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 저녁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시의 시의원, 교육위원 선서식에 참석했다. 내가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의 페어팩스 시 교육위원회 담당 리에종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하지만, 이번에 시 의원으로 선출된 두 명의 한인들에게 직접 축하 인사를 하고 싶었다.
페어팩스 시는 인구 2만 5천 명의 작은 도시이다. 교육위원회가 따로 있지만 거주 학생들의 공교육은 페어팩스 카운티가 학비를 받고 위탁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지리적으로 페어팩스 카운티의 한 가운데 위치한 이 도시의 위상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사실 과거에 카운티의 주요 행정부서, 교육청, 그리고 법원이 모두 현 페어팩스 시 경계 안에 위치하고 있었다. 즉, 1961년에 카운티 일부인 페어팩스 타운에서 페어팩스 시로 독립하기 전에는 카운티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으로 여겨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곳에서 총6명의 시 의원들 중 2명이 한인이라는 것은 이제 누가 보아도 한인 사회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한인 시 의원 탄생을 보면서 앞으로도 한인 출신 선출직 공직자가 계속 더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갖는다. 그런데 선출직 공직자로 선출되기 위해서는 자기 홍보가 절대로 필요하다. 유권자들의 선택은 후보자들의 정책과 치적 그리고 자격을 놓고 판단하게 되는데 이 모든 부문에 자기 홍보가 절실히 요구된다. 그래서 우리가 자녀들을 교육할 때 자기 홍보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 미국으로 이민 온 내가 오랫동안 적응하기 어려웠던 점들 가운데 하나가 사실 자기 홍보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었다. 이는 미국 생활 44년, 선출직 공직자 생활 20년째에 들어선 지금도 아직 어색해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자랄 때 겸손이 미덕으로 강조되었기에 내가 스스로 잘 났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내세우는 것만큼 쑥스러운 일도 없다.
고등학교 12학년 때 일이다. 당시에 운 좋게도 학교 내셔널 아너 소사이티의 부회장 직을 맡았다. 내가 그래도 공부를 제법 잘 했던 것을 기억하는 친구들이 뽑아 주었던 것 같다. 그런데 1년의 임기가 다 끝나 가면서 후임자들을 선출해야 했다. 당시 담당 지도 교사가 회장과 부회장에게 각자가 한 일과 역할에 대해서 설명하라고 했다. 출마 준비 후배들과 선출에 한 표를 행사할 멤버들이 참고하기 위해서였다. 회장이 먼저 설명을 마치고 내 차례가 되었는데 뭘 얘기 해야 할지 잘 몰랐다. 그래서 “부회장 직이란 회장을 잘 돕는 일인데 내가 지난 1년 동안 제대로 잘 했는지 모르겠다. 아마 여러가지로 부족했던 것 같다. 참 미안한 생각이 든다.” 겸손이 강조되었던 한국식 교육에선 모범 답안에 해당 될 나의 이런 발언이 미처 끝나기 전에 지도 교사가 내 말을 끊고 부회장의 역할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지도 교사는 나의 설명 방법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는 대학교 세미나 클래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담당 조교가 어떤 질문을 할 때 아주 단순한 질문은 너무 단순해서 손 들고 대답하기를 주저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미국인 학생들은 아주 사소한 것까지도 자신 있게, 장황하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나는 종종 왜 저렇게 당연한 얘기들을 묻고 답하는지 의아했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발표에 주저하지 말라는 교육을 받았던 미국인 학생들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음을 느꼈다.
한인 학생들이라도 미국에서 어려서부터 교육을 받고 자라는 경우엔 물론 다를 것이다. 그러나 그런 학생들도 전통적 한국 문화 배경을 지니고 있는 부모들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물론 겸손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그 것은 당연히 가르쳐야 할 덕목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자기 홍보가 절대로 요구되는 상황에서는 자기 홍보를 제대로 하는 교육도 철저히 받아야 된다. 그런 부분은 나처럼 선출직 도전 때 뿐 아니라, 직장을 구하거나 장학금 신청을 할 때 등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우수함을 드러내야 하는 모든 상황에 적용될 것이다. 그래서 모든 언사에 진중해야 하지만, 말수가 적어야 무게 있어 보인다는 시각이 항상 적절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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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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