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짱걸음 크면서 호전되지만, 10%가량은 고관절 등 변형 지속
▶ 팔자걸음땐 허리 뒤로 젖혀 걷게 돼, 척추관 좁아지고 근골격계 질환
역대급 무더위가 물러나고 완연한 초가을 날씨가 이어지면서 공원·둘레길 등을 활기차게 걷는 분들이 부쩍 늘었다. 걷기는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심장과 혈관,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해주며 탄력 있는 몸매를 만들어주는 대표적인 유산소운동이다. 달리기와 달리 부상의 위험도 적다.
다만 다리가 O자·X자 모양으로 많이 휘어 있거나 팔자·안짱걸음이 심한 편이라면 통증이 생기기 전이라도 정형외과 등을 찾아 골반이 틀어졌는지, 바깥쪽 또는 안쪽 무릎관절이 많이 닳았는지 등을 확인하고 적절한 치료나 고쳐야 할 생활습관에 대한 조언을 들어보는 게 좋다. 방치할 경우 엉덩·무릎관절 등의 변형·퇴행과 통증은 물론 전체적인 신체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걷는 자세 나쁘면 관절 통증·변형 빨라져=비정상적인 걸음걸이로 병원을 찾았다면 안짱걸음 때문인 경우가 흔하다. 걸을 때 발이 안쪽으로 향하는 안짱걸음은 엉덩관절·허벅지뼈·정강이뼈가 안쪽으로 틀어져 생기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 시기가 지나면 대부분 저절로 호전되지만 10%가량은 변형이 지속된다. 오래 걸을 때 아킬레스건을 충분히 쓰지 못하게 되며 발목·무릎 관절에 통증이 생기기 쉽다.
한국인은 누구나 O자 다리 상태로 태어나 보통 네 살까지 X자 다리 형태로 변화했다가 8세 무렵 어른처럼 약간의 ‘O다리’가 된다. 업어 키우는 경우가 많고 온돌·좌식문화, 유전적 요인 등의 영향을 받아서다.
O다리란 다리가 바깥쪽으로 휘어져 차렷 자세로 섰을 때 양 무릎이 닿지 않고 벌어진 상태를 말한다. 무릎 사이에 주먹 하나가 들어가고 남을 정도로 상태가 심하면 무릎관절 안쪽에 체중이 실려 빨리 닳게 된다. 젊어서는 무릎 주변 인대손상, 40~50대 이상이 되면 퇴행성 무릎 관절염 등이 생기기 쉽다. O다리이고 통증이 있는 40~60대라면 무릎 아래 정강이뼈 바깥쪽의 일부를 잘라 벌려주고 골반뼈나 인공뼈로 그 부분을 채워주는 수술(근위경골절골술)을 하면 다리가 펴지고 통증이 완화돼 관절염을 늦출 수 있다.
◇O다리·복부비만·임신 팔자걸음 유발=O다리는 팔자걸음(양반걸음), 골반 틀어짐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팔자걸음은 발가락 쪽이 바깥쪽으로, 안짱걸음은 안쪽으로 15도 이상 벌어진 상태로 걷는 것을 말한다. 팔자걸음도 O다리, 골반 틀어짐을 악화시키고 장이 처져 아랫배가 볼록 나오게 한다. 또 허리를 뒤로 젖히면서 걷게 해 척추관이 좁아지고 척추 후관절에 염증을 일으킨다. 팔자걸음의 원인 중 70%는 양반다리로 앉는 등 생활습관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O다리인 사람이 무릎관절 안쪽에 실리는 부하를 줄이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바깥쪽에 힘이 실리도록 하려다 보니 팔자걸음을 걷게 된다는 분석도 있다. 복부비만이 심하거나 허벅지 안쪽 살이 많은 경우, 임신도 팔자걸음을 유발한다.
팔자걸음을 개선하려면 자전거 타기, 인라인·아이스 스케이팅 등 허벅지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과 양발이 11자가 되도록 걷는 훈련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
X자 다리는 무릎을 가지런히 붙이고 나면 양쪽 발목을 붙여보려고 해도 주먹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 생긴다. 앉아서 생활하는 문화, 다리를 꼬는 자세, 잘못된 보행습관, 비만 등이 X자로 휜 다리 발생에 영향을 주며 중년 여성에게 잘 생긴다.
서동현 부평힘찬병원 의무부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안짱다리로 걸으면 엉덩관절 변형이, O다리로 팔자걸음을 하면 퇴행성 무릎 질환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팔자걸음을 걷는 사람의 상당수가 통증을 호소하는데 허리통증은 남녀 비율이 비슷하지만 무릎 통증은 여성이 월등히 많다”고 말했다.
걷는 자세는 나이가 들면서 하지 근력이 약해져 자신도 모르게 변하기도 한다. 불편한 신발도 무릎·엉덩관절에 무리를 준다. 발을 질질 끌고 걷는 편이라면 보폭이 좁아져 다리 근육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 인대가 늘어날 수 있고 피로·발 통증을 느끼기 쉽다. 상체를 앞으로 내밀거나 들어 올리고 걸으면 몸무게가 뒤꿈치로 쏠리고 허리통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바른 자세로 걷고 싶다면 걸을 때 몸의 형태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턱은 가슴 쪽으로 자연스럽게 당기고 시선은 약간 올려 15~20m 앞을 바라본다. 고개가 앞으로 숙어지거나 뒤로 젖혀지면 목에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엉덩이가 빠지지 않게 허리를 세우고 배를 내밀지 않는다. 가슴은 앞으로 내밀어 체중이 약간 앞으로 쏠리는 듯한 느낌으로 팔을 가볍게 흔들어 준다. 발은 뒤꿈치 중앙부터 땅에 닿아야 충격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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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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