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북한 방문 움직임이 실현될 것인가 여러 각도에서 갖가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문재인 대통령의 김정은 위원장 초청 용의 전달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북한의 공식초청이 오면 방문하겠다”는 내용인데 구두로 발표된 것들이어서 아직 명쾌한 그림을 그려 내기는 쉽지가 않다. 다만 교황의 북한 방문이 실현되리라는 가정만 가지고도 한반도를 조국으로 하는 우리들에게 큰 충격이 밀려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을 것 같다.
전 교황의 공산권 국가 폴란드 방문은 선풍적 민주화 바람을 일으켰고 현 교황의 쿠바 방문은 미국과의 수교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따라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북한방문이 실현될 경우 후폭풍이 자못 주목되는 것도 무리한 기대는 아닐 것이다.
북한은 그들의 사회주의 헌법에 종교 신앙의 자유를 인정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사실상 전술적인 형식에 불과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북한은 전형적인 그리고 대표적인 무신론 체제다. 공산주의 창시자 레닌의 교시에 따라 유물론을 최고의 선으로 받들어 오고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신을 믿고 이상사회를 염원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퇴폐적 사상임으로 종교라는 것은 이상사회 실현의 가장 큰 적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유신론을 타파하고 유물론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논리이다.
인간이 지니고 있는 사유(思惟)세계의 무한자유를 인위적으로 제도화하고 제한하며 인류의 이상향을 추구하는 모순을 주장한 공산주의는 결국 몰락하지 않았는가. 북한은 이 와중에서 주체사상, 유일사상을 앞세운 수령 절대주의로 변신하여 정권을 이어왔다. 만약 프란치스코 교황의 북한방문이 실현된다면 신을 숭상하는 눈으로 볼 때 암흑세계에 밝은 등불을 켜보는 것으로 비유된다. 그리고 신앙 없는 암흑세계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인류의 대표적인 신앙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등장이 새로운 불빛이요, 가슴 속 깊숙이 잠들어 있던 자유본능의식을 흔들어 깨우는 파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김일성 주석은 서거 전 “우리도 서양 사람들과 다른 하느님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며 우리의 조상 단군 시조를 숭배한다며 평양 근교에 대규모 단군능을 건설하고 지금도 계절 따라 성대한 시제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외세를 배격하고 자신의 권력을 우상화하기 위해 인민을 선동하려는 저의가 있었음은 누구나 다 아는 바다. 북한에 존재한다는 장충성당, 봉수교회, 묘향산 보현사 등 종교시설이 유지돼오고 있는 것도 자기 우상화를 공고히 하고 외부세계에 종교자유가 있는 척 하는 형식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김일성은 기독교 가문의 후예다. 그의 아버지 김형직, 어머니 강반석은 성실한 기독교인이었던 것으로 선전하고 있다.
90년대 중반에는 미네소타 한인성당의 부제 이창재(82)가 북한 김일성 대학 역사학과에 주체 종교 강좌를 개설하려다 실패한 바 있다, 4.19 직전 서울대(철학과) 총학생회장 출신인 이 씨는 60년대 큰 파문을 일으켰던 학사주점 사건에 깊은 연루가 있었던 인물이다. 그는 “북한의 종교관이 전보다 훨씬 관대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무튼 북한의 프란치스코 교황 초청이 사실이라면 김정은 위원장의 대단한 결단임에 틀림없다. 북한의 현실에서 종교자유를 튼다는 것은 불가피한 체제변화를 예측해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유일사상 수령절대주의 체제에 ‘하느님’이라는 유일신을 용납하겠다는 것인데 엄청난 사건이 아닌가. 김 씨 일가 3인을 하느님보다 높은 존재로 믿으며 살아오고 있는 북한동포들이다. 김 씨 일가 3인에 대해 경배하거나 감사하지 않고 부처를 향해 합장을 하거나 십자가를 보고 성호를 그으면 불순분자가 돼 곤욕을 치러야 하는 것이 북한 사회가 아닌가.
교황의 북한방문을 앞두고 절차나 의전관계를 복잡하게 고민하는 좀스런 사항에 집착하지 말고 크게 교황의 북한방문 사실 자체를 체제에 대입시켜 큰 눈으로 관찰해야 한다.
교황은 북한방문에서 종교인으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인권문제를 의미심장하게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박해받는 종교인의 석방을 설파하거나 심지어는 면담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교황의 북한방문은 어떤 형태로든 북한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임이 틀림없다. 김정은 위원장의 교황 북한방문 초청이 단순한 난국 타개를 위한 제스처인지 인민들에게 평화와 자유를 부여하기 위한 위대한 혁명의 길을 결심한 것인지 속내가 궁금하기 짝이 없다.
교황의 북한방문이 실현된다면 우리 문재인 대통령의 공로에도 크게 점수를 매겨야 한다. 교황의 북한방문이 어두운 세계를 일시적으로 비추고 지나가는 서치라이트가 아니라 영원히 불을 밝히는 등불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571)326-6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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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용 자유광장 회장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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