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리틀리그 세계야구대회에서 한국팀이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국팀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표로 출전해 국제팀 그룹의 챔피온으로 결승에 올라 미국팀 그룹의 챔피온인 서부지역 대표 하와이팀과 지난 주 일요일 결승에서 만났다. 결승전에서는 하와이팀의 투수 실력이 돋보였다. 게임 스코어는 3대 0이었다. 비록 우승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숙적 일본을 두 번씩이나 누르면서 좋은 성적을 거둔 한국 선수들에게 축하 인사를 보낸다.
이번 대회에서 내가 TV를 통해 본 시합들은 사실 몇 안 된다. 그러나 그 중 하와이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유난히 아시안계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결승전 1회에 선두 타자로 나와 투수의 초구를 강타해 홈런을 친 선수는 중국계, 그리고 두툼한 얼굴과 몸집에 천진난만한 웃음을 선사하는 야마구치 선수는 일본계였다. 또한 “Chun”이라는 성을 가진 선수는 분명 한국계로 보였다. 그 외 선수들도 대부분 아시안계로 보였는데, 그래서인지 몰라도 나는 미국팀 그룹 시합들이 진행되는 동안 줄곳 하와이팀을 응원했다.
그런데 최종 결승전에서 한국팀과 하와이팀이 맞붙었을 때 묘한 갈등을 느꼈다. 과연 어느 쪽 팀을 응원해야 하나. 심정적으로 한 쪽으로 치우치면서 그래도 되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한국에서 태어나 17년을 살았던 내가 한국팀을 응원하는 것이 당연한가. 아니면 미국에서 살아온 지 40여년, 미국 시민이 된 지 35년이 넘으며 선출직 공직자로 활동하는 나는 미국팀을 응원해야 하나. 내가 한국팀을 응원한다면 과연 주위 미국인들에게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나.
이런 생각들을 해 보면서 몇 주 전 시애틀 방문 때 찾아가 보게 된 Japanese American Exclusion Memorial (일본계 미국인 배제 메모리얼)이 떠올랐다. 이 메모리얼은 시애틀 인근의 베인브리지 섬에 위치하고 있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그 섬에 거주하던 276명의 일본계 미국인들이 강제로 수용소로 보내졌던 일을 기억하고자 세운 기념벽이다. 벽의 전장은 276 피트로써 그 276명이 겪었던 수난을 기술하고 있다. 1942년 3월 30일 창이 달린 장총을 들고 온 미국 군인들에 의해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끌려 갔던 그 일본계 미국인들의 잘못이라곤 그들이 단지 ‘일본계’라는 것이 전부였다.
1880년 대부터 그 곳에 정착한 일본계 이민자 후손들인 그들 가운데에는 간호사 지망생, 원예 식물재배장 운영자, 아이들을 키우는 가정주부, 그리고 학교 교사가 포함되어 있었다고 적혀 있다. 그들이 강제로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서 쫓겨날 때, 지역 주민들 가운데에서는 동정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즉각 추방을 적극 지지하고 증오심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전쟁 후 고향으로 돌아 온 사람들도 있었지만 영원히 떠난 사람들도 있었다. 쫓겨나면서 자신들이 2등 국민 밖에 안 되는구나 하는 모멸감을 느꼈던 이들은 당시 미국 전체에서 수용소로 보내졌던 12만명의 일본계 미국인들 가운데 최초의 그룹이었다.
그 메모리얼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전쟁 앞에 법이 침묵한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 그 때 일을 기억하며 앞으로 절대로 그런 일이 “두 번 다시 없도록 해야 한다 (Nidoto Nai Yoni: Let It Not Happen Again)” 고 다짐하고 있다. 두 번 다시 어느 누구라도 그들의 인종적 배경 때문에 미국에 대한 충성심과 애국심이 의심받는 일이 없어야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메모리얼에 적혀 있는 이러한 글귀들을 기억하면서 나에게 찾아 오는 물음들이 있다. 만약에 미국과 북한, 아니 미국과 한국 사이에 전쟁이 날 경우 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어떻게 대처할까. 다른 미국인들은 한인들을 어떻게 볼까. 그들의 눈에 리틀리그 야구에서 미국팀이 아니라 한국팀을 응원하는 한국계 미국 시민권자들은 어떻게 비쳐질까. 야구는 응원해도 되지만 전쟁은 안 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어디가 허용 한계 일까.
내일 아침에 한국과 일본이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을 치룬다. 물론 자신 있게 한국팀을 응원할 예정이다. “오 필승 꼬레아~, 오 필승 꼬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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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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