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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ak of the devil and he shall appear.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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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음했던 동네 골프장을 찾습니다. 낯익은 얼굴들이 환한 웃음으로 반기네요. 한 친구가 큰소리로 말합니다. "Speak of the Devil!"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두런두런 담소 중 자기 얘기에 때맞춰 나타난 사람! "스피~크 어브 더 데~블!"
영어 문화권에선 누구나 알고 흔하게 쓰는 표현. 하지만, 이른바 '영어회화' 실력 평가엔 딱히 들지않는 진짜배기 양념. 흔히 누구누구 아무개 영어회화 잘한다고들 하지만, 사실 영어든 우리말이든 '회화(會話)/대화(對話)' 실력이 따로 있는 걸까? 한번 스스로 자문해 보시길. "나는 일상 대화 실력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우리말 대화/회화 실력(?)이 형편 없는데, 외국어 회화 실력이 대단할 수 있을까? 자명한 답: 절대로 그럴 수 없느니라.
일상 대화가 자연스러운 '수다' 수준까지 이른 경지가 되어야, 비로소 영어든 중국어든 제법 '유창(流暢)'한 외국어 대화에 도전할 자격이 있다는 커뮤니케이션 이론. 소위 'linguistic comeptence'[링귀스틱 컴피턴스]라는 꽤 까다로운 주제. 언어적 능력/소양(素養), 그리고 언변이나 말주변 같은 건 사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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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ak of the devil and he shall appear.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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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서양 속담[a proverb]으로 알려진 이 표현의 본래 모습은? "Speak of the devil and he doth appear." [참고로, 'doth'는 고어체로, 'do'의 제3인칭 단수 직설법 현재형] 그저 "He appears."라 하지 않고 굳이 "He does appear."라 한 까닭은 '강조'의 뜻을 더욱 강조하기 위함. 뭔가 진짜 믿는다 할 때, 그저 'I believe."라 하지 않고 "I DO believe."라고 강조의 의미를 강조하는 것과 같음.
그런데, 참으로 흥미로운 사실은 [하긴 인류 문화의 뿌리엔 늘 불가피한 공통점이 도사리고 있긴 하지만], 서로 다른 문화 속에 저마다 서로 비슷한 표현이 각각 존재한다는 것. '악마(the Devil)' 대신 늑대, 고양이, 호랑이 등이 나오고, 또 덴마크 속담처럼 날씨를 빗대어 태양을 언급하는 표현도 있지요. "When you speak of the sun, it shines." 해를 말하니 햇빛이 나네. 뻔한 말이지만, 타이밍이 절묘하다는 감탄이 배어있는 표현. 동서고금, 문화의 '아키타이프'(archetype, 원형)이 슬쩍 드러나는 구석. 그래도, 우리 귀엔 여전히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란 말이 가장 편하게 들리는 건 다만 인지상정(人之常情)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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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ak of the devil and he shall appear.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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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Speak of the Devil!"이라고 외치며 반기는 순간, "호랑이도 제 말 하면"이란 정서로 받긴 했지만, "내가 무슨 '데~블'이라도 되나?'라는 다소 기이한 문화 충격같은 느낌도 일순 지나더라? 그러면서, 홀연 심중을 스치는 예수님 말씀. "For where two or three are gathered together in my name, there am I in the midst of them." [Matthew 18:20]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그깟 악마도 별 뜻 없이 이름만 대면 즉시 온다는데, 늘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의 이름을 부른다면? 호랑이도 악마도 다들 알아듣고 온다는데, 우황 그들을 창조하신 분께선 어련히 알아서 현현(顯現)치 않으시겠는가. In the name of Jesus! 예수님의 이름으로! 오늘따라 힘차게 불러 봅니다. 글구보니, 흔히 쓰는 "Speak of the Devil!"이란 표현 속엔, 더욱 의미심장한 '말씀의 힘' 또한 은근(慇懃)히 숨겨져 있더라?
Shal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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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화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영어서원 백운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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