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안과병원 2009~2017년 진료 분석
▶ 고령화에 당뇨환자 증가 영향, 당뇨망막병증·황반변성이 진료인원·증가율 각각 1위
한 당뇨병 환자가 당뇨망막질환 등의 경과를 확인하기 위해 안저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김안과병원>
지난 9년 동안 망막질환 가운데 당뇨망막병증과 황반변성이 각각 진료인원·증가율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양의대 김안과병원이 지난 2009~2017년 망막병원을 찾은 34만6,206명을 분석했더니 연간 망막질환 진료인원은 69% 증가했다. 9년간 진료인원은 당뇨망막병증이 7만9,443명으로 가장 많았고 황반변성(4만1,026명), ‘눈 중풍’으로 불리는 망막혈관폐쇄(2만6,070명) 순이었다. 상위 2개·3개 질환자가 전체 망막질환 진료인원의 55.4%, 67.4%를 차지했다. 진료인원 증가율은 황반변성이 87%(2,995→5,598명)로 1위였다.
가장 흔한 망막질환인 당뇨망막병증은 백내장·녹내장 등과 함께 당뇨병으로 인한 눈 관련 합병증 중 하나다. 망막에는 혈액을 통해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는 많은 혈관이 뻗어 있다. 당뇨병으로 오랜 시간 고혈당에 노출되면 망막혈관, 특히 미세혈관에 혈액순환장애가 생겨 시력저하가 생길 수 있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으며 시세포가 몰려 있고 초점이 맺히는 황반부에 병적 변화가 생기면 시력저하가 나타난다. 하지만 당뇨망막병증이 상당히 진행됐더라도 황반부에 문제가 없으면 대부분 시력저하가 나타나지 않는다.
당뇨병 환자 중에는 고혈압·고지혈증을 동반한 경우가 많다. 망막 동맥·정맥이 혈전으로 막혀도(망막혈관폐쇄) 통증 없이 갑자기 심한 시력저하가 발생한다. 당뇨망막병증을 예방하고 늦추려면 혈당·혈압 등을 잘 조절하고 담배를 끊어야 한다. 늦지 않게 경과 관찰을 하면서 치료해나가면 수술까지 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동원 김안과병원 망막센터장은 “시력저하 증상만으로는 당뇨망막병증의 진행 정도를 파악할 수 없으므로 당뇨병 환자라면 아무런 증상이 없더라도 1년에 한 번 이상 망막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당뇨망막병증 진단을 받은 여성이 임신했다면 병증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으므로 적어도 3개월에 한 번 망막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진료인원 증가율 1위인 황반변성은 황반부에서 빛을 감지하는 광수용체들이 더 이상 빛을 감지할 수 없을 만큼 퇴화되고 섬유성 흉터조직이나 빈 공간으로 대체되는 경우를 말한다. 주된 원인은 노화다.
황반변성은 주로 50세 이후에 발생하며 65세 이상 노인 실명의 가장 큰 원인이다. 노화로 인해 혈관이 영양분과 산소를 망막 신경층에 잘 전달하지 못하고 노폐물(드루젠)이 쌓이게 된다. 이를 건성(비삼출성) 황반변성이라고 하며 황반변성의 80~90%를 차지한다. 초기에는 대개 자각 증상이 없고 시력도 괜찮다. 하지만 말기 단계까지 진행하면 망막의 신경조직이 위축되면서 황반이 변성돼 시력이 크게 떨어지고 습성(삼출성)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마땅한 치료방법도 없어 더 이상 진행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습성 황반변성은 황반을 포함한 망막에 산소·영양 공급이 제대로 안 돼 그 아래 혈관층(맥락막)에서 정상적인 혈관 벽 구조를 갖추지 못한 신생혈관들이 마구 생겨나 망막까지 침범해 발생한다. 황반 시세포·시신경 등을 포함한 망막이 신생혈관들로 인해 우그러지거나 신생혈관이 터져 피·삼출물로 오염돼 염증·부종이 만성화하면 급격한 시력저하, 직선이 구부러져 보이는 변형시, 시야 일부가 가려져 보이는 암점 등이 나타난다. 병변이 황반과 가까울수록 초기부터 시력저하가 나타나며 방치할 경우 2년 안에 실명할 수 있다. 신생혈관 조직이 망막을 잡아당겨 망막이 아래층과 떨어지는 망막박리가 생기기도 한다.
시력상실을 예방·억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조기에 진단을 받아 빨리 치료받는 것이다. 주된 치료법은 신생혈관이 생기는 것을 억제하는 항체 주사다. 신생혈관에 레이저광선을 쪼여 없애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이 센터장은 “항체 주사제는 초기일수록 효과가 좋고 시력 개선 효과도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다”며 “다만 효과가 일시적이어서 1년에 6회가량 맞아야 하는 경우가 흔하고 오래된 신생혈관으로 망막에 흉터가 생기거나 신경세포 손상이 진행된 뒤에는 효과가 떨어지거나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황반변성은 조기발견과 예방이 중요하므로 50세 이상에서는 적어도 1년에 한 번 검진을 받는 게 좋다. 특히 암점, 격자 무늬(암슬러 그리드)를 볼 때 변형시가 생기면 즉시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 흡연, 강한 자외선 노출을 피하고 고혈압·고지혈증·심혈관계 질환을 잘 조절하며 항산화비타민(비타민C·E), 루테인·아연보충제, 안토시아닌·베타카로틴이 풍부한 포도·블루베리·오렌지·파인애플 같은 보라색·노란색 과일을 자주 먹으면 황반변성을 예방하거나 악화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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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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