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1월 28일 토요일 저녁. 비가 하루종일 내리고 있었다. 그날은 미 중서부 지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다니는 유망주 ‘엘비스’ 가 생애 처음으로 TV에 출연 하는 날이라 아침부터 틴에이저 소녀들이 그를 보려고 모여 있었다. ‘엘비스’ 는 전국 TV 방송국인 CBS 와 6번 출연하기로 계약을 맺고, 회당 출연료는 1,250달러였다. 금요일 저녁, 밴드 멤버와 뉴욕에 도착하여 호텔에 머문 후 아침에 리허설 마치고 드디어 최초의 TV 무대에서 공연하는 순간을 맞이했다.
클리브랜드 출신의 사회자가 그를 이렇게 소개했다. “자! 제가 앞 날이 유망한 신인 가수를 소개합니다. 오늘은 무명이지만 오늘 밤이 지나면 굉장한 스타가 될 21세의 유망주 엘비스 프레슬리가 여기 있습니다.” 사회자의 소개가 끝나자 그는 ‘Shake rattle and roll’ 을 부르면서 특유의 엉덩이와 다리를 흔들자 수 백명의 소녀들이 환호와 열광적인 비명을 질렀다. 그는 이어서 ‘Flip Flop Fly’ 와 ‘I got a woman’을 노래했다.
5분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공연 내내 뜨거운 열기와 절대적인 호응 속에 첫 공연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시청률은 18.4% 로 그리 높지 않지만 ‘엘비스’의 인지도는 미 전국을 강타했다. 그해 그는 4월과 6월 ‘Milton Berte Show’에 두번 출연하기로 하고 계약을 맺었다. 4월의 공연은 샌디애고 항에 머물고 있는 해군 함정에서 이루어졌고, 두번째 공연은 6월 5일 로스앤젤레스에서 거행됐다.
첫 번째 노래 ‘I want you, I need you, I love’ 가 끝나고, 두번째 노래 ‘Hound Dog’을 부를 때 공연장에 있는 소녀팬들만 아니라 미 전국의 젊은이들의 외침과 환호는 공연 후 한동안 멈추지 않았다. 엉덩이를 흔들고, 다리를 비비꼬며 섹시한 제스처를 구사하면서 노래하는 그의 모습은 예전에 누구에게도 볼 수 없던 장면이라 거의 모든 이들이 새로운 세계에 서 있는 그런 기분을 느꼈다.
청교도 문화가 자리잡힌 그 시절, 대부분 가정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가족 모두 한자리에 모여 14-16인치 흑백 TV 를 통해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이 그 당시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따라서 TV 프로그램은 모든 세대가 시청이 가능한 프로가 필수조건이었다. 그 시대에 ‘엘비스’의 노래 제스처는 한 마디로 쇼크 였다. ‘Hound Dog’ 의 노래가 방영된 후 곧바로 종교단체, 언론인들, 교사 및 학부모 모임 단체 등에서 ‘엘비스’ 보이콧 운동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 프로를 방영한 방송국은 ‘엘비스’를 지지하는 수십만장의 감사 편지와 팬레터를 받았고4천만명의 시청자들이 이 프로를 지켜보았다.
미 최고의 쇼 프로인 ‘Ed Sullivan Show’ 측은 보수파들의 반발이 두려워 엘비스를 이 쇼에 출연시키지 않을 것 이라고 발표했다. 그러자 재빨리 경쟁사인NBC TV 측은 엘비스를 자사 프로인 ‘Steve Allen Show’ 에 출연 시켰다.
지난 7월에 ‘엘비스’가 출연한 ‘Steve Allen Show’ 가 시청률이 같은 시간대에 방영한 ‘Ed Sullivan Show’를 두배 이상 차이가 나자 콧대 높은’Ed Sullivan’이 엘비스 매니저 에게 전화를 걸어 출연을 요청했다. 한창 상한가를 누리고 있는 엘비스 측은 3번의 출연에 150,000달러를 요구했다. 지난 1월 때 보다 100배 이상 오른 금액이었다.
계약은 성립되어 드디어 1956년 9월 8일 일요일, 엘비스는 꿈의 무대인 ‘Ed Sullivan Show’ 에 등장했다. 첫 공연 시청률은 무려 85%, 즉 미 전국에서 무려 6천만명이 이 프로를 지켜 보았다. 각종 보수단체들의 반발이 예상외로 커지자 방송사인 CBS TV 측은 3번째 출연인 1957 년 1월 6일 방송에는 ‘Waist –Up’ 이라는 사상초유의 편법을 동원했다. 말하자면 엘비스가 노래할 때 카메라가 허리 윗 부분만 보여 주는 방식이다.
쉽게 얘기하자면 시청자들에게 엘비스의 하체는 보여주지 않겠다는 의도이다. 엘비스 팬들은 실망했지만 보수파들은 어느 정도 누그러져 차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인정하는 분위기로 접어 들기 시작했다. (계속)
<
정태문 라디오 DJ 및 팝 컬럼니스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