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인 제조에서 포도밭 관리·와이너리 조성까지 “와인 컨설턴트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 나파밸리에서 쌓은 10년 내공으로 막강 네트웍 구축...여성으로서의 유연함·세심함이 자신만의 장점
세계 유명 와인 산지로 유명한 나파밸리에서 전문 와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세실 박 와인포니아 (winefornia.com) 대표
미국의 최고급 와인 산지인 나파 밸리에서 아시안 여성 와인 전문가를 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강한체력을 요구하는 일이 많은 와인메이킹 과정과 더불어 거친 농장일이 바탕이 되는 포도밭 관리는 남성중심의 환경일 수 밖에 없는데, 특히 현장 와인전문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여성을 만나는 것은 드문 일이지 않을 수 없다.
남성들이 즐비한 와인 농장에서 11년째 와인메이커이자 포도밭전문가로 활동해온 한인 여성 와인포니아 세실 박 대표(43. 한국명 박수연)의 활약은 한인 특유의 도전정신, 근면함, 책임감, 그리고 뛰어난 재능이 녹아들었음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박 대표 앞에 붙은 수식어도 와인메이커, 와인 네고시앙(중개상), 포도밭 농장 관리인, 와이너리 디자이너등 다채로운 것을 보면 이 분야에서 폭넓은 인맥과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한국에서 연세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를 졸업한 후 동서식품 회사에서 프러덕트 매니저로 근무하다 휴식 차 미국으로 건너온 인연이 지금의 와인 전문가로 변화시켰다는 세실 박 대표.
“LA 다운타운 호텔에서 일하던 중 접하게 된 캘리포니아의 다양한 와인에 매료되어 와인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죠. 전공이 식품생명공학이라 하베스트(포도수확) 기간 동안 와이너리에 연구원으로 일을 할 수 있었고, 프랑스 OIV(international Organization of Vine and Wine; 프랑스 와인 MBA)와 UC Davis가 공동운영하는 와인과정을 이수한 뒤 와인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세실 박 대표가 최근 들어 주력하고 있는 와인 사업은 소규모 와이너리를 만들어 주는 포도 농장 디자인 사업이다. 고객의 땅을 포도밭으로 개발하길 원할 때 토지 개발, 포도품종선택, 포도밭 개발 및 관리, 와이너리 디자인과 건축, 와인제조, 그 일련의 과정을 진행해주는 컨설턴트이다. 사진은 신축중인 와이너리 조감도
지난 2007년 나파와인컴퍼니에서의 연구원 경험과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와 나파밸리 빈트너 그룹에서 공동 주관하는 와인전문가 교육과정은 특별한 와인 제조 영감까지 주게 된다.
박 대표가 와인 사업으로 첫 발을 내디딘 분야는 컬트 와인의 재탄생이였다.
“처음에는 구하기 어렵고 접근이 지극히 제한적인 원액을 구입해 제가 해석하는 방식대로 블랜딩을 통해 새로운 와인을 만드는 일로 와인메이킹을 시작했어요. 그렇지만 이 방식은 제가 와인을 배워가고 경험하는 일단계에 불과 했고, 이 과정을 통해 풍부해진 와인에 대한 해석능력을 바탕으로 그 다음 단계, 포도를 구매해 와인을 직접 제조하기 시작했죠.”
와인메이커로서의 과학적 접근이 절실하다는 걸 깨닫고, UC Davis의 Viticulture & Enology (포도재배 및 와인양조학)에 입학하게 된다.
와인양조학에서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UC Davis에서 박 대표는 다양한 실전경험을 통해 더욱더 깊어진 학문적인 탐구열정으로 2014년 우수성적(High Honor)으로 과정을 이수하게 된다.
기업이나 개인의 요구에 맞춰 주문제작와인을 만들어 오던 박 대표는 UC Davis 졸업에 이어, 본인의 고유 와인 브랜드 이노바투스(Innovatus, 라틴어로 혁신 이라는 의미)를 와인 애호가들에게 공급하기 시작했다(innovatuswine.com).
"제가 만든 와인의 장점이라면 유연함이죠. 나파 와인은 향도 진하고 타닌도 많은 강한 성격의, 남성적 와인이 많아요. 저는 여러 음식과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고 마시면 더 궁금해지는 와인을 만드는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세실 박 대표의 노력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훌륭한 와인은 결국 포도밭에서 시작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게 된 그는 포도밭 농장 관리에도 관여한다. 현재 나파와 소노마를 통틀어 총 80여개의 밭을 관리하는데 동료만 40여명이 된다.
세실 박 대표가 최근 들어 주력하고 있는 와인 사업은 소규모 와이너리를 만들어 주는 포도 농장 디자인 사업이다. 어떤 사람이 자신이 가진 땅을 포도밭으로 개발하여 그 포도로 직접 와인을 만들기 위해 작은 규모의 와이너리를 짖고자 할 때, 토지 개발, 포도품종선택, 포도밭 개발 및 관리, 와이너리 디자인과 건축, 와인제조, 그 일련의 과정을 진행하고 있는데, 일종의 컨설턴트이다.
"미국의 쌀 농사가 주인 따로, 재배자 따로, 파는 사람 따로, 이렇게 분업화되어 있어요. 나파의 포도 농사도 비슷합니다. 새로운 트렌드죠. 예전에는 포도밭을 가꿔 포도를 파는 수준이었다면 요즘엔 내 땅에서 난 포도로 나만의 와인을 만들고 싶어합니다. 포도의 일부는 팔더라도 나머지는 와인으로 만들어 친구들과 나눠마시거나 소장하는 식이죠. 나파에 포도밭 컨설팅은 많지만 이렇게 소규모 농장주를 위해 와인까지 만들어주는 개념의 서비스는 아직 거의 없어 니치마켓이라고 볼 수 있어요."
“끝없이 니치를 통해 창조를 실현하는 측면에서 실리콘밸리 스타일의 와인전문가”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10여년동안 축적된 농업과 과학에 대한 풍부한 이해, 그리고 직접 경험을 바탕으로 와인 제조에는 남다른 실력을 보이고 있지만 와이너리를 디자인해 와인 숙성 창고까지 만들어 주는 컨설팅 작업은 쉽지 않을 터.
“와인은 저에게 용기의 주스랍니다. 나파밸리는 와인을 향한 뛰어난 실력자들의 열정싸움이 일어나는 치열한 공간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철학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녀만의 철학을 이렇게 얘기한다.
이민자로, 여성으로 나파밸리에 입성하여 와인세계의 모든 문화와 언어를 새로 배워야 했던 지난 11년이 쉽지 만은 않았다고 회고한 세실 박 대표.
8월14일 샌프란시스코 메트리온 영화관에서 열린 ‘Crazy Rich Asians’ 이라는 영화 시사회 행사 와인으로 주문받은 이유도 아시아 여성으로 나파에서 활약하고 있는 특이점이 주목받은 것. 하지만, “항상 초심 자세를 잊지 않는다”며 겸손이 어우러진 열정으로 와인 컨설턴트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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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기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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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네요 젊은 여성이 와인사업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