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의 세 번째 방중 시 시진핑 국가주석은 “변하지 않는 세 가지” (三個不變)를 약속하였다. 북중 관계의 발전에 대한 중국공산당과 중국정부의 지지, 북한주민들에 대한 중국인민들의 우정, 그리고 “사회주의 북한”에 대한 지지가 그것이다.
이 중 앞의 두 가지는 외교적 수사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가장 중요한 대목은 시진핑 주석이 북한을 “사회주의 북한” 이라 칭한 것이다. 3월에 있었던 제1차 김정은-시진핑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사회주의’란 단어를 딱 한 번 썼지만, 시진핑 주석은 무려 7번을 썼다(중국외교부 2018.03.28.).
시진핑은 투철한 사회주의와 마르크스주의의 신봉자로 알려져 있다. 2017년 10월에 열린 중국공산당 19차 당 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선포하였다. ‘사회주의’ 표어에 아예 자신의 이름을 넣어서 개인 ‘브랜딩 화’를 한 것이다. 특히 시진핑 중국 지도부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상징되는 미국 자본주의 ‘몰락’을 통해 중국식 발전 경로에 대한 자신감을 재확인하게 되었다.
지난 3월 시진핑은 칼 마르크스의 정치이론을 고수한다는 중국공산당의 결정이 “백번 옳다” (完全正確)고 하였다(신화통신사 2018.05.04.).
다롄에서 가진 시진핑-김정은 2차 정상회담에서도 시진핑은 북중 “양국이 사회주의 국가로서 상호간의 중대한 전략적 의의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신화통신사 2018.05.08). 시진핑은 김정은의 귀에 대고 계속해서 ‘우리는 같은 사회주의 국가’란 점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시진핑은 확고하다. 그는 북한이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로 남기를 원한다. 이는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을 앞둔 김정은에게 그가 어떠한 조언을 주었을 지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트럼프는 김정은이 시진핑을 만난 후 태도가 돌변했다며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또한 이는 이후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입장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즉, 중국이 한반도 통일에 있어 남북한 의견이 엇갈리면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의 편을 들 가능성이 자본주의인 남한의 편을 들 가능성보다 큼을 시사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시진핑에게 중국과 북한이 서로를 “한 식구처럼” 도와왔다면서 북한이 중국과 “한 참모부” 안에서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하였다. 마치 사회주의를 엄호하고 한반도의 또 다른 미래를 예견하는 것처럼 말이다.
‘한 참모부’란 표현이 주목받는 이유는 6.25전쟁 당시 미국과 중국 간의 전투가 맹렬했을 때, 중국군과 북한군은 함께 ‘조중 연합사령부’를 창설하였다. 이번에 김정은이 쓴 ‘한 참모부’란 표현이 심상치 않게 들리는 이유다. 냉전시기의 용어의 부활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북한을 “한국과 같은 수준의”(on par with South Korea) 번영을 누리게 해줄 것이라고 공언했다. 미국의 해외 개입 외교 중 한국은 “민주화”(democratic transformation)의 가장 성공적한 사례다.
한국은 특히 민주화와 동시에 경제번영까지 이루었기 때문에 미국이 외교 성공의 ‘모범 사례’ (poster child)로 자주 인용한다. 직접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트럼프의 발언에는 북한이 한국과 같은 경제적 또 민주적으로 변화된 국가가 되기를 희망하는 미국의 바람이 투사되어 있을 것이다. 이는 또한 통일 후 한반도 전역이 친미 국가가 되기 때문에 미국의 국익에도 부합한다.
자연스레 북한의 미래에 대한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 양립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된다. 특히 미국과 중국 모두 북한의 비핵화를 원한다 하더라도 북한의 미래와 정치체제에 대한 각각의 견해가 완전히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눈 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알림 - ‘넥스트 제너레이션’ 필진으로 이성현 박사가 합류합니다.
▲그리넬 대학 졸업
▲하버드대 석사
▲중국 칭화대 정치커뮤니케이션 박사
▲베이징 11년 거주
▲2013-14년 스탠포드대 아태연구소 팬택펠로우
▲잘츠부르크 펠로우
▲베이징대 한반도 연구센터 선임 연구위원(비상주).
<
이성현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겸 중국 연구센터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