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봉희의‘클래식 톡톡(Classic Talk Talk)’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그는 독일이 낳은 천재 음악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인생은 그리 평탄하지 않았다.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허약했던 어머니, 두 동생들까지 베토벤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그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떠나 보내는 아픔을 겪었고, 심지어 음악가에게 치명적인 청각장애도 앓았다. 그러나 육체적 고난을 딛고 음악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보여준 그는 우리에게 위대한 음악 유산을 남겼다.
베토벤은 하이든, 모차르트와 함께 고전시대를 대표하는 음악가로 뽑힌다. 하이든(Joseph Haydn, 1732~1809)은 소나타 양식을 비롯해 현악 사중주, 협주곡, 교향곡 등 여러 음악 양식들을 확립하였고,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는 하이든의 음악양식 뿐만 아니라 오페라를 이야기와 음악이 잘 어우러진 극음악 양식으로 발전시켰다. 베토벤은 선배 작곡가들이 확립한 양식들을 바탕으로 화성, 악기 배치, 곡의 전개방식 등 끝없는 실험을 통해 낭만주의라는 새로운 음악사조의 문을 열었다. 이후 슈베르트, 슈만, 브람스, 바그너 등 많은 음악가들이 베토벤의 영향을 받았다.
베토벤의 생애와 음악은 그의 청력 변화를 기준으로 초기/중기/후기로 나눠 볼 수 있다. 왕성한 음악 활동을 하던 베토벤은 27세이던 1796년부터 점차 청력을 잃어가기 시작한다. 결국 1802년 여름, 32세의 베토벤은 의사의 권유로 빈 교외의 하일리겐슈타트(Heiligenstadt)로 요양을 떠난다. 청력 상태가 조금이나마 나아지리라는 희망과 함께 하일리겐슈타트로 갔지만 그는 그곳에서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유서를 남긴다. 자신이 죽은 후에 열어보라는 지시문과 함께. 이것이 유명한 ‘하일리겐슈타트 유서’이다. ‘하일리겐슈타트 유서’ 이전까지의 시기를 초기, 이후를 중기로 구분한다.
초기에 작곡된 대표적 작품으로는 피아노를 위해 쓰여진 <비창 소나타>와 ‘봄’이란 제목을 가진 <바이올린 소나타 5번>이 있다. ‘비창’이란 제목은 베토벤이 직접 붙인 것이 아니라 나중에 출판 과정에서 붙여진 것이지만, 베토벤이 좋아했던 어둡고 비장한 C단조 조성의 분위기가 ‘비창’이라는 제목과 잘 어울린다. <운명 교향곡>과 같은 C단조 조성을 가진 <비창 소나타>에는 이전 시대의 음악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긴장감, 강렬함이 나타난다. 이는 베토벤이 처음으로 드러낸 드라마틱한 자신의 모습일 것이다.
Piano Sonata No. 8 in c minor Op. 13 ‘Pathétique’ (1798) 15분 소요
베토벤은 피아노 독주 소나타 <비창>에서 교향악적인 어법을 적용하려는 시도를 했다. 이 시도는 특히 1악장에서 잘 드러난다. 느린 템포의 2악장은 서정성과 낭만의 극치를 이룬다. 편곡된 ‘베토벤 바이러스’의 원곡으로 유명한 3악장은 론도 소나타 형식으로 쓰였으며, 대학 스포츠팀 응원가로 쓰이기도 하는 등 우리의 일상에서도 쉽게 베토벤의 음악을 찾아볼 수 있다.
Sonata for Piano and Violin No.5 in F Major Op. 24 ‘Spring’ (1801) 21분 소요
우리가 기억하는 베토벤의 모습은 찡그린 인상에 헝클어진 머리, 강렬한 눈빛을 가진 강한 인상이다. 그러나 이와 상반되게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은 꽃이 활짝 핀 듯한 화사한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1801년, 베토벤은 경제적인 안정을 얻기 시작했다. 출판사들이 베토벤의 작품을 따내려고 경쟁을 할 정도였고, 작곡으로 인한 꾸준한 수입도 있었다. <봄 소나타>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베토벤 역시 여유롭고 행복한 시기를 보냈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베토벤은 이 행복한 시기에 가혹함도 동시에 견뎌야 했다. 몇 년 전부터 청력에 이상을 느낀 것이다. 하지만 바이올린 소나타 5번에서는 그런 고통의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어떤 곡보다도 밝은 기운으로 가득하다. 도입부에서부터 흐르는 바이올린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주제 선율은 어느 봄날의 추억과 행복을 떠올리게 한다. 먼저 바이올린이 밝고 화사한 느낌의 1주제를 제시하고 피아노가 이어 받는다. 이 도입부는 워낙 유명해서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연주자들이 고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는 칠봉이와 나정이가 같이 밥을 먹는 장면에 삽입되어 상큼하고 풋풋한 사랑이 막 시작되는 청춘들의 봄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리드미컬한 3악장의 스케르초 뒤 이어지는 밝은 분위기의 4악장 론도에서는 주제가 여러 차례 다른 리듬으로 등장해 새로운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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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희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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