다. 아드리아 바다와 이오니아 바다가 만나는 곳이다. 이곳 포스트 베치오(Posto Vechio) 라는 작은 마을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잠시 해변을 따라 걸었다.
얼마를 가니 높은 지역에 성이 있고 못 보던 깃발이 보인다. 이 첨단 지역이 바티칸의 영토이란다. 실제로 아드리아 바다와 이오니아 바다가 뒤엉키는 곳으로 두 바다의 색이 다른 물결이 보인다. 레오카(Leuca) 라고 불리는 바티칸 영토이다.
-이슬람과 오트란토
오늘에 최종 목적지는 오트란토(Otranto)이다. 가는 도중 트리카세(Tricase)이라는 곳에 들렀다. 장원 같은 저택이다. 지금은 그 중 제일 큰 장원이 감자를 원료로 피자를 만드는 시범 음식 업소로 변했다. 감자 피자를 안주삼아 꽤나 마시고 포만감에 빠져서 버스에서 잠간 졸았나 싶더니 어느새 오트란토에 도착했다.
아름다운 해안가 언덕에 흉물스러운 성이 보인다. 그 성안에는 이곳 이태리 남부에 참혹한 역사의 흔적이 보인다. 1484년 오스만 투르크가 한참 뻗어나갈 즈음이다. 그들은 베니스에 처 들어 갈 목적으로 이곳에 상륙하였다. 그리고 3개월 이 오트란토를 점령한 기간에 참혹한 살육이 벌어졌다. 이슬람으로 개종을 강요하면서 개종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모두 죽였다고 한다. 그 아픈 역사를 기억하라는 뜻에서 비극의 성의 모습을 지키느라고 흉물스럽게 그렇게 놔둔 것 같다.
이곳에 성당에 들어섰다. 1080년에 지은 성당의 벽이 온통 순교자 해골로 됐다. 성당에서 나오자 그 유명하다는 아이스크림(Gelato)을 먹었다.
-돌멩이 집들
인구가 1만 명이 조금 넘는 자그마한 마을이 유네스코의 문화유산으로 등록이 되어 있어 무엇인가 책자를 들춰 보았다. 1484년 오스만 투르크가 오트란토를 침공하고 점령하고 이슬람교로 개종을 종용하고 배교하지 많은 사람들이 순교하던 시대에 기리안토니오(Gigliantonio) 1세가 이들 오스만 투르크 군과 싸웠고 큰 공을 세웠다. 그 후 그 지역을 지배했던 나폴리 왕국에서 그에게 공으로 이 알베로벨로 땅을 주었다 한다. 하지만 그 땅은 돌멩이 밭에 나무만 무성했지 별 쓸모가 없었다.
그런데 그의 아들 안드레아 마테오(Andrea Matteo) 백작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그 아이디어란 것은 ‘이 땅에 와서 개발을 해서 농사를 지어 먹어라 소출의 단 10%만 세금으로 받겠다’ 이었다. 아마도 당시 세금 10%는 파격적인 혜택이었던 모양이었다. 농노 같은 조건으로 비참하게 일하던 사람들이 이곳으로 모여 들었다. 그들은 우선 이곳에 밭을 일구기 위하여 흩어진 돌멩이를 걷어 내려는 이점도 있어 그 돌멩이를 사용하여 집을 지었다. 그래서 이곳에 돌멩이 집(Trulli)을 지어 살았고 현재 약 900 개 남아있다. 본래 이 돌멩이 집은 이 지역에서 석기시대부터 있어다하며 세계에서 아일랜드와 이곳에만 있는 지붕이 돔처럼 동그란 모양의 특수한 모양의 집이다.
이 돌멩이 집 동네를 거닐면서 보니 한 방울의 빗물도 받아 놓으려는 사람들의 노력과 지혜가 돋보였고 지금 이 돌멩이 집들이 기념품 상으로 많이 바뀌었다.
➊ 아폴로 신전 페르쿠리오 거리. ➋ 제우스 신전의 모습. ➌ 로마 시대의 물 저장소. ➍ 석고가 된 인간의 최후 절망의 시간의 모습.
