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무드가 잘 무르익어 가는 것처럼 보인다. 핵폐기 과정의 크고 작은 논란 속에도 문화, 체육교류와 정치군사 회합 등이 진행되고 있는게 남북 화해의지가 보이는 것 같아 다행스런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특히 북한을 향해 마음에 거슬리는 한 두가지를 충고하고 싶은 사항이 있다. 단도직입으로 말하자면 북한의 외교적 언행 순화 문제다.
북한이 어떤 성명을 발표하였다 하면 매번 또 어떤 정제되지 않은 단어가 튀어나올까 걱정부터 앞선다. 불바다를 만들겠다느니, 말살 시키겠다느니, 살인마, 철천지 원수 등등 섬뜩섬뜩한 단어들이 단골로 등장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미제의 각을 뜨자”라는 선전포스터가 나돌았을 정도다.
북한이 방송, 신문 등 각종 언론매체 등을 통해 강대국들의 틈새에서 갖가지 압력을 받고 나름대로 한이 쌓여 울분을 토할 수밖에 없는 여러 정서적 상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북한은 정권을 세운 지 이미 70년이 넘어섰다. 한 인간으로 보면 혈기 왕성한 젊은 시절을 지나고 인생이 완숙기를 거치고 세상천리를 깨달아 어느 정도 달관해 있어야 할 시기다. 정권 수립 7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새로 생긴 집단처럼 성명이나 논평 등에 거침없이 상소리 욕설이 튀어나오고 있으니 거북하다 못해 딱한 느낌마저 지울 수가 없다.
북한은 지금 외부세계에 북미회담을 계기로 첫 선을 보인 처지다. 세계를 향해 정상적인 나라로 대우해 줄 것과 테러 지원국 면제를 호소하고 있는 입장이다. 북한이 지금처럼 품격 낮은 언사를 구사한다면 세계에 계속 혐오감만을 주게 될 것이다.
한편 북한의 ‘우리말 지키기’는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살결물(스킨로션), 무더기비(집중호우), 까탈(불평), 남새(채소) 등등 북한의 우리말 쓰기 정책은 얼마든지 찬사를 보낼 만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좋은 언어정책을 가지고서도 대외 성명이나 논평 따위에는 번번이 살기등등 악에 받친 단어를 함부로 쓰는지 이제 좀 고쳐야 되지 않겠나. 물론 남한에서 공식문건이나 일반생활에 외래어가 함부로 뒤섞여 사용되는 것도 사대주의적 발상 같아 꼴불견이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늙은 미치광이’, ‘리틀 로켓맨’ 욕설과 야유가 교환됐던 해프닝은 북미회담을 계기로 지워졌다고 치자. 그러나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최근 평양 방문에서 내놓은 것은 CVID만 요구하고 돌아갔다고 “강도적인 요구” 운운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도대체 ‘강도’ 운운 단어를 외교적 언어로 사용하다니 외교 상식수준이 의심될 정도다. 우리말에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 했다.
북한 대표 언론매체, 평양방송, 노동신문 등에도 버젓이 살기등등한 악담과 욕설이 게재되는 이런 논조를 보고 품격 좀 지키라는 충고를 참을 수가 없다. 남한을 포함한 우리 민족 전체가 세계 앞에 양아치 저질 취급 받을까 자괴감이 들어 불쾌하기 짝이 없다. 자고로 실력 없고 겁 많은 측에서 험한 말과 언성을 높이게 마련이다.
북한은 상대국을 대함에 있어서 신중하고 점잖은 자세를 길러야한다. 툭하면 돌출행동을 서슴치 않는 그런 행동도 삼가야 한다. 양치기 소년이 늑대출현을 가짜로 외치다가 정말로 늑대가 나타났을 적에 구원의 반응이 없는 경우를 떠올려보자.
외교는 머리로 경쟁하는 치열한 전투다. 미 대통령 보좌관, 존 볼턴이 ‘리비아식 핵폐기’ 운운했다고 해서 또는 한국과 미국이 합동군사훈련을 했다고 해서 등, 수틀리면 회담을 뒤엎겠다느니, 취소하겠다느니, 악마라느니 거의 행패에 가까운 돌출행동이 최근 들어서만도 몇차례인가. 아무런 설명도 없이 공식회합 날짜와 장소에 나타나지 않아 상대국에 실례를 저지르는 변태적 태도도 벌써 몇 차례인가. 물론 상황에 따라 어쩌다 한 두번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초강경 제스처를 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너무 잦은 돌출, 돌발 태도는 외교가 아닌 난동 생떼 수준으로 보여질 때가 많다. 북한 자신도 잘 알겠지만 외교는 어르고, 달래고, 양보하고, 얻어내고, 침착하게 참고, 기다리는 것을 원리로 삼아야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한반도는 지금 최상의 화해무드에 접어들고 있다. 이심전심, 역지사지, 뜨거운 민족애로 통일을 위해 전진해야만 한다. 그렇게 우리가 최선을 다한다해도 얽히고 설킨 난제들을 극복하고 통일을 실현하려면 적어도 20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겨레의 한맺힌 과제를 앞에 놓고 살기등등하고 악에 가득찬 성명서 한 장, 순간적 돌출, 생떼망동으로 판을 깨고 가슴치는 후회는 정말 없어야겠다고 남북정부에 간곡히 호소한다.
(571)326-6609
<
정기용 자유광장 회장 페어팩스, VA>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