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극이 시들해진다. 그토록 즐겨보던 드라마가 기다려지질 않는다. 왜일까? 식상한 대화의 연속 때문일까,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우리 집 가문 어쩌고 하는 그런 대화들. 아니면 뻔한 스토리 전개로 청중들이 작가가 되는 그런 것들.
그런가?
그렇기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거다. 옛날 할머니가 그러셨다. 드라마는 처음부터 재미있는 게 아니라고. 어느 정도 보다보면 아주 엉터리가 아닌 거라면 대개는 재미를 붙이게 된다고. 그러니까 연속극이 성공적으로 청중을 사로잡자면 처음에 시작할 때 청중을 놓치지만 않으면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보면 되겠다.
그런가?
그러기 위해서는 배우들의 역할이 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첫 번 한두 장면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얼굴만 보아도, 그리고 한두 마디 대화만 들어도 아 이거 재미있겠구나. 아니면 이건 아니올시다구나 하는걸.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배우들의 얼굴을 알기 때문이고 이 얼굴들의 역할을 대략 짐작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혹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배우들이 나오면 대개는 안방 임금님이 누구누구라고 설명해주었다. 그런데 요즘은 안방 임금님도 모르는 배우들 천지다. 세대가 흐른다는 증거. 그렇다. 말만 한국말이지 어쩌면 중국 드라마나 일본 드라마를 보는듯한 그런 분위기에서 재미있게 연속극을 볼 수는 없는 거다.
여의도도 마찬가지다. 대개 한국 사람들이 그렇듯 억세게 정치기사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 옛날 신익희 선생이나 조병옥 박사들이 아니더라도 3김에서 부터 유진산 이철승 이기택 유치송. 가난했기 때문이었는지 낭만이 있던 그 정치가들이 한 분 한 분 퇴장하고 누군지 이름과 얼굴을 맞추어 가려낼 수 없는 그런분들이 무대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니까 정치 기사를 읽어도 피부에 닿는 느낌이 없고 재미도 없다.
그 옛날 가난한 정치희망생들이 올기종기 모여 담배연기 자욱이 쌓인 다방 안에서 열변토론을 하다가 문만 열리면 일제히 그곳으로 시선이 쏠린다. 혹시나 고픈 배를 채워줄 물주가 아닌가 기대를 걸던 그불쌍했던 양반들. 그래도 그 양반들 그 뒤 무슨당의 총재도 되고 국회의원도 되고 정부고위 관직도 태어나는 정치다방생들.
지금은 여의도는 고사하고 대한민국 땅을 밟은 지가 20년도 넘으니 정치다방이 아직도 존재나 하는지, 금배지 희망생들이 어떻게 고픈 배를 채우는지 많이 변했을 거다.
쓰다 보니 서론이 길다. 여태까지가 서론이었다고? 예스, 이제 레이다 위치를 바꾸고 싶다는 말이다. 치고받고 싸움을 해도 이름과 얼굴들 연결이 되는 그런 사람들이 우리와 직간접 연관이 있는 일로 쌈박질하는 그런걸 쓰고 싶다는 얘기다. 여의도 육삼빌딩 꼭대기기가 아닌 워싱톤DC 의 어느 높은 곳 하나를 찾아 망원경 여러 개를 달아놓아, 도청기도 좋겠다, 하얀 집, 빨간 집, 파란 집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을 관망하는 것도 낫 배드라는 생각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트럼프타워도 오케이다. K Street 돗자리 소식도 자주 듣고.
당장 관심사가 파란 집을 차지한 민주당이 과연 그 누구를 그들의 리더로 선출할거냐다. 여인천하 3인방중 한축으로 잘 알려진 우리 동네출신 낸시 펠로시의원이 현재 유력한 후보이자 유일한 출마의사를 밝힌 후보이지만 탄탄대로만은 아닌 것 같다. 하원다수당 리더는 즉 하원의장이다. 막강한 자리다. 그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제52대 하원의장을 지낸 경력도 있다.
이 양반 스타일도 있다. 하원의장시절 DC 에서 SF 고향을 찾을 때 대통령전용 공군기 1호와 맞먹는 거대한 공군비행기를 이용하여 정적들의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었다. 이분 배짱 또한 트럼프 못지않은 분이라 구설수는 그냥 뭉개버린다. 일주일후인 11월 28일 칠면조 고기로 배를 채운 선량들이 DC에 모여 투표를 하게 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거는 트럼프대통령이 구원의 손길을 뻗친다는거다. 만약 표가 부족하다면 자기가 부족한 만큼 공화당 거수기로 채워주겠다고 선언한다. 그 옛날 대한민국국회 김종필 총재가 이끄는 자민련의원수가 원내교섭단체 문턱을 넘지못하자 김대중 총재가 자신이 이끄는 정당소속의원 두 명인가를 빌려주어 구해주었던 사실이 생각난다.
내가 항상 말한다, 미국이 한국을 너무나 닮아가고있다고. 그러나 펠로시의원은 트럼프 대통령 도움 없이 원하는 자리를 차지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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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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