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주최로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경상남도 창원에서 열렸던 제23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에서 마지막 날 폐회식 직전 열렸던 월드옥타 이사회에서 차기 20대 회장 결과가 발표되자 행사장인 창원컨벤션센터는 충격에 휩싸였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무난한 승리가 예상했던 박병철 월드옥타 이사장이 하용화 미 동부지역 부회장에게 162표 대 105표로 57표 차이로 패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특히 선거 당일까지 박병철 이사장의 승리를 의심치 않았고 장우성(초대), 정진철(11대), 고석화(15대) 회장에 이은 네 번째 LA 출신 월드옥타 회장 선출을 기대했던 월드옥타 LA 지회(옥타 LA) 회원들의 실망감과 상실감은 컸다. 지난 2016년 10월 치러졌던 19대 월드옥타 회장 선거에서 이청길 후보의 낙선에 이은 옥타 LA 출신 후보의 연이은 패배여서 더욱 더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박병철 후보의 낙선으로 내년 제24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의 LA 개최도 함께 무산돼 기대됐던 남가주 한인 경제 활성화 효과도 없게 돼 더욱 아쉽다.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박병철 후보 진영이 선거전을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지 않았나 등 결과론적인 분석도 제기됐지만 월드옥타 내에서는 이번 선거가 박병철 후보 개인에 대한 평가보다는 옥타 LA에 대한 월드옥타 회원들의 불신, 또 옥타 LA의 위상 추락 등을 패배 요인으로 보면서 박병철 회장이 사실상 아쉬운 ‘희생양’이 됐다고 지적했다.
사실 지난 9월 두 후보의 경선이 확정될 때만 해도 박병철 후보의 승리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박병철 회장은 지난 1982년 가방제조 업체인 에베레스트 트레이딩을 설립, 가방 하나로 미국과 세계 가방시장을 평정한 성공적인 이민 1세대 기업가로 월드옥타 내에서 존경을 받고 있으며 옥타 LA 회장, 제18대와 제19대 월드옥타 이사장 등 월드옥타에서 21년간 봉사한 협회의 산증인이다.
하용화 회장은 중국과 호주 등 일부 지역 지회의 압도적인 지지를 확보하면서 당선이 가능했는데 특히 중국 지회의 몰표가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지회의 몰표 배경에는 지난 제19회 월드옥타 회장 선거의 앙금과 후유증이 주요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당시 중국 지회 출신의 차봉규 후보가 옥타 LA 회장 출신의 이청길 후보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도 사퇴를 해야 했다. 월드옥타 역사상 첫 중국 출신 회장 선출자로 관심을 모았던 차봉규 당선자의 갑작스런 사퇴는 선거를 전후해 불거진 이력서 학력위조 논란 때문이다. 이청길 후보가 선거과정에서 차 후보의 ‘학력 허위기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결국 차 당선자는 논란에 책임을 지고 회장에 취임하지도 못하고 사퇴를 해야 했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LA 지회와 중국 회원간 보이지 않는 앙금이 남아있다.
한 옥타 LA 전직 회장은 이번 선거의 패배, 또 옥타 LA의 문제점에 대해 “19대 회장 선거의 후유증으로 단일 국가로는 가장 많은 25개 지회를 가진 중국 회원들과 각을 지게 된 것도 문제였다”고 지적하면서도 “옥타 LA가 가장 많은 회장을 배출했고 1981년 월드옥타 출범 결성을 주도했으며 초대 본부가 위치하는 등 월드옥타 ‘종가집’이라는 자만심과 우월감에 사로잡혀 최근 수년간 월드옥타 내에서 외면당하고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슬픈 현실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옥타 LA 전직 회장도 “옥타 LA가 박병철 후보에게 힘이 되기보다는 누가 됐다“며 ”이번 패배를 옥타 LA가 협회 쇄신과 재정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이번 선거 패배를 계기로 옥타 LA 내부에서도 많은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초심으로 돌아가 옥타 LA 재건에 나서야 한다는 각오가 표출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
월드옥타는 ‘글로벌 한민족 경제 공동체 실현’이라는 목표로 전 세계 74개 국가, 147개 지회를 두고 정회원 7,000여명, 차세대 회원 2만여명을 거느린 재외동포 최대 규모의 경제단체다. 월드옥타는 LA, 남가주 한인사회 경제발전에도 크게 기여해왔으며 전 세계 월드옥타 지회 중 단일 지회로는 최대 규모인 옥타 LA의 적극적인 참여와 기여 없는 월드옥타의 미래 또한 상상할 수 없다.
연임이 확정돼 옥타 LA를 내년에도 이끌게 될 김무호 회장 등 지도부의 책임이 더욱 막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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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부국장·경제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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