-마테라에서
점심과 휴식 후에 마테라(Matera)로 향했다. 이곳 역시 유네스코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 일뿐만 아니라 2019년도 유럽 문화도시로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마테라가 유네스코 인류 문화유산에 등록된 핵심은 계곡에 흩어져 있는 동굴마을(Sassi)이다. 이곳에 1만5천 년 전부터 인류가 살기 시작해서 빗물을 받아쓰던 흔적과 유물이 출토된다. 로마 비잔티움 시절에는 인구가 꽤나 번성했었다. 지금의 모습은 그 번성했던 로마 시대의 모습이다. 그래서 로마 시대를 배경으로 한 멜 깁슨의 작품을 비롯해 몇 개의 영화 작품이 이곳에서 촬영했다.
1952년 2차 세계대전 혼돈의 와중에서 벗어나 이태리 정부가 국민들의 삶을 들여다보기 시작했을 때 이 싸시 마을의 비참한 삶을 보고 주민들을 철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이곳의 동굴에서 화장실도 공용으로 쓰고 혼거(混居) 비슷한 생활을 몇 천 년 살아온 그들인지라 아직도 1만 1천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철거를 안 하고 산다고 한다.
비가 억수같이 내렸다. 카페나 들려 커피나 마셔야겠다고 돌아오고 있는데 별로 크지 않지만 왠지 들리고 싶은 성당이 눈에 들어 왔다. 파르고토리 성당(Church of Pargotory)이었다. 전시장처럼 그림들이 전시 되어 있었다. 왠지 그림의 수준이 나 같은 보통 사람 눈에도 꽤나 높아 보였다.
가까이 가서 작가 이름을 보니 모네, 크림, 라파엘 등등이 아닌가? 이 정도면 경비원이 있고, 사진 찍을 때 플래시 터트리지 마라 등, 요란할 만한데 너무 조용해서 안내원에게 이거 진짜 그림이냐 하니까 진짜란다.
-폼페이에서
이제 나폴리 지역으로 떠난다. 이태리 알프스의 절경인 돌로미티(Dolomites)를 닮았다고 작은 돌로미티라는 이름이 붙은 산속을 지나니 넓은 평원지대가 나온다. 그리고 곧 폼페이에 도착 했다. 이곳에 2007년에 온 적이 있으니 11년 전이다.
폼페이 역사를 살펴보니 기원전 8세기에 오스코 족이 이곳에 정착을 했으며 기원전 89년에 로마의 지배하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AD 89년에 베스비우스(Vesuvius) 화산 폭발로 5-6 미터의 화산재가 순식간에 덮쳐버렸다. 전설로만 남았던 이 폼페이가 19세기에 발굴로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폼페이가 당시에는 바로 바다에 닿은 항구이었으나 2,000년 동안 토사로 2km나 뒤로 물러나 있다. 폼페이 유적을 돌아보았지만 별로 인상적이지 못했다. 너무 기대를 많이 해서인가? 여러 로마시대의 유적지를 돌아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신약성서에도 나오는 알렉산드리아와 쌍벽을 이루는 도서관의 도시 에베소, 사랑의 대명사의 도시인 고린도 같은 유명 도시도 갔었을 때 매춘의 흔적을 보았다.
그러나 폼페이처럼 남자의 상징을 문패에 붙이고 그림마다 벽화마다 성행위 그림이 넘치는 도시는 처음 보았다. 속으로 정말 소돔과 고모라와 같은 곳으로 하나님의 천벌이 내린 것이 아닌가, 실소를 지으며 폼페이 성에서 나왔다.
-쏘렌토 해변의 길
폼페이에서 우리는 쏘렌토 해변을 돌아서 숙소인 호텔로 갔다. 가는 길이 무척 아름답다. 멀리 자그마한 섬이 보인다. 그리고 하얀 집이 눈에 들어온다. 한때 러시아 남성 발레 불세출의 누레예프의 별장이었다고 한다.
창밖으로 한쪽을 바라보면 깎아 세운 듯 기암절벽이 경이롭고 또 한쪽은 높은 산 언덕에 집들이 보인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꼭대기까지 집이 보여 가이드에게 저기서 어찌 살 수 있겠는가? 물어보니 대답이 무덤이란다. 오로지 당나귀에 의존해서 올라갈 수 있는데 근래에는 나이 많은 분들이 일 년에 한두 번 찾는다 한다. 세상의 사람들로부터 잊힌 저 산꼭대기에 묻힌 고인들이 저 바다의 그리스 전설을 노래하고 있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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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묵<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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