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든 나라든 과거와 현재를 알면 미래를 어느 정도 예견해 볼 수 있다.
지난 2008~2009년 금융위기로 미국은 한 마디로 국가부도 위기상황에 처했었다. 1997년 한국이 경험했던 IMF ‘국가부도의 날’을 미국이 그로부터 10여년후에 경험한 셈이다. 한인사회도 금융위기로 경제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보았고 복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보내야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2008년 7월11일 인디맥 은행이 문을 닫고 그해 9월15일 뉴욕증시가 대폭락하면서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고 세계 최대 은행 ‘시티’의 주가가 2009년 3월5일 뉴욕 증시에서 주당 1.02달러로 하락하는 등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2007년부터 부실대출의 급증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한인은행들도 일부 은행에서 예금인출사태가 발생하면서 은행폐쇄 일보 직전까지 몰렸다. 한인사회의 대표적인 은행 ‘한미’의 주식이 2010년 11월17일 주당 95센트로 떨어졌고 2009년 미래, 2010년 아이비 은행 등 두 곳이 부실경영으로 연방예금보험공사와 캘리포니아 금융감독국에 의해 강제폐쇄되었다. 주택이나 건물을 소유한 개인들은 가격폭락으로 큰 손실을 감수했고 개발업자들은 지어놓은 콘도나 아파트가 매매되지 않아 수 년간 악전고투를 면치못했다.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한인들도 영업부진으로 파산을 신청하거나 집을 경매처분으로 내놓아야 할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한인 기업이나 스몰 비즈니스는 이 시기에 초긴축 경영으로 살아남았다.
우리가 금융위기를 통해서 배운 교훈이 있다.
첫째, “부채가 너무 많으면 결국 대가를 치른다”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융자로 여러 채의 주택을 다운페이먼트도 제대로 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사놓은 투자가들은 거품이 꺼지면서 주택가격의 폭락으로 모기지 대출금이 오히려 집값보다 많은 이른바 ‘깡통주택’이 되면서 가진 재산을 다 날렸다.
둘째, “호황이 계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언제까지나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증시가 상승세를 기록하긴 힘들다. 거창한 경제이론을 빌리지 않더라도 오를 때가 있으면 내릴 때가 있고 오른 만큼 낙폭도 크다는 사실을 우리는 지난 수 십년간의 경제순환을 통해 실생활에서 체득했다.
셋째, “햇볕이 작렬할 때 비올 날을 대비해서 우산을 사두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업은 호황때 예비비용을 비축하고 긴급자금을 마련해 두어야 불황때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은 기본이다. 또한 개인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저축이나 투자를 할 필요가 있으며 그 때의 상황에 따라 일희일비하기보다 꾸준히 부동산이나 증권, 예금 등 장래성을 내다보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향후 2년간 미국경제가 어떻게 흘러갈지 몹시 궁금하다.
9조달러로 불어난 기업부채가 미 경제를 위협하는 시한폭탄으로 지목되고 있는 데다 금리인상과 경제둔화가 맞물리면서 2009년 미국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었던 서브프라임 사태가 10여 년만에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월가 전문가들도 경제 지표가 경기 침체를 가리키고 있다면서 ‘2020년 위기론’을 조심스레 거론하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경제 분석업체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로빈 뷰 CEO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앞으로 2년 동안 긴축을 꾸준히 진행할 것”이라며 “2019년 긴축의 말미에 가서는 경제가 침체에 빠져있을 것”이라고 1년전 예측한 바 있다.
그러나 경기침체는 예상하기가 상당히 어렵고 다 맞는 것도 아니다.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답처럼 일반적인 이유나 금리인상 등 선제적 대응으로 오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그만큼 인간이 현명하지 못하며 감정적으로 치우칠 수 밖에 없고 경기확장을 즐기는 데 급급한 욕망으로 가득 찬 존재이기 때문이다.
1933년 경제 대공황의 한복판에서 취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우리가 단 한 가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바로 두려움 그 자체다”라는 연설로 얼어붙은 미국 경제를 되살려내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개인이나 국가나 경기침체를 두려워하기보다 확고한 믿음을 갖고 오히려 이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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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률 부국장·편집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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