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롬= 300년 만에 건진 전투함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시청은 생각보다 소박하고 검소하지만 품위가 있었다. 옛날 시가지인 감라스톤은 돌길을 따라 구경하고 스웨덴에서 가장 오래된 전투함인 바사호 박물관을 찾았다. 기술자인 남편을 따라 꼭대기까지 구경을 했는데 자신이 보기엔 배 주변에 붙어있는 쓸데없는 조각장식 땜에 가라앉은 것이라며, 전투함인데 전투는커녕 출항하자마자 창피하게도 항구 앞에서 침몰한 걸 300년 만에 건져서 뭐가 잘랐다고 복원해서 박물관까지 만들어서 자랑질이라며 배 아파한다.
베르겐= 노르웨이 제2의 도시
노르웨이 제2의 도시에서는 어시장과 강원도 명태와 비슷한 나무로 만든 커다란 대구, 오래된 목조건물이 늘어서 있는 골목길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노르웨이의 대표적인 음악가 그리그박물관은 그 후손이 살아서 정갈하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나며 남향집이 최고라는 우리와 달리 이곳에선 햇살이 끝까지 남아있는 서향이 인기가 좋아서 그는 서향 빛이 남아있는 절벽무덤에 잠들어있다. 바다를 향한 작업실과 그 뒤의 작은 음악당은 그 당시에도 마차를 타고 한참 와야 했지만 예나 지금이나 좋은 것은 찾아다닐 만한 가치가 있다.
플름에서 출발하여 867m 벼랑까지 오르는 플름 열차의 창문은 그림엽서와 같다. 수많은 터널을 통과할 때마다 아슬아슬하며 황홀한 풍경을 보여주더니 까마득한 높이에서 떨어지는 호스폭포에서 잠깐 멈춘다. 폭포 옆으로 이곳의 요정답게 튼튼한 꼬리가 달린 못생긴 홀타 마녀가 나타나 노래를 부를 땐 잠시나마 동화의 세계로 돌아가서 꺅꺅 소리를 지르며 어른들이 더 난리다.
세계최대의 빙하인 브릭스달로 이동하는 길은 빙하가 녹아내린 물이 무섭게 휘몰아친다. 바퀴가 큰 차로 올라가고 걸어가서 거의 다 녹아내린 빙하를 보니 마음이 짠하다. 송네 피요르 협곡은 노르웨이에서 가장 길며 양쪽에서 떨어지는 물줄기와 산비탈 깊은 곳 목동이 살았다는 곳을 거쳐 경치 좋은 협곡에 있는 올덴에 도착하여 커다란 크루즈가 3척이나 동네 앞바다에 떠있는 경치가 보이는 산장호텔에서 묵는다.
오랜만에 긴팔 옷을 입고, 북유럽답게 히터 켜는 방법을 괜시리 물어보며 시원하게 푹 잤다. 게이랑에르 피요르 협곡은 투어버스까지 싣고 페리로 이동한다. 갑판위에 올라가서 어제와는 다른 웅장함에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물을 가르며 가고, 중간에서 만나는 7자매 폭포는 날씨가 가물어서 4자매만 머리를 풀어 물줄기를 흘러내린다.
산속깊이 이어진 독수리길을 졸며 깨며 말목장이 있는 베나부에 도착했다. 깊은 산장에서 저녁을 먹은 후에 산등성이에 오르니 꾀꼬리노래가 들린다. 알고 보니 어떤 노래도 척척 부르는 노래요정이 우리 일행 중에 있었다. 그리운 금강산, 넬라 판타지아, 고향 같은 가곡과 가요, 팝송을 끝없이 부르는 산장음악회는 주변에서 목 빼고 듣는 외국인들까지 박수를 치고 엄지를 척 내민다.
오슬로= 조각공원과 노벨상
오슬로 동서를 가로지르는 칼요한 거리 보행자 전용거리를 걸어보고 노벨평화상을 받는 시청 안에서 평화상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가 되짚어본다.
노르웨이의 세계적 조각가 구스타프비게란 조각공원은 인간의 탄생과 희로애락이 잘 표현된 여러 모습의 사람들 조각들과 함께 시민들의 아끼고 사랑받는 공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코펜하겐= 왕실 근위병이 지키는 궁전
평지와 꽃과 운하가 어우러진 덴마크는 작지만 강한 나라다. 아직도 세계의 구석구석엔 여기저기 덴마크령인 곳이 여러 곳 있다. 운하를 따라 예쁘게 꽂을 가꾸어 놓은 길을 산책하며 실존주의 철학자 키에르케르고 동상 앞에서 생각하는 철학자 남편들이 모여 사진을 찍고, 그 남편을 조정하는 실세인 아내들도 옹기종기 모여서 사진을 찍으며 추억의 끝자락을 남긴다.
여러 번의 수난을 거친 안데르센 동화에 나오는 인어공주 조각상에는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슬픈 사랑의 주인공 인어공주는 아직도 왕자를 기다리는듯하다.
전설의 여신 게피온 분수대에선 황소로 변한 아들들이 부지런히 땅을 일구며 엄마의 욕심을 채우려 애쓰니 여신이나 인간이나 엄마의 욕심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끝이 없다.
덴마크왕실의 근위병이 지키는 궁전을 돌아보고 이번 여행을 마무리하며 미국의 방방곡곡으로 헤어질 여행식구들과 이별을 고한다.
아끼고 절약하며 건강한 그들을 보며 그동안 낭비에 익숙해있던 나의 생활과 지구의 온난화를 몸으로 눈으로 실감했다.
그러면서도 집에 돌아가면 파삭한 감자튀김과, 얼음에 잠긴 콜라와, 기름이 질질 흐르는 닭 날개를 에어컨 속에서 만나길 정말 미치도록 그리워하는 나는 평범한 아낙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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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박명희(워싱턴통합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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