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김정은 위원장이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이끈 한국의 특사단에게 말한 내용은 최근 정돈상태에 빠진 비핵화 회담을 재가동할 수 있는 충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김정은은 비핵화의 의지를 재확인하고,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비핵화를 달성하고 동시에 미국과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싶다고 말했다. 북한이 비핵화의 시간표를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정은이 제시한 시한은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주장해 온 1년의 두 배이다. 볼턴은 김정은이 지난 4월 판문점에서 1년 내에 비핵화를 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한국정부로부터 들었다고 주장한바 있다.
한편 트럼프의 남은 임기를 감안할 때, 지금까지 비핵화를 위해 할 일이 많고,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해온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는 2년의 시한이 수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이 비핵화 시간표와 함께 처음부터 요구해온 핵시설 신고에 대해서는 김정은의 언급이 없었다.
김정은은 트럼프에 대해서 험담을 한 적이 없고 그에 대해서 변함없는 신뢰를 갖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가 곧바로 트윗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고 “우리가 함께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얼마전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지만, 이것이 변할 수도 있다고 말한바 있다.
김정은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할 만큼 했는데 국제사회가 이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고 좌절감을 나타냈다고 한다. 그는 북한이 핵 실험장을 폐쇄하고 미사일 발사장을 해체한 것은 더 이상 핵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말한다고도 했다. 그리고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도 자발적으로 이행했다.
약 3주일 전 미국이 폼페이오의 4차 평양방문을 취소했을 때, 트럼프는 비핵화에 진전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었으나, 진짜 이유는 김영철 로동당 부위원장이 보낸 편지 때문이었다고 보도 되었다. 소위 “적대적인 편지”의 내용은 폼페이오가 북한이 취한 조치들에 상응한, 새로운 제안을 들고 오지 않는다면 올 필요도 없다는 식이었다고 한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물론 종전 선언과 관련된 것이었다.
북한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가 종전선언을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그의 참모들이 그 약속을 이행을 하지 않는다고 불평해 왔다. 그들은 또 싱가포르에서 합의된 새로운 관계 수립과 평화체제 논의는 뒷전으로 밀고, 선비핵화와 제재압박에만 주력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해 왔다.
김정은은 이번에 종전선언과 관련해서 의미 있는 발언을 했다. 즉 종전 선언은 주한미군철수나 한미동맹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한 것이다.
이는 종전선언이 한국의 안보체제와 동맹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발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북한은 과거처럼 통미봉남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한국이 북한의 입장을 미국에 전달해 주고 북미관계 개선에 도움을 줄것을 기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이 한반도 평화정착과 비핵화를 앞당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오는 18일 부터 2박3일 간 문대통령이 평양을 방문, 김정은과 3차 정상회담을 갖고, 판문점 선언 이행을 점검하며, 비핵화과정의 진척방안을 논의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이 한국과 핵문제를 논의 한다는 것 자체가 큰 발전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은 금년 4월 까지, 핵문제는 미국의 적대정책 때문에 생성된 것이므로, 미국만을 상대로 논의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었다.
이제 북한과 미국은 다 같이 비핵화 협상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북미간의 정확한 의사소통과 이해증진에 기여하는 역할이 있다. 한국정부는 트럼프가 문대통령에게 비핵화의 협상총수 (Chief Negotiator) 라고 불렀다고 최근의 정상통화 내용을 밝혔다. 하지만, 지난 70년간 적대관계와 악연으로 악화된 북미관계를 개선시키기 위해서 한국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면서, 북핵문제의 당사자이다.
문재인 정부는 현 상활에서 북미간에 종전선언과 핵무기고 신고의 교환을 추구하는 것 같다. 일부에서는 완전한 신고는 아니더라도 의혹 대상 관련시설의 신고, 아니면 핵시설 신고 예정 일정의 제시를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신고일정 발표만으로 미국이 종전선언에 응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편, 서울은 평양이 주장하는 단계적 동시화 된 비핵화 과정을 수용하는 편이고 위싱턴은 아직까지 이를 수용할 준비를 갖추지 않고 있다.
평양에서 열릴 제 3차 남북정상회담과 이달 말 뉴욕에서 열릴 한미정상회담 결과가 나오면, 한반도의 비핵화 과정이 어떻게 진전 될지 보다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한동안 논의 되었던,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은 어렵겠지만, 금년안의 종전 선언 여전히 가능하다. 종전선언은 중국도 있고 반드시 3자 정상회동에서 이루어 져야 한다는 법은 없다. 종전 선언은 평화체제로 가는 입구에 불과하다. 비핵화를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필요한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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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전 존스합킨스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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