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dy Gap쪽에서 본 서쪽 경관.
동쪽에서 본 Mt. Hawkins의 정상부.
이곳 남가주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즐겨 하는 말 가운데 “LA는 일년내내 거의 날씨가 맑고 따뜻하여 거주하기에 아주 좋은 쾌적한 곳인데, 서쪽으로 조금만 나가면 한없이 망망한 태평양의 넘실대는 물결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고, 또 조금만 내륙으로 들어가면 대단히 험준한 고산지역이 바로 지척에 있어 등산하기에도 너무나 좋으며 또 겨울에는 각종 설상스포츠나 해양스포츠도 즐길 수 있는 절묘한 곳” 이라는 자랑이 있는데, 우리 동포분들이 이 겨울의 초입을 맞으며 어디 가까운 곳에라도 가셔서 등산이라도 가끔 하시며 지내실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저런 사유로 바쁜 삶의 틈바구니에 갇혀 아직 못가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이 짧은 초겨울이 지나기 전에, 높은 산의 자락에라도 올라 첩첩한 산줄기의 파도를 보며 감탄성도 발해보고, 힘들게 산을 오르며 가뿐 숨도 몰아쉬며, 촉촉한 이마의 땀도 닦아 볼일이다.
산수를 사랑하는 것이 나라를 사랑하는 것의 시작이라고 들은 바가 있는데, 또한 자기자신을 사랑하는 것의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광대하고 아름다운 나라, 미국의 대자연을 즐기면서, 자기자신의 신체적 정서적 건강을 확실히 꾀하고, 이를 통해 나름대로의 가족사랑, 이웃사랑, 나라사랑까지도 펼쳐낼 수 있다면 이 또한 크게 복된 삶이 아니겠는가!
오늘은 LA의 북쪽을, 병풍처럼 길게 또 엄마의 품처럼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험준한 San Gabriel산맥의 중간쯤에 위치한 높은 산인 Mt. Hawkins를 찾아 간다. 여성의 이름이 붙여진 산인데, 특히 여관에서 웨이츄리스로 일을 했던 젊은 여인이 그 주인공이라 더욱 신기하다.
가는 길 Mt. Hawkins로 오르는 길은 크게 남과 북의 두방면으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는 La Canada를 지나는 2번 도로 (Angeles Crest Highway)를 이용하는 방법인데, 210번 Freeway의 Angeles Crest Highway 출구로 나와서 동쪽으로 41마일을 달리면 왼쪽 길변에 깔끔하게 단장된 꽤 큰 주차장에 이르게 된다. 이곳이 Islip Saddle이며 여기에 주차를 하고, 길을 건너서 남쪽에서 시작되는 등산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할 수 있다.
이는 시종 잘자란 소나무 숲길로 왕복 6.6마일에 순등반고도가 1740’로 완만하여, 등산경험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도 크게 무리는 없을 코스라 하겠다. 눈이 쌓여 있을 경우에는 장비나 시간계획을 잘 세워야 함은 물론, 특히 이 산을 잘 아는 분과 동행해야 함이 필수적이다.
두번째는 210번 Freeway의 Azusa Exit으로 나와서, 39번인 Azusa길을 따라 산쪽(북쪽)으로 직진하는 것이다. 25마일을 가면(마지막 10마일 정도는 꼬불꼬불한 오르막으로, 주변이나 아래쪽으로의 경관이 수려하고 또 아스팔트 도로마저 새로 깐듯 신선한 느낌을 주어, 아주 상쾌한 드라이브를 덤으로 즐길 수 있다) Crystal Lake Recreation Area 라는 안내판을 보게 되는데, 이 안으로 1마일 정도를 들어가면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하늘을 뚫을 듯 잘 자라있는 푸르른 숲속에 닿는다. 시설이 잘된 넓은 Campground가 있고, 이곳 Visitor Center에는 등산객을 위한 주차장이 잘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는 아름다운 숲과 천연호수가 있고 화장실이나 바베큐 테이블 등이 잘 구비되어 있어, 등산이 아니더라도 가족이나 친지들의 소풍코스로도 아주 훌륭하다고 하겠다.
등산코스
오늘은 두번째 코스, 즉 Crystal Lake지역에서 Mt. Hawkins를 등산하는 경로를 안내하고자 한다. 등산의 시작은 주차장인 Visitor Center에서부터 시작하는 셈이다. 이곳은 고도가 5440’인 고지대이므로 요즘같은 11월의 이른 아침에는 제법 쌀쌀한 추위를 예상해야 겠다.
경우에 따라서는 눈이 있을 수도 있으니 자켓이나 크렘폰의 준비도 필요하겠다. 트레일 중간 중간에 이정표가 잘 구비되어 있어 그를 잘 보며 올라가면 되겠지만 그래도 간혹 있을 수 있는 착각이나 실수를 피하기 위해서는 이곳의 상세지도를 꼭 휴대하길 강조한다.
주차장 옆에 북쪽으로 나있는 아름다운 숲의 포장도로를 따라 0.5마일허를 가면, 왼쪽으로 Windy Gap Trail의 시작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고, 이를 따라 1.5마일을 완만하게 오르다 보면 길이 다섯가닥으로 갈라지는 Junction을 만난다. 직진방향인 Windy Gap Trail을 계속 유지한 채 다시 1.1마일을 지그재그로 올라가면, 해발고도 7588’인 Windy Gap에 닿게 된다.
