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꿀, 내햄버거 안 샀어?” “누구 명령인데요? 천국 테이블에 있네요.” 천국 테이블이란 TV와 카우치 사이에 있는 커피 테이블이다. “Thank you, 꿀.” 그가 항상 카우치에 몸을 담그고 커다란 구두를 그대로 신은 채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TV를 튼다. 맥주를 마시면서 말한다. “이게 천국이라고.” 그래서 그테이블이 천국테이블로 된 거다.
“헤이 꿀, 내맥주.” 오늘은 토요일이다. 아침부터 TV다. 그리고 컬리지 풋볼은 하루 종일 계속된다. “너는 팔다리가 없냐, 나만 종년같이 부려먹게.” 맥주를 가져오면서 여자가 말한다. “나 팔 있어. 그리고 다리도 있어.” 맥주를 넙죽 받으면서 남자가 말한다. “내가 못 살아.” 여자가 말한다. “Thank you, 꿀.” “유 웰컴이다, 꿀.” 이렇게 꿀타령 하는 남자는 남편이고 여자는 그의 아내다.‘ 여기의 꿀은 Honey 다. 사랑하는 남녀만이 쓰는 말 일거다.
“나보다 햄버거를 잘 만드는 사람은 이 집 밖에는 없어.” 한 개에 20센트. 6개를 사면 1불. 이곳에 맥도날드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줄 서서 기다리며 햄버거를 사야만 될 정도로 항상 사람이 많았다. 헌데 요즘은 문밖에까지 줄서는 경우는 드물다. “걱정? 노웨이. 꽁꽁 얼은 고기를 다시 녹여서 만든 버거가 출생지가 분명한 나의 싱싱한 고기로 만든 버거를 따를 재간이 없지. 더구나 나의 모든 재료는 전부가 최상급이고.” 혹시나 누군가가 걱정이 되어 물으면 주인은 이렇게 대답한다. 고등학교 알바인듯한 어린 소년 두 명이 연상 한구텅이에서 햄버거 고기를 기계로 가는게 보인다.
그런데 -- 어느날 이가게가 문을 닫는단다. 맥도날드에 밀려서가 아니다. 주인이 은퇴를 한단다. ‘가계를 팔지. 누군가가 이를 사서 맛있는 햄버거 가게를 이어가야지.’ 허지만 주인아저씨는 아니란다. 할아버지 한테서 대대로 물려받은 가게를 타인에게 넘길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돈 벌어 공부 제대로 시켜놓고 보니 이 가게를 이어 받겠다고 손 드는 자식 한 놈도 없단다. 그래서 문을 닫고 “Western Burger” 라는 상표도 가문으로 지킬거라는거다. 카우걸 모자를 뒤로 제치고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말을 달리는듯한 입체간판도 영원이 굿바이다. 동네가 난리다. 아니 신문을 본 촌 동네 전체가 난리다.
꿀아저씨는 직업이 Cook 이다. 해군생활 20년 동안 군함속에서 요리사로 군무를 끝내고 은퇴했단다. 이제 나이 40이 좀 넘었다. 은퇴란 말도 안 된다. 지금은 어느 식당에서 쿡으로 일하고 있지만 상황이 된다면 식당하나 차리고 싶다는 게 그의 꿈이다.
어느 날,
느즈막히 집에 오니 하숙집 아저씨가 종이 한 장을 준다. “네가 좋아하던 이웃집 식구들 떠났다.” “에?” 떠나다니, 말도 안 된다. 왜 그렇게 갑자기 무슨 일이 있길대. “학생총각, 잘있어요, 그리고 공부잘해서 소원대로 박사도 되고 그러라구요.” 종이에 이렇게 간단히 쓰여저있다.
끝, 그거다. 다리에 힘이 쭉 빠진다. “언제 갔어요?” “아까 12시쯤. 남자가 먼저 픽업트럭에 짐싣고 떠났고, 약 두시간 쯤인가 여자도 떠났단다.” “꿀 아줌마 프리웨이 운전 잘못하는데...” 가슴이 두근거리며 눈물마저 나올려한다. “어디로 갔데요?” 한참 만에 하숙집 아저씨에게 묻는다. “엘레이.” 맞아, 거기에 어머니가 계시다는 말 했었거든. 꿀아저씨가 좋아하던 바비큐 핏이 있는 그 집 뒤뜰로 가본다. 모든 게 항상 그대로인데...
그한테서 많은 것을 배웠다. 요리 양념의 기본은 소금이란다. 다음이 후추. 묵직한 무쇠 팬을 강력한 화력위에 달군다. 약한시간쯤 전에 냉장고와 이별한 스테이크에 소금으로 샤워를 시킨후 팬 위에 얹힌다. 약 3분. 반대쪽 역시 소금을 뿌려 뒤집는다. 약 2분. 이어 350도 오븐에 약5분에서 10분간 팬과 함께 넣었다가 스테이크를 꺼내 도마 위에 모신다. 은박지로 텐트해서 약 10분. 먹기전 후춧가루는 옵션이란다. “우리 꿀도 이거 좋아해.” 아줌마뿐이 아니다. 복술이도 좋아한다. 아저씨 손에 있는 고기 쪽을 먹고 아쉬운 듯 복술이는 그 손바닥을 열심히 핥는다.
Cooking 을 할 때마다, 특히 스테이크, 그들이 생각난다. 복술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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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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