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 일본에서 프로 바둑기사로 활약 하는 마이클 레드몬드(Michael Redmond) 9단을 만났다. 작년에 워싱턴 D.C.의 내셔널 기원 개원식에서 처음 인사한 후 1년 만이었다. 그는 이번에도 내셔널 기원의 특별행사에 참석하려고 왔다. 그런 차에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일본어 심화 교육을 제공하는 두 초등학교를 방문하고 싶다고 했다. 일본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바둑을 소개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내가 해당 학교들 방문을 주선했다.
레드몬드 9단은 현재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약 500명의 프로 기사들 중 유일한 미국인이다. 과거에 또 다른 한 명이 있었는데 은퇴했다고 한다. 레드몬드 씨 외에 서양 기사로는 핀란드 출신이 1명 있다고 했다. 물론 한국, 중국 출신 등의 아시안계 외국인 기사들은 일본에 제법 된다.
서양인으로는 유일하게 프로 9단이 된 레드몬드 씨가 바둑을 처음 배운 것은 10살 때였다. 캘리포니아에서 태어 난 그는 아버지로부터 바둑을 배웠다. 처음엔 여러 점을 놓고 두는 접바둑이었다. 그러나 3판 2승으로 치수를 조정했는데, 많이 놓고 두던 바둑알 숫자를 줄이는 재미에 열심히 두었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아버지 실력을 넘는 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아버지 실력을 능가하자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기원으로 실력 연마 장소를 옮겼다. 당시 그 기원에는 한인 고수들이 군림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 곳에서도 금방 실력이 늘어 고수들을 차례로 누르게 되었다. 결국 13살에 바둑을 제대로 공부하기 위한 가능성 타진을 위해 일본을 처음 방문했고, 다음 해 14살 때 일본 기원에 원생으로 들어갔다. 그 후 18살에 입단, 22살에 5단 그리고 37살이던 2000년에 이르러 최고 단인 9단에 되기에 이르렀다.
레드몬드 9단은 아직 한 번도 프로 기전에서 우승해 본 적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 신인기사 대회에서 준우승, 그리고 후지쯔 세계 바둑 선수권 대회와 동양증권배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준결승에 도달하기까지 했다. 현재 55세인 그는 일본의 NHK TV에서 바둑 해설자로 활동하고 있다. 2년 전 알파고와 한국의 이세돌 9단의 세기의 5연전, 그리고 작년에 있었던 알파고와 중국의 커제 9단과의 3연전 모두에서 영어 해설자로 전 세계에 소개 되기도 했다. 중국인 부인도 프로 5단의 바둑 기사이다.
레드몬드 9단이 페어팩스 카운티의 두 초등학교 들을 방문해 학생들에게 바둑을 소개할 때, 그것은 단순히 게임 뿐 아니라 분명 문화의 소개를 겸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바둑의 기원이 정확하게 언제, 어디서 였는지 모르지만 기원전부터의 오래된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을 거쳐 일본에 전파된 후 “에도 막부”의 초대 쇼건인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경우, 바둑을 장려하기 위해 4대 바둑 가문을 열기까지 했다고 했다. 또한 바둑은 서예, 그림, 그리고 악기와 더불어 학식 있는 사람이 전통적으로 배워야 할 4대 예술 중 하나였었다는 설명을 덧 붙였다.
중국 삼국시대 때 유명한 장수인 관우가 바둑을 두는 그림도 학생들에게 보여 주었다. 관우가 위나라 조조 아래의 맹장 방덕과의 전투에서 팔에 독화살을 맞았다. 그 때 당시 신의(神醫)로 소문난 화타(華陀)를 통해 독 제거를 위한 뼈를 긁어 내는 수술을 받았어야 했다. 그런데 마취제가 없었으니 얼마나 큰 고통이었겠는가. 그것을 관우는 바둑 한 판을 두며 이겨 냈다고 했다. 바둑에 온갖 정신을 집중 시켰기에 고통을 잊을 수 있었다는 그림 설명에 학생들 모두 감탄을 자아냈다.
레드몬드 씨는 학생들에게 11세기 초에 쓰여 졌다는 세계 최초의 근대적 소설이자 고전 중 하나인 “겐지 이야기 (The Tale of Genji)” 까지 소개했다. 그 소설에 여자들이 바둑 두는 장면이 나온다고 했다. 즉 바둑이 남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내가 이 소설을 처음 접한 것은 대학교 때 였다. 그런데 초등학교 학생들이 바둑 소개를 통해 은연 중 그 소설의 존재를 듣게 되는 것을 보면서 바둑을 통한 문화 전달의 강한 매력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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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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