여기까지 3.1마일에 걸쳐, 2148’의 고도를 올라온 셈이다.
큰 통나무를 3미터 정도의 길이로 잘라내어 거기에 홈을 파서 만든, 거칠지만 그래서 오히려 운치있는, 완전 100% 천연 통나무 벤치가 정겹다. 대개는 센바람이 불고 있기 십상이라 Windy Gap이라고 부르는 것일텐데, PCT 코스와 합류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 Windy Gap은, 한국과 비교해서 말하면 해발 2280m에 가까운 높은 곳으로,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1915m)보다도 365m나 더 높은 곳이지만 그러나 등산을 시작하는 곳의 고도가 이미 1640m쯤이어서 여기까지 오르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는 않다.
이 ‘바람골’은 사거리를 이루고 있어, 직진하면, 내리막길로 0.4마일허에 Little Jimmy Camp Ground가 있어 아름드리 소나무숲속에 화장실과 바베큐 테이블이 잘 구비되어 있어 휴식하기에 좋은 곳이 곧바로 나오는데 여기까지만 등산을 한다면 왕복 7마일의 산행이 된다.
만약 좌측길을 따라가면, 0.9마일허에 있는 Mt. Islip( 8250’)의 정상에 올라 환상적인 View를 즐길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왕복 8마일의 산행이 된다.
우측길을 따라가면, Mt. Hawkins, Mt. Throop (9138’), Mt. Burnham, Mt. Baden Powell (9399’)로 이어지게 되므로, 누구나 각자의 형편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여 다양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이 Windy Gap이다.
일행 중에 특히 컨디션이 안좋은 사람이 있거나, 혹시라도 눈이 너무 많아 길을 찾기가 애매하거나, 시간이 너무 늦어졌거나 할 때는, 이제 그만 여기서 산행을 중지하더라도 전혀 억울할 일은 없을 듯 하다.
Mt. Hawkins(8890’)는 여기서 오른쪽의 굴곡이 많고 대단히 아름다운 길을 따라 1.6마일을 가면 도달하는 자그맣게 솟은 봉우리로서, 정상에서 남면하면, 남쪽으로 Mt. Middle Hawkins, Sadie Hawkins, South Hawkins로 이어지는 South Hawkins Ridge가 가깝다. 동쪽으론 Mt. Baden Powell 이 저만큼 떨어져 보인다.
지금의 Coldbrook Campground 자리에 있었던 ‘Doc’ Beatty’s Squirrel Inn에는 1901~1907년에 Nellie Hawkins라는 아름다운 여인이 Waitress로 있었다고 한다. 이 지역에서 일하던 광부들, 사냥꾼들, 등산객들 사이에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젊은 여인으로, 사람들이 그녀의 사후에 그 이름을 이곳 산들에 헌정했단다. 이 부근에 북적댔을, 거친 서부의 사나이들에게, 다정한 누이처럼, 애인처럼, 어머니처럼 사랑받고 존중되는 소중한 존재였나 보다. 어쩌면 그녀가 빼어나게 따스하고 자비로운 보살의 삶을 살았을 그런 정경을 떠올리니, 가슴이 훈훈해진다.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 없음”에, 인간이라는 유한존재로서의 애잔한 감회를 금할 수 없다.
이로써 4.7마일에 거쳐 3350’를 오르는 등산을 모두 마치고, 하산을 남겨두고 있는데, 올라온 길을 따라 그대로 내려갈 수도 있으나(이 경우의 산행거리는 왕복 9.4마일), 시간이나 체력의 여유가 있다면 South Hawkins Ridge를 타고 Mt. South Hawkins 까지 갔다가 Fire Road를 따라 Windy Gap Trail의 시작점으로 가는 Loop형 경로를 택하면 훨씬 다양하게 이 지역의 경관을 즐길 수 있다. 이럴 경우의 총 산행거리는 12마일이 된다. South Hawkins Ridge를 따라 남쪽으로 뻗어있는 길은, 키가 크고 잘생긴 소나무들 사이 사이로, 좁지만 정갈하게 나있어 편안한 느낌을 준다. 평소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고, 또 군데군데 솔잎이 깔려 있어 푹신한 카펫을 걷는 듯 산뜻하다. 초목과 낙엽과 흙의 향기도 즐길 수 있다. 또 Middle Hawkins와 Sadie Hawkins를 지나는 길은 정상이 아닌 기슭을 지나도록 나 있어 완만하고 쾌적하다. 왼쪽으로 Pine, Dawson, Baldy, Iron, Ontario 등의 큰 산들을 잘 볼 수 있다.
Mt. South Hawkins(7783’)의 정상은, 예전에 산불감시시설(Fire Lookout)을 두었던 이유를 얼른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전망이 탁월하다. 거의 360도에 걸친 일망무제의 광활한 경개는 가슴이 탁 트이는 듯한 감동과 탄성을 일으킨다. 또 서쪽 저 편으로 San Gabriel River의 큰 물줄기를 볼 수 있고, Crystal Lake으로 올라오는 구불구불한 도로와 주변 산줄기들의 웅장한 경치도 아름답다. 주차장에 돌아 왔는데, 아직도 1시간 정도의 여유와 에너지가 있다면, 이 Crystal Lake Recreation Area 입구 근처의 서쪽에 있는 Crystal Lake의 호반을 한바퀴 걸어 보는 것을 적극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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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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