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신부 5~10%서 증상, 중증 땐 임신부·태아 위험
▶ 환자의 3분의 1가량이, 고혈압·단백뇨 증상 없어, 붓거나 머리 아프면 의심을
축복된 임신이지만 한해 1만명에 이르는 임신부들이 임신성 고혈압, 단백뇨 등의 증상으로 고통을 겪는 임신중독증에 걸릴 수 있다. 간단한 혈액검사에 의한 산전 검사로 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
임신은 축복이다. 하지만 임신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고, 심지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병이 있다.매년 세계적으로 임신부 7만6,000명과 태아 50만명이 이 병으로 사망한다. 임신중독증(전자간증ㆍpre-eclampsia)이다.
임신중독증은 임신부의 5~10%에게 나타난다. 이 가운데 20%는 중증으로 악화해 고혈압, 신부전, 혈관 손상 등을 일으킨다. 태아에게는 저성장, 미숙아 출산, 심각하면 사망을 초래한다. 지난해 이 병을 앓은 임신부는 9,873명이었다. 2014년(7,172명)에 비해 3년 새 1.4배나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특히 고령 임신 등의 영향으로 중증 임신중독증 환자가 연평균 24%씩 증가하고 있다. 대한주산의학회에 따르면 고령 임신부(35세 넘어 임신한 여성)는 젊은 임신부보다 임신성 당뇨는 2배가량, 고혈압은 2∼4배 많았다.
고혈압ㆍ단백뇨 등이 대표적인 증상
임신중독증은 태반에 태아가 착상한 뒤 정상적으로 발생하는 영양막세포가 모체 내로 잘 침투되지 않아 태반과 태아에게 혈류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로 인해 혈압이 올라가고, 콩팥 기능 이상으로 단백뇨(소변에 정상 범주 이상의 단백질이 섞여 나옴)도 나타난다. 임신중독증이 생기면 미숙아를 낳기 쉽고, 임신부에게 시력 장애 등이 생길 수 있다. 심하면 태아와 임신부가 목숨을 잃기도 한다.
임신중독증 가운데 가장 흔한 증상이 바로 임신성 고혈압이다. 임신부의 90%가량은 임신해서 혈압이 올라도 분만 후 12주가 지나면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임신 20주 이후 혈압이 고혈압 진단 기준(수축기 혈압 140㎜Hg, 이완기 혈압 90㎜Hg 이상)을 넘길 정도로 높다면 임신중독증이 될 수 있다. 고혈압약을 먹고 혈압을 낮춰줄 필요가 있다.
단백뇨도 대표적인 증상이다. 고혈압이 어느 이상 진행되면 이 단계로 넘어간다. 혈소판 감소, 간 기능 저하, 신장 기능 악화, 폐부종 같은 증상이 빨리 진행될 수 있다. 34주 이전이라면 혈압을 조절하기 위한 약물을 쓰고, 이후라면 바로 출산해야 한다.
경련도 나타난다. 부종이 심해지고 소변량이 줄며 두통과 상복부 통증, 시력 장애까지 나타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임신부와 태아의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하지만 임신중독증 환자라도 고혈압이나 단백뇨 등 대표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임신중독증으로 경련과 발작을 일으킨 환자의 38%가 고혈압과 단백뇨를 보이지 않았다는 해외 연구결과도 있다. 지난해 국내 임신중독증 환자의 32%(3,183명)도 단백뇨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평소 당뇨병을 앓던 여성이 임신하면 임신중독증에 걸릴 확률이 일반 여성보다 5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김성훈 제일병원 내분비내과 교수팀은 2003~2010년 이 병원을 찾은 임신부 가운데 제2형 당뇨병을 앓던 임신부 100명(실험군)과 일반 임신부 100명(대조군)을 추적 조사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꾸준한 산전(産前) 진료가 필요한 까닭이다. 간단한 혈액 검사만으로 임신중독증 진단이 가능하다. 임신 32주 전에는 한 달에 한 번, 32주 이후에는 2주에 한 번 산전 검진을 받는 게 좋다. 신재은 부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중독증 예방은 증상이 생기기 전 또는 증상이 경미할 때 조기 진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갑자기 몸이 많이 붓거나 머리가 아프고, 눈이 흐려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간단한 혈액검사로 임신중독증 확인돼
임신중독증에 걸리면 ▦고혈압 ▦단백뇨 ▦심한 두통 ▦부종 ▦시력장애(흐릿함, 번쩍임), ▦상복부 통증 ▦급격한 체중 증가 등이 생길 수 있다. 임신했을 때 이들 증상 가운데 한 가지라도 겪는다면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담하고 검사를 받는 게 좋다. 특히 이런 다섯 가지 증상은 일반적인 임신 증상과 구별이 어려워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질환 여부를 아는 게 중요하다.
기존 진단법은 혈압측정에서부터 간수치 확인까지 각종 검사를 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 간단한 혈액검사법(sFlt-1/PlGF 테스트)으로 더욱 편리하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특히 영국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에서 권고하는 임신중독증 혈액검사법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치료 방향을 정할 수 있고, 임신중독증 위험 임신부의 정신ㆍ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혈액검사는 지난해 9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돼 대상자는 진단 비용의 50%만 내면 된다. 임신중독증 과거력이나 가족력, 다태 임신, 고혈압, 단백뇨, 태아 성장 지연, 간효소 증가의 항목 중 하나라도 해당하는 임신부가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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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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