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스포츠란 용어는 어원상 고대 영어의 ‘흥겹게 놀다’(disport)에서 유래했다. 따라서 흥겹게 노는 행위를 통해 삶의 활력을 돋우고 신체 단련과 사회성을 증진하는 활동이 스포츠의 본래 목적이다. 그러나 현대의 스포츠는 승패 경쟁으로 몰며 상업주의 스포츠로 흐르고 있다. 아마추어들의 고상한 품격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스포츠 미디어·구단주·스폰서 기업들이 프로선수들을 독려하며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2017년 12월 포브스 보도에 따르면 ‘하늘을 조금은 날 수 있다’는 마이클 조던은 매년 나이키로부터 ‘에어조던’ 신발 매출의 4~5%를 로열티로 지급 받는다고 한다. 나이키는 2016년 1년 한 해 무려 28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 그에게 1억 달러 로열티를 지급했다. 또한 조던은 모든 운동선수를 통틀어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재 그의 재산은 18억 5,000만 달러가 넘는다. 그가 은퇴를 선언하자 나이키·게토레이 주식이 30% 이상 폭락했을 정도였다.
미국에서 풋볼에 대적할 수 있는 스포츠는 없다. 2017년도 NFL(프로풋볼) 수입은 자그만치 140억 달러였다. MLB(프로야구)는 100억 달러, NBA(프로농구)는 73억 7000만 달러, NCAA(대학스포츠협회)는 10억 달러 수입을 올렸다. 미국 스포츠 산업 규모는 자동차 산업의 2배, 영화 산업의 7배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1440년 헨리 6세에 의해 설립된 영국 이튼 학교는 체육 교육을 중시한 전통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1870년대 미국의 프로테스탄트 엘리트들은 교양 있는 영국 신사가 되는 것이 이상이었다. 그들의 자녀들에게 영국 신사의 품성을 가르치기 위해 상류층 교육기관이 필요했는데 매사추세츠주 청교도 상류가문 출신 앤디코트 피바디는 1884년 뉴잉글랜드에 이튼스쿨을 모델로 한 미국 최초의 사립 예비학교 그로턴(Groton)을 설립했다.
피바디는 이 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면서 지식 함양보다 영국 신사의 덕목인 ‘고상한 품격’을 강조했는데 젊은 시절 영국에 유학하면서 케임브리지 교수였던 찰스 킹슬리의 교육 이념에서 영향을 받았다. 킹슬리는 건강한 체력과 불굴의 정신은 박력 있는 운동경기에서 함양되며, 체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극기훈련은 고통과 인내를 경험하게 하며, 페어플레이 정신과 협동심·충성심·공동체의식·용기 등 리더십 자질을 운동경기에서 배울 수 있어 스포츠 정신이야말로 고상한 품격을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 열렬한 스포츠 지지자이다.
이러한 그의 스포츠 정신은 피바디가 설립한 그로턴 사립 예비학교에서 시작돼 다른 예비 사립학교로 전파되고 고스란히 명문 사립대학으로까지 영향을 끼쳐 상아탑에서 풋볼·농구·하키 경기 참여활동이 지적 탐구보다 우선 순위였다. 이러한 대학문화로 자연스레 운동선수가 학생 서열의 정상을 차지했으며 학교에서 여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은 공부 잘하는 범생이들이 아니라 건장한 체격의 풋볼선수로 쿼터백은 언제나 염문을 뿌리고 다니며 남성다움의 화신으로 여길 정도로 인기를 독차지 했다. 이러한 전통은 오늘날까지 계속 이어져 하버드는 41개, 프린스턴은 31개 스포츠 팀을 운영하고 있고 아이비리그 학생들의 27%는 운동선수로 채워지고 있을 정도로 대학 입학룸의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고 있다.
욕망은 부족과 결핍의 감정으로 결코 충족될 수 없는 욕구이다. 왜냐하면, 누구와 상대적으로 비교하면서 느끼는 성취나 쾌락은 다시 강한 상대를 만나면 좌절감과 고통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이 집착은 인간을 올가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루소는 “욕망은 우리를 자꾸 자꾸 끌고 간다. 도달할 수 없는 곳으로 끌고 간다. 우리의 불행은 거기에 있다”라고 하였다.
경쟁은 무언가를 놓고 겨루는 것을 말한다. 경쟁은 이익과 승리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협동과는 상호 배타적이다. 경쟁은 온갖 갈등과 긴장을 생산하고, 쾌락과 고통을 가져다주며, 파괴적 행동으로 인간을 불행하게 한다. 반면에 협력은 서로 다른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면서 공통으로 성취해가는 과정에서 함께 누리는 충만한 기쁨과 행복을 창출한다.
비교와 경쟁 없이 기쁨과 행복과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일은 분명 있다. 어떤 일을 할 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기꺼이 혼신을 기울여 신명나게 몰입하는 일이라면 다른 사람을 전혀 의식할 필요가 없다. 거기에 경쟁의식은 없다. 경쟁은 상대의 패배를 전제로 이루어지는 욕망의 심리적 분열 운동의 산물에 불과하다. 경쟁 없이 사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 자신의 잣대, 자신이 믿고 의지한 대로 사회를 바라보며 경쟁의 모순된 부분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며 경쟁문화를 정당화 한다.
풋볼, 야구, 농구 운동기구들을 SUV 차량 트렁크에 가득 싣고 일주일 내내 자녀들을 필드로 내모는 미국인들의 운동에 대한 사랑과 집착은 너무 지나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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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국 정치 철학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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