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칼럼니스트
모두가 지난번 중간선거에 대한 분석을 내놓고 있으니, 나도 한마디 하련다.
씁쓸하고 실망스런 부분도 더러 있었고, 상원의석도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민주당은 대승을 거두었다.
무엇보다 민주당은 중간선거를 통해 집권당인 공화당의 연방권력 독점현상을 깨뜨렸다. 의회를 장악한 여당의 든든한 붉은 보호벽을 뚫고 들어와 감히 책임을 물을 자가 없으리라는 믿음에 의지해 노골적인 부패와 권력 남용을 서슴지 않아온 행정부는 꽤나 뼈아픈 일격을 당했다.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은 적지 않은 승리를 챙겼는데, 이는 향후 치러질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성공을 거둔 것이라면 상원선거에서의 패배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많은 사람들은 올해 상원 선거를 치른 대부분의 지역이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를 거둔 곳들이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보다는 단지 민주당뿐 아니라 미국의 정치시스템 전반의 정통성에 장기적인 의문을 제기할 훨씬 더 근본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경제적 추세와 인구변동 추세가 정치적 변화와 맞물리면서 상원은 더 이상 미국의 현실을 대변하지 못하게 됐다.
미국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이민과 미국의 점증하는 인종적, 문화적 다양성은 전체 스토리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잘 나가는 산업체들이 고등교육을 받은 숫한 노동인구를 거느린 메트로폴리탄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미국의 경제 지형이 바뀌어가고 있다. 아마존이 두 개의 새로운 영업거점을 숙련 노동자들이 풍부한 뉴욕과 워싱턴 DC에 세우려 계획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누구나 신 경제의 성장 중심지에 살고 있거나 살고 싶어 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점차 도시인들과 도시외곽 거주자들의 나라로 진행하고 있다.
현재 미국인의 60%는 100만 명 이상의 인구를 거느린 메트로폴리탄 지역에서 살고 있고, 70% 이상이 50만 명 이상의 거주민을 지닌 대도시 지역에서 생활한다.
보수주의적 정치인들은 지방과 소도시들이 ‘진정한 미국’을 대변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진짜 미국은 물론 소도시들도 다수 품고 있지만, 대부분이 메트로폴리탄이다.
그러나 사실은 이렇다. 거주인구가 60만명 이하인 와이오밍 주와 거의 4,000만명의 인구를 지닌 캘리포니아의 예에서 보듯, 인구에 관계없이 각 주에 동일한 숫자의 의석이 주어지는 상원은 대다수의 미국인이 거주하는 메트로폴리탄 지역보다 소도시와 지방에 과다한 무게를 부여한다.
나는 진정한 미국과 현재 상원이 그렇듯 전체주의 단순평균에 근거해 대표권이 주어지는 가상 국가인 ‘상원 국가’를 대조해 보는 것이 꽤나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 진짜 미국은 거의 대도시이다. 반면 상원 미국은 여전히 대부분이 지방이다.
진짜 미국은 인종적으로, 또 문화적으로 다양하다. 상원 미국은 아직도 백인 일색이다.
진짜 미국은 상당수의 고등교육을 받은 성인들을 포함한다. 높은 교육을 받은 근로자들을 끌어들이는 역동적인 메트로폴리탄 지역에 낮은 비중을 두는 상원 미국은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주민들, 특히 대학교육을 받지 않은 백인들의 비중이 유달리 높다.
지방과 대학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 및 백인 유권자들을 폄하하려는 의도에서 하는 말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미국인들로 국가의 운명을 틀 짓는 데 있어 각기 동등한 발언권을 가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지금의 상태대로라면 우리 중 일부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가중되게 동등하다. 그리고 그것은 당파적 분열의 시기에 큰 문제가 된다.
지나치게 세부적으로 들어가진 말자.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정당은 짙은 피부색을 지닌 사람들에 대한 증오와 두려움, 반주지주의와 반유대주의가 높은 비율로 배합된 칵테일과 같은 백인 국가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그들의 이런 메시지는 진짜 미국인들의 반감을 산다. 바로 그것이 게리맨더링에도 불구하고 상원보다 미국을 훨씬 정확히 대표하는 하원 선거에서 민주당 물결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트럼프와 공화당의 메시지는 소수파에 속한 미국인들 사이에 공명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이들은 백인이고 크고, 다양한 인종구성을 지닌 메트로폴리탄 지역에 거주하지 않는다. 인종적 반감과 이민에 대한 두려움이 비백인 거주자들이 거의 없고, 이민자들은 더더욱 없는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선거에서 패한 반면 상원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올해 상원선거를 치른 주가 트럼프 강세 주라는 우연이라든지, 구체적인 선거 이슈의 결과가 아니다. 그보다는 일반적인 미국인들과 이번 선거에서 상원의원들을 선출한 미국인들 사이의 깊은 분열과 문화 및 가치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지난 대선 전체 득표수에서 뒤진 현재의 대통령이 막강한 권한을 지닌 상원을 조종하는 상황에서 이런 차이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이다.
특히 트럼프와 그의 상원 친구들은 앞으로 2년을 법원을 우익 충성파들로 채우는데 사용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설사 앞으로 몇 달 내에 닥칠지 모를 헌정위기를 무사히 통과한다 해도 우리는 아마도 점차 높아지는 미국 정치 시스템의 정통성 위기를 목격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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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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