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성탄절 비해 세속화 추세 안타까워
감사의 대상이 하나님께 향할때 진정한 의미 살아나
당신에게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은 어떤 날인가?
미국의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추수감사절을 맞아 온 가족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여 칠면조 고기와 푸짐한 음식을 나눠 먹거나 TV로 축구경기 중계를 다함께 신나게 시청하고 달콤한 낮잠을 늘어지게 자는 가족 명절쯤으로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개신교와 가톨릭 등 기독교계에서는 추수감사절이 엄연한 종교적 휴일임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무엇을 감사해야 하는지 초점을 잃어가는 시대를 살아가는 당신에게 추수감사절은 종교적인 휴일인가 아니면 그저 연말 가족 모임으로 즐기는 명절일 뿐인가?
■첫 추수감사의 대상은 하나님
추수감사절은 신앙의 박해를 피해 영국을 떠난 청교도(Pilgrim)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 신대륙 미국에 정착하면서 인디언 부족으로부터 농사 재배와 가축 사육 등의 다양한 도움을 받아 어렵게 수확물을 얻은 첫 해인 1621년에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 것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다.
언제 어디서든 어떤 상황이든 하나님께 먼저 감사를 드리는 일은 청교도들의 일상이었고 인디언 부족들도 나름의 방식으로 하늘에 먼저 감사를 드리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후로는 청교도들이 원주민들을 몰살하고 노예로 팔아넘기는 야만적인 행위를 일삼았고 이 때문에 지금도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와 각종 축제가 벌어지는 같은 날 미국 땅에서는 원주민 후손들을 주축으로 당시 희생된 원주민을 추모하거나 ‘반추수감사절’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근래에는 연중 최대 규모의 할인 행사인 ‘블랙 프라이데이’ 등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치우치면서 추수감사절의 참된 의미가 사라진지 오래됐지만 감사의 첫 대상이 하나님이었음은 불변의 진리다.
뿐만 아니라 ‘땡스기빙(Thanksgiving)’의 어원인 그리스어 ‘유카리스티아(Eucharistia)’도 가톨릭에서는 ‘성찬’을 의미하지만 본래 ‘하나님께 드리는 감사기도’란 의미를 담고 있다.
■역대 대통령도 종교 휴일로 인식
추수감사절을 종교적인 휴일로 인식하기는 미국의 역대 대통령 시절부터 시작된 오랜 전통이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은 1789년에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는 날로 추수감사절을 첫 선포했다. 당시 남부 지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북부보다 한 주 앞서 추수감사절을 따로 지내야 했다.
이후 3대 토마스 제퍼슨 대통령 때에는 영국 문화의 잔류라는 이유로 국경일에서 잠시 제외되기도 했지만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이 미국의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63년에 11월 넷째 목요일을 다시 한 번 추수감사절로 지정하면서 연방 국경일로 복원됐다.
특히 링컨 대통령이 추수감사절을 국경일로 재선포하면서 당시 발표한 연설문은 ‘하늘에 계신 전능하신 하나님께 모든 감사와 찬양을 돌리는 국가가 되자’는 골자여서 설교와 맞먹는 수준이었다.
디어도어 루즈벨트 전 대통령도 재임 마지막 해인 1908년의 추수감사절을 선포하면서 ‘물질적인 축복만 생각하지 말고 영적 성장과 더불어 하나님께 감사하는 날이 되자’고 강조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도 2001년 켄터키 포트 캠벨을 방문해 군인들 앞에서 직접 추수감사절 기도를 올렸다.
■성경적 이유
추수감사절은 물론 일상에서 하나님이 항상 감사의 첫 대상이 되어야 하는 확실한 성서적 이유를 제시하는 성경구절은 신·구약 곳곳에 무수히 많다.
그중에서도 특히 출애굽기 23장16절에는 ‘맥추절을 지키라. 이는 네가 수고하여 밭에 뿌린 것의 첫 열매를 거둠이니라. 수장절을 지키라. 이는 네가 수고하여 이룬 것을 연말에 밭에서부터 거두어 저장함이니라’고 적고 있다. 구약은 일관되게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주제를 다루고 있고 신약에서는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세상에 보내주신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이 가장 큰 감사의 제목으로 자주 언급된다. 성탄절이나 부활절만큼은 아니지만 기독교에서 여러 성서적인 근거를 들어 추수감사절을 기독교의 감사절로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다.
■감사는 여전히 하나님께
기독교계는 세상 사람들이 성탄절은 기독교 최대 명절로 인식하는 반면 추수감사절은 상대적으로 종교적 절기로 여기지 않고 세속화 되어가는 추세에 크게 안타까워하고 있다.
얼마 전 타계한 개신교계의 세계적 지도자였던 빌리 그레이엄 목사도 세상적인 휴일로 전락하며 의미를 상실해가는 세태를 지적하며 ‘추수감사절은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는 종교적 휴일’임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감사의 대상이 하나님께 향할 때에만 추수감사절의 진정한 의미와 목적이 살아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휴일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할러데이(Holiday)’도 성스러운 날이라는 의미의 ‘홀리 데이(Holy Day)’에서 유래됐다는 점에서도 그저 먹고 즐기는 명절로 추수감사절을 보내기에는 알맹이가 빠져 부족함이 크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일부에서는 어차피 종교와 무관하게 미국인 모두가 즐기는 절기로 변해온 만큼 이를 토대로 종교, 인종, 정당 등 모든 것을 떠나 대통합을 이루는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칠면조, 호박파이, 축구경기 등등 추수감사절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즐길거리를 누리는 것 자체가 문제되지는 않을 터. 다만 감사의 대상과 목적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추수감사절이 종교적 절기로 본래의 의미를 되찾을 수도, 아니면 세상과 타협한 가족의 명절로 그칠 수도 있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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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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