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칼럼니스트
최근까지도 중간선거의 승패를 가를 핵심 쟁점은 헬스케어인 듯 보였다.
하지만 선거를 코 앞에 둔 지난 며칠간의 헤드라인은 미국 국경으로부터 1,000마일이나 떨어진 곳에서 북상 중인 난민 캐러밴에 대한 신경질적 반응과, 다수의 민주당 인사들을 겨냥한 암살시도 등 온통 증오로 채워졌다.
그러나 누가 무슨 이유로 사제폭탄을 발송했건, 캐러밴 히스테리아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증오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헬스케어에 관한 이야기를 피하기 위해 공화당이 채용한 방책이다.
우리가 이번 선거에서 보게 될 것은 우파가 수 십 년 동안 사용해온 증오 전략의 완결판이다. 다시 말해 문화전쟁을 조장하고, 무엇보다 인종적 반감을 불러일으켜 근로계층 유권자들이 그들에게 유해한 정책에 관심을 두지 못하도록 방해할 목적으로 마련한 전략이다.
감세와 사회안전망 해체에 중심을 둔 현대 보수주의 정책 아젠다는 내용면에서 일관되게 인기가 없다. 대다수의 유권자들은 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감세가 아니라 세금 인상을 원한다.
또한 보수파 정치인들은 소셜시큐리티와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를 축소하려든다.
반면 공화당 유권자들 중 대다수가 병력자들의 보험가입을 지지한다. 오바마케어에는 이미 명문화되어 있지만 공화당 의료보험안에는 결코 담길 수 없는 조항이다.
그렇다면 공화당은 도대체 무슨 수로 중간선거를 승리로 이끌겠다는 것인가?
부분적인 대답은 게리맨더링과 선거인단 및 다른 요소들로 선거 시스템이 그들에게 유리하게끔 짜맞추어 졌다는 사실이다.
공화당은 과거 여섯 차례의 대선 중 전국 득표수 기준으로 단 한차례 민주당을 앞지르는데 불과했음에도 선거인단 대결에서 세 번을 승리하며 백악관을 차지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최소한 6%이상의 득표차로 승리하지 못한다면 하원은 그대로 공화당 수중에 남아 있게 된다.
저울을 점차 무겁게 내리누르는 식의 유권자 압박 전략 역시 잊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여러 정책에 관한 공화당의 입장이 그토록 인기가 없는데 도대체 무슨 수로 그 많은 유권자들을 속일 수 있다는 말인가? 이런 경우 공화당이 즐겨 사용했던 한 가지 방법은 모든 진보적 정책에 공산주의라는 빨갱이 프레임을 덧씌우는 것이다.
50여 년 전 로널드 레이건은 메디케어가 미국인의 자유를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며칠 전 트펌프 백악관도 전국민 메디케어를 마오주의와 동일시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또 하나의 핵심 전술은 그들과 정적의 입장에 관해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시절, 그런 거짓말은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상대적으로 감지하기 힘들만큼 미묘했다. 부유층에 혜택이 돌아가는 감세가 실제로는 중산층을 겨냥한 것인 양 꾸미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오늘날 트럼프 행정부의 거짓말은 기존 병력자 보호조항을 폐기하려 끝없이 노력했던 후보들을 그 같은 조항의 절대적 지지자로 둔갑시키고, 민주당을 메디케어를 파괴하려드는 세력으로 지목해 비난할 만큼 뻔뻔스럽다.
그러나 정책을 둘러싼 거짓말은 일부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을지 몰라도 중간선거 승리를 담보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증오는 늘 전체 패키지의 부분일 뿐이다.
우리 모두 과거를 미화시키려 들지 말자. 캐딜락을 모는 웰페어 퀸 혹은 푸드 스탬프로 스테이크를 사먹는 원기 왕성한 젊은이를 부각시킬 당시 레이건은 자신이 하려는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치하에서 혐오 전략은 완전히 새로운 수준으로 이동했다.
그 중 한 가지는 수 십 년 동안 그들의 혐오 전략을 미사여구로 포장해온 공화당이 까놓고 인종주의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사실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요즈음은 일주일이 멀다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관리들, 혹은 공화당 지지자들 일부가 인종주의자 내지 민족주의자라는 폭로가 터져 나온다.
그와 동시에 공화당 주류는 반유대주의와 결탁된 음모론에 올인 했다. 트럼프 행정부 이전까지만 해도 음모론은 공화당 주변부에서만 받아들이던 것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한 예로, 트럼프 뿐 아니라 찰스 그래슬리와 같은 중견 상원의원들조차 브렛 캐버노의 대법관 인준에 항의하는 사람들은 모두 조지 소로스에 매수된 자들 이라는 거짓 주장을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받아들였다.
마지막으로 정적과 비평론자들에 대한 보복위협 역시 우파의 기본전술로 자리 잡았다.
힐러리 클린턴에게 사제폭탄이 우송된 날에도 트럼프는 “힐러리를 구속하라”는 지지자들의 구호를 이끌었다.
자신에 대항해 출마한 민주당 후보 비토 오루크를 교도소로 보내자고 제안한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은 아마도 농담을 한 것인지 모르지만 그런 종류의 농담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언론매체를 공공연하게 “국민의 적”이라 부르는 것은 폭력선동과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이런 강화된 증오전략은 과연 통할 것인가? 아마도 그럴 것이다. 동일한 언론매체들이 여전히 증오를 부추기는 자들의 곡조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것이 부분적 이유다.
무리를 지어 미국을 향해 북상 중인 중남미 난민들의 예를 들어보자. 우파의 히스테리아는 분명히 진실되지 못하다.
단지 사람들의 주의를 헬스케어를 비롯한 다른 중요한 이슈들로부터 떼어놓으려는 꼼수다. 기존 병력 따위에 신경 쓰지 말고 저 무시무시한 갈색 피부의 난민집단을 바라보라는 주문이다.
그럼에도 주요 언론사들은 헬스케어보다 난민 캐러반에 훨씬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만약 중간선거에서 이런 혐오전략이 먹힌다면 우파는 앞으로 더더욱 이를 구사하려들 것이다. 이 과정에 연루된 사람들이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것이라는 기대 따위는 접어두는 편이 좋다.
실제로 CNN과 몇몇 민주당 유력인사들이 우편으로 발송된 사제폭탄을 받고난 후에도 트럼프는 언론매체들을 비난했다. 내가 본 미래는 위협으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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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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