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의원의 투신 자살은 충격이었고 그의 죽음을 둘러싼 무성한 말들과 평가들은 이 시대의 일반적 국민정서로서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를 통해 고도 경제 성장의 뒤안길에서 분배의 공평과 기회의 균등이라는 집단적, 사회적으로만 강조되어 온 ‘정의’란 이름 안에 그간 도외시되고 함몰돼 온 ‘도덕’이 안간힘을 쓰며 회생하려는 것을 엿볼 수가 있었다.
도덕을 상실한 사회가 진영 논리와 감상적 군중심리에 의해 정의로 포장되고, 그의 죽음이 제도적 결함의 희생양으로 미화되며, 반대세력에 의한 사랑과 배려를 저버린 비판의 잔인함을 읽어야만 했다.
노회찬 본인이 아니고서는 왜 그가 자살했어야만 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그의 지나온 인생 여정과 남긴 댓글을 보고서 몇 가지를 조심스레 추론해 본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우리 사외에서 성 윤리와 금전적 부패 등등의 도덕이 상실된 지는 오래 되었다. 겉으로 드러난 4,000만원의 금품 수수에 올가미가 매여진 노회찬 의원의 선택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박연차 뇌물사건으로부터 부인과 자식 그리고 동료들을 구하고자 모든 것을 운명으로 돌리고 산 바윗돌 위에서 뛰어내린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자살할 것이지 아니면 현행법 상 죄값을 치르고 모든 것을 내려놓으며 수모를 감수할 것인지.
그 어느 것도 그의 삶과 정치철학에 비추어 볼 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라 본다. 뭇사람들은 하필이면 노모가 살고 있는 아파트 위에서 투신했을까 하지만 자신이 추구하는 신념의 삶을 살고자 효도를 제대로 못했다고 생각하는 자식으로서 오죽했으면 하는 그의 아픔을 본다.
대중적 인기 영합주의에 자아도취된 어떤 말쟁이는 혁명기에는 선한 사람이 애꿎게 희생을 당한다고 나름의 자기논리로 재잘대며 사회적 변혁기에 일어나는 희생양으로 미화하지만 우리는 본질을 성찰해야만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투신으로 죽어가던 진보가 되살아나는 것을 본 그는 안희정, 이재명 사건으로 기대를 접기 시작하는 중도 보수들의 마음을 붙잡고, 자신의 인생여정과 정치철학에 어긋난 언행에 책임을 져야만 한다는 압박감에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이미 도덕을 상실한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그깟 4,000만원 때문에 그가 왜? 몇 억, 몇 천억원 해먹고도 뻔뻔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하며 안타까움과 반성 없는 자기 합리화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버렸다.
2004년 한강에 투신자살한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처럼 쏟아질 비난과 모멸, 그리고 자괴감을 견디기 힘들 자신을 미리 내다보았다기보다는, 자신이 한 언행에 대해 책임 있는 삶을 끝까지 지켜내지 못한 자신의 실수까지도 용납할 수 없는 엄격함을 그에게서 본다.
하나님을 믿지 않는 그로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재산인 생명을 그의 신념과 정치철학하고 맞바꿈으로써 책임을 다하고 싶었을 지 모르겠지만 생명의 존엄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 가치인 것을 자각했더라면, 견디기 힘들 남은 생을 살아냄으로써 진정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대한민국에서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자살이 미화돼서는 안된다고 말해야만 하는 것이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또다른 책무이기도 하다.
힘들고 가난하며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서 한번도 자기 희생적이고 헌신된 봉사의 삶을 살아보지 못한 나로서는 진정한 삶의 가치가 무엇이고 어떻게 책임있는 삶을 살아야 하는가를 그의 삶과 죽음을 통해 반성해 본다. 나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노모를 모시는 자식으로서, 오랜 시간을 함께 한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아이들의 아버지로서의 책임있는 삶을 살아 왔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가? 또한 하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절대 계명에 따르려고 노력하고 계율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가? 친구들과 우정을 키우고 의리를 지키려고 나름대로 노력하는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무를 다하며 살고 있는가...
그는 갔지만 책임있는 삶을 살아가라고 흐트려지려는 나의 마음을 채찍질한다.
생명의 창조주이신 하나님께서 그의 영혼을 긍휼과 자비의 눈길로 받아주실 것을 조심스레 기도해 본다.
<
정민규(샌리엔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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