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레익과 에코팍, 로스펠리츠, 앳워터 빌리지, 할리웃은 LA 한인타운의 북동쪽으로 인접해 있는 주요 지역들이다. 운전을 하고 지나가다 보면 이들 지역의 거리에서 생활하는 노숙자들이 한인타운만큼이나 많음을 볼 수 있다. LA 다운타운과 함께 한인타운과 이들 지역은 LA의 노숙자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한인타운에서 가까운 이들 5개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주민들이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기 위해 벌이는 활동이 로컬 신문의 주목을 받았다. LA타임스와 함께 배달되는 커뮤니티 주간 신문인 팍라브레아 뉴스가 19일 전한 내용이다.
5개 지역 이름의 이니셜을 따 SELAH 홈리스 지원연합이라는 명칭으로 활동하고 있는 주민들은 매달 2차례씩 이 지역 거리들을 돌며 노숙자들에게 물과 위생용품 및 기타 생필품들을 나눠주고 있다고 한다. 이 그룹에는 20여 명이 꾸준히 참여하고 있고, 자발적 지원자들도 200여 명으로 늘어나 노숙자들을 돕고 있는데, 한인들을 포함한 이 지역 주민의회 관계자들이 주축이 돼 시작됐다고 하니 의미도 남다르다.
이처럼 각 커뮤니티에 산재한 5만 명이 넘는 LA 지역 노숙자 문제 해결이 로컬 지역 정부가 풀어야 할 시급한 당면 과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LA 시정부의 홈리스 임시 거주시설 설치 계획을 두고 한인타운이 논란의 중심으로 부상하면서 한인들 사이에서도 노숙자 문제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부쩍 증가하고 있다.
요즘은 한인타운에서 거주하거나 비즈니스를 하는 한인들을 만나보면 노숙자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데, 결국 궁극적 의문점은 “이 많은 노숙자들이 모두 거리 생활을 면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이 과연 있을까”로 귀결된다.
한인타운의 경우 노숙자 임시 ‘셸터’를 버몬트가 시영주차장에 세우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커뮤니티의 거센 반발이 인 후 여러 후보지들 가운데 주민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는 쪽으로 시정부가 한 발 물러선 상황이 됐는데, 이 이슈는 시정부가 적절한 절차를 무시하고 강행한 점이 부각돼 왔지만 사실상 더 큰 문제는 임시 셸터 정책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데 있다.
홈리스 문제는 궁극적으로 낮은 임금과 실업, 주거비 상승 등으로 인해 거리로 내몰린 사람들이 많아진 상황이 만들어낸 산물인만큼, 저소득 하우징 등 거주 시설을 충분히 마련해 이들이 들어가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해결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같은 장기적 목표 달성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우선 임시로 노숙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간이 시설을 만들어 운영한다는 게 LA시의 이른바 ‘브릿지 홈 프로젝트’의 취지이지만, 하나의 임시 시설 사이트에서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50명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에 시의 의도대로 잘 운영된다고 해도 거리의 노숙자들이 과연 눈에 띄게 줄어들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베이커스필드에서 수년째 진행되고 있다는 노숙자 관련 프로그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정부와 이 지역 비영리단체 및 민간 업체들이 협력해 노숙자들에게 거리 청소나 리사이클링, 또는 페인팅 등 ‘일거리’를 주는 방법인데, 이들에게 임금을 지급해 기본 생활을 할 수 있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직업 훈련을 병행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93명의 노숙자들이 직장을 찾았고, 473명은 주거 문제도 해결했다고 현지 신문은 전하고 있다.
베이커스필드의 성공 사례가 알려지자 이 프로그램에 언론과 다른 지역 정부들이 큰 관심을 보내고 있고, 이에 베이커스필드에서는 프로그램 확대를 추진한다고 한다. 노숙자 규모가 훨씬 큰 LA와 베이커스필드를 단순 비교하기는 무리이겠지만, LA에서도 이같은 제도를 기존의 노숙자 대책과 함께 병행해서 시도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여기에 주민들의 노력까지 3박자가 맞물려 가면 체감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실버레익 등 5개 지역 SELAH 홈리스 지원연합의 노력을 전한 신문은 이같은 활동을 풀뿌리 차원에서 노숙자 문제 대처를 위한 ‘온정을 담은 해결책’ 찾기라고 풀이했다. 모두 한인사회가 본보기로 삼을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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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하 부국장·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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