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들의 외교관계나 어떤 때는 존망자체가 그들의 위치 즉 지리에 의해 영향 받는다는 이론을 지정학(Geopolitics)이라고 한다. 예컨대 한반도의 위치 때문에 이조말기에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의 여파가 한반도에 밀어 닥쳐 결국은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던 국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망국의 설움 만 35년만으로도 통한이다. 그에 더해 한반도가 38선으로 두 쪽이 났고 그 이후의 동족 상잔의 참극도 원인 중 하나를 지정학적 설명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80억 가까운 세계인구들 대다수의 삶이랄까 운명도 어디에서 태어나는가가 곧 개개인 출생지의 위치가 관건인 경우가 허다하다. 만약 내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태어났다면 물론 태어나자마자 수니파 회교도로 간주된다. 어른이 되어 결혼하면 네 명까지는 아내들을 거느릴 수 있는데다가 갖가지 이유로 아내들을 이혼시킬 수 있으니까 많은 여자들을 불행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정부에서 주는 전액 장학금으로 미국에 와서 공학 박사 학위를 받는 4, 5년의 과정 중 미국 학생들과의 접촉 결과로 성경의 일부일처 등 이슬람과는 너무 다른 교리들이 꼭 마음에 들어 기독교로 개종한다면 어떻게 되나? 사우디 아라비아로 돌아가자마자 이슬람을 배교했다고 재판을 받고 알라에 대한 반역죄로 처형 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예멘에서 태어난 까닭에 정부군과 반란군의 끊임없는 내전으로 자식들을 공습으로 앞서 보낸 슬픔만 아니라 내일 죽을지도 몰라 피난민이 되어 비자가 없이 갈 수 있는 제주도로 향방을 정했다 치자. 유엔 협약에 의해 피난민 신분 판정을 신청하고 한국에서 살아 보려는 시도를 자원변호사들을 통해 해보았지만 300여명 신청자중 난민 판정을 받은 사람은 하나도 없이 모두 1년간 체재와 취업만 가능한 신분이 되었으니 1년 후엔 어찌될까?
수단과 남수단의 전쟁 상태 때문에 아사의 위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노벨 평화상을 받은 아웅산 수치여사가 군부와 실권을 나누어 가지기는 했지만 ‘실질적’인 대통령이나 마찬가지라서 불교 다수국 안에서 회교도들인 로힝가 소수 민족 지역이 좀 더 안전지역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오판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버마군들이 로힝가 지역에 난입하여 집들을 불태우고 여자들을 강간하며 동네를 ‘인종청소’ 지역으로 만드는데야 어린아이들을 앞세우고 노약자들을 등에 엎은 채 옆 나라 방글라데시로 추방당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여자들에게도 출생지가 어디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인구가 10억 가까운 인도를 생각해보자. 도시들에만 수세식 변소가 있을 뿐 소읍들이나 농촌지역에는 뒷간만 존재한다. 성폭력 그것도 집단 성폭력이라는 흉악한 남자들의 범죄 사례들은 농촌 여자들의 정상적 생활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또 하루에 2달러 가지고 생활하는 지구상의 몇 억 인구들도 역시 태어난 출생지 때문에 평균수명조차 소위 선진국들의 반 정도만 되는 현상이다. 예전에 어디선가 읽은 기억대로 그 같은 나라들에서 얼마나 많은 베토벤, 루우벤 그리고 아이슈타인이 될 수 있는 아이들이 교육을 받지 못해 사라져버릴까?
오염되지 않은 물을 마실 수 있는 인간 근본 필요조차 출생지에 따라 쉽지 않을 수 있다. 미개국들의 많은 지역에는 수돗물이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식수자체를 길으러 하루에도 몇 마일을 왔다 갔다 하는게 여자들의 운명이다.
좌경민중주의로 경제를 파탄시킨 베네수엘라는 최근 식량과 약품마저 부족하여 도합 2,100만 인구의 나라에서 이미 200만 이상이 브라질과 콜롬비아 등 옆 나라들로 쏟아져 들어갔다는 보도다. 하루에 1만5000명꼴로 자기나라를 버린단다. 치안이 존재하지 않아 대낮에도 강도 살인사건이 빈발한다니 큰 문제다.
카라반으로 또는 개인적으로 멕시코, 미국 국경에 이른 중남미 사람들이 피난민 신청을 시도하고 있는 이유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 출생지를 떠나 ‘기회의 나라’에서 자리를 잡아 새 출발을 해 보겠다는 동기일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이민 정책과 백인들의 ‘반이민’ 정서 때문에 대부분은 미국으로의 이주에 실패할 것 같다. 빈곤 탈출은 망명이유가 될 수 없을뿐더러 가정폭력의 피해자나 출신국의 갱 폭력 등 치안 부재도 피난민 신분 심사 과정에서 고려가 안되기 때문이다.
또 미국에도 얼마나 심각한 문제들이 많은가 학교들에 무장수위들이 있을 뿐 아니라 교회들도 신도들의 보호를 명제로 삼아야 할 정도로 정신병자들의 총기난사들이 빈번하다. 주기도문대로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기 전에는 낙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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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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