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주가들 특히 포도주 사용자들이 원용하는 ‘불란서인들의 모순’이라는 게 있다. 그들이 버터와 크림이 많이 든 기름진 음식을 먹는데도 심장질환률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래 낮다는 통계를 말한다.
일부 의학연구자들은 불란서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포도주 구성 요소가 그 모순에 대한 설명이라고 주장한다. 그 분야 연구자들에 의하면 적당한 양의 음주가는 폭주하는 사람들이나 금주하는 사람들에 비해 심장마비 발생률이 낮다지만 반면에 심장과 혈관의 다른 문제들을 초래한다는 것이니 혼돈스러운 결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미국국립건강연구소(NIH) 산하의 알코올 남용과 중독을 다루는 연구기관의 10년동안 1억달러가 소요될 적당량의 알코올과 심장혈관연구(MACH)에 대한 기대가 컸던 모양이다.
MACH는 여러나라에서 50세 이상으로 심장질환의 위험이 있는 7,800명 남자들을 선택하여 연구한다는 취지였지만 최근 워싱턴 포스트의 건강섹션 기사에 의하면 NIH에서 6월 15일부로 그 프로젝트를 중단시켰다. 연구중단 이유 중 하나는 그 연구비중 대부분이 술생산 판매기업에서 비영리재단을 통해 기부한 돈이라는 사실이다. 그런 기사들을 읽다보면 “적당히 마시면 약주지만 많이 마시면 망주”라는 옛 어른들의 훈계가 참으로 적절하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한국의 음주관습도 걱정스러워진다.
나 자신도 젊었을 때는 술 때문에 크게 죄를 진 적이 한 두번 있었다. 1959년 동아일보 견습기자 시절 첫 부서배당은 사회부였다. 사회부장이 신입사원들 환영회를 중국집에서 마련했던바 선배들이 따라주는 고량주를 연거푸 먹고는 정신이 혼미해졌던지 사회부장에게 막 대들었다는 것이니 입사한지 보름도 채 안된 처지에 꼭 쫓겨나야 마땅했을 사건이었다.
최호 부장은 관대한 분이라서 그냥 넘겼지만 고등학교 6년 선배인 법원 출입기자가 다음날 나를 숙직실로 데리고 가서 발길질을 해댄 게 당연한 응보였다. 내 아내와의 약혼자 시절에는 나를 만나는 대신 이대 동급생들과 어디엘 놀러갔었다는 것이 못마땅해서 술을 잔뜩 먹고 그의 집 앞 골목길에 누워자다가 들어오는 그를 붙잡고 따귀를 때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손이 발이 되도록 빈 결과 용서를 받았고 약속대로 술을 과하게 마시는 것을 피해왔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진작 간경화증으로 죽었을 것이다.
술이 중추신경을 마비시켜 판단력과 사고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평소에는 안하던 또는 못하던 짓거리를 감행하게 된다. 음주운전으로 시람들을 죽게 하는 비극,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아이들의 우유값을 술 사는데 사용하는 어처구니없는 행태, 술 취한 상태의 폭력과 살인 등 술의 피해는 엄청나다. 한국의 걱정스러운 음주관습에는 2차, 3차의 술집순례 그리고 맥주와 위스키를 섞어 만드는 폭탄주의 남용이 있다. 미투운동으로 여러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들을 읽어보면 문학, 연극, 영화, 교육계 등의 종사자들이나 선후배 사이의 유대를 돈독히 한다는 명목으로 마련되는 술자리가 단초가 되는 예들이 적지 않다.
위에 언급한 워싱턴 포스트의 기사는 어떤 의사에게 환자들이 적당히 술을 마시면 좋은가라는 질문을 했을 때 그는 “나도 모르겠다”라고 대답한다고 인용한다. 사람마다 체질과 알코올에 대한 반응이 다른 현상에서 그게 정답일 것이다. 술을 한방울도 먹지 않는 사람이 적당한 음주는 심장마비를 방지하는 것처럼 잘못 생각해서 새삼스럽게 술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지적되고 있다.
나에게 생활지침이 되고 있는 성경 구절 몇을 인용해본다. 시편 104:15에는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포도주’라는 표현이 있다. 적당하게 사용하는 것은 괜찮다는 함의로 볼 수 있다. 동시에 잠언 23:31-35에는 알코올 중독의 위험에 대해 경고한다.
또한 고전도전서 6:9-10에서 하나님의 왕국을 상속받지 못한다고 묘사되는 간음자, 우상숭배자, 도둑 등의 불의한 자들 가운데는 술 취한 자도 언급되어 있다. 물론 그 같은 불의한 자들도 회개하고 돌아서면 용서 받을 수 있다.
(바로잡습니다 지난 주 컬럼에서 매나포트가 재판 받고 있는 죄목이 32개라고 한 것을 18개로 정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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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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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던 적당히 마시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