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칼럼니스트
트럼프 감세가 시행되기 직전, 나는 그것을 ‘사상최대의 세금사기’로 규정하면서 몇 가지 예측을 내놓았다.
감세로 인해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대폭 확대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공화당은 적자에 신경을 쓰는 척하며 또 다시 메디케어, 메디케이드와 소셜시큐리티 축소를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내가 추측했던 대로 대로 적자는 치솟고 있다.
그리고 이번 주 연방상원 다수당 지도자인 공화당의 미치 맥코넬은 “재정적자가 확대됐으며, 이는 대단히 우려스런 사태”라고 지적하고 예상했던 대로 “메디케어, 소셜시큐리티와 메디케이드를 축소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그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선전할 경우 공화당은 다른 무엇보다 오바마 의료보험부터 폐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되면 수 천 만 명의 미국인이 의료보험을 잃게 된다.
이같은 결과가 결코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는 정치 분석가들은 일찌감치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아야 한다.
돌이켜보면 부유층에게 감세혜택을 제공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적자를 빌미삼아 사회안전망을 갉아먹는 이른바 ‘야수 굶기기’가 지난 수 십 년 동안 지속되어온 공화당의 전략이었다.
아, 감세 자체가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공화당이 철썩 같이 믿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 것은 너무도 순진한 일이다.
말이야 어떻게 하건, 그들은 결코 감세가 적자와 무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이 감세를 밀어붙인 것은 정치자금을 기부한 “큰 손”들이 원했기 때문이고, 적자 매파라는 그들의 공적인 입장이 단지 눈속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말도 안 되는 경제적 잠꼬대를 믿지 않는다; 그보다는 경제적 헛소리에 그들이 팔렸다고 말하는 편이 더욱 정확하다. 그건 그렇다 쳐도, 예산과 관련한 공화당의 몇 가지 야바위 속임수는 그저 놀라울 뿐이다.
하나는 타이밍이다. 나는 맥코넬이 중간선거가 끝날 때까지 입을 다물 것으로 예상했었다.
다른 하나는 거짓말이다. 나는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우군들이 부정직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하지만 그들이 그토록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할 줄은 몰랐다.
무엇에 관한 거짓말이냐고? 우선 적자가 치솟은 이유에 대한 거짓말이다. 공화당은 적자 증가가 세수 손실이 아니라 지출증대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트럼프의 예산 디렉터인 믹 멀베이니는 적자 증가의 이유를 허리케인 구호 경비에서 찾으려고 한다.
지난해 연방 세수가 달러화 기준으로 그 이전 해에 비해 다소 증가한 반면 지출은 약 3%가량 늘어났다는 점이 이런 주장을 정당화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그것이 쓰레기 같은 주장이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인플레이션과 인구증가 및 다른 요인들 덕분에 세수와 지출은 매년 정상적으로 성장한다.
버락 오바마 집권 2기 동안 세수는 연 7%이상 늘어났다. 적자팽창의 근원은 정상적인 성장에서 우리가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에 따라 측정된다.
그러나 적자 발생의 기본이유에 관한 부정직성은 표준적인 공화당의 전략이다.
새로운 것이 있다면 예산에 관한 공화당의 태도, 공정하게 말해 주요 쟁점들 모두에 깊숙이 배어 있는 공화당의 이중화법이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이중화법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맥코넬은 메디케어, 소셜시큐리티 등 이른바 재정지원혜택을 적자의 원인으로 지적하고 그중에서도 특히 메디케어는 “지속불가능”하다는 거짓 주장을 펼친다.
공화당 소속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의 민간 정치자금 지원단체(Super PAC)는 민주당이 메디케어 삭감을 원한다는 비난 광고를 지속적으로 내보냈다. 너무도 기막힌 냉소주의다.
그럼에도 병력을 지닌 미국인들을 보호하는 오바마 의료보험 폐기에 찬성표를 던지거나 그 같은 보호조항을 없애기 위한 소송을 지지하고, 지금은 병력자들을 보호하기 원한다는 거짓 주장을 앞세워 중간선거에 나선 딘 헬러, 조슈 홀리 등과 같은 공화당 의원들의 태도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가 치르는 선거전에서 어느 한편은 그들의 속내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주요 정책 이슈를 지지하는 척한다.
공화당은 일찌감치 보험과 감세 등 주요 쟁점을 둘러싼 논쟁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그들의 정책을 바꾸기보다 먹물을 뿌려 유권자들의 시야를 가림으로써 그들이 서있는 진짜 위치가 어디인지 들키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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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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