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정적 국민정서’를 이유로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던 법무부가 갑자기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의 국적이탈 제한과 관련, ‘국적제도개선 자문 태스크포스’를 설치하고 국적법의 개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그 이유로는 지난 2006년 관련 국적법 조항의 위헌 판단을 구하는 헌법소원 사건에서는 헌법재판관 9인 전원이 합헌의견을 냈으나 2015년 결정에서는 헌법재판관 4인이 위헌의견을 제시하였기에 이러한 변화에 기초해 제도 개선을 검토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이제라도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깨닫고 검토 작업에 착수한 것은 매우 다행인 일이다. 법무부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사실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의 국적이탈제한에 관한 인식의 변화는 헌법재판소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한국에서 말하는 부정적 국민정서란 이중국적자들이 한국에서 각종 혜택을 누리다가 병역의무만 면탈하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라고 볼 수 있다. 헌법재판소도 이 점을 우려해 왔다. 그런데 4인의 헌법재판관이 위헌의견을 제시했던 2015년도 사건의 경우, 한국 진출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오로지 미국 내 생활기반을 둔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이 한국 국적 이탈 제한으로 인해 겪게 되는 미국 내에서의 어려움, 특히 복수국적 보유로 인한 미국 공직 진출 장애 등에 관한 내용이 강조되었고, 이러한 점이 4인의 헌법재판관의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 내게 된 계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당시 5인의 다수의견(합헌의견)은 국적이탈제한으로 인해 외국 공직에 취임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극히 우연적인 사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였으나, 4인의 반대의견(위헌의견)은 복수국적자의 공직진출시 한국 국적이탈이 안되어 복수국적으로 인해 주요 공직 등에 진출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을 언급하며 청구인의 국적선택의 자유가 침해되었다고 판단한 바 있다[2015. 11. 26.자 결정 2013헌마805, 2014헌마788 (병합)].
법무부의 개정 의지를 적극 지지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개정 방향에 대한 우려도 크다. 법무부의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헌법재판소의 반대의견 중에서 ‘예외적 이탈 허용’ 언급 부분을 인용하고 있어, 혹시나 이번 개정이 국적이탈기회를 놓친 사람들에게 국적이탈 기회를 부여하는 쪽으로 흐르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된다. 또한 현재의 흐름을 살펴보더라도 그러한 내용의 입법을 추진하려고 하는 국회의원이 있고, 일부 해외동포들도 국적이탈 기회를 달라는 탄원을 하기도 하기에 그러한 모습들을 보면 더욱 그렇게 느낀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국적 이탈 기회를 주는 식의 법 개정은 근본대책이 아닌 허울 좋은 생색내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전세계 해외 동포 2, 3세는 국적이탈 의무를 아직도 모르고 있고, 설령 안다고 하더라도 복잡한 이탈절차를 밟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임을 아직도 국회와 법무부는 모르는 것 같다. 국적이탈을 하려면 한국에 출생신고부터 해야 하기에 이는 곧 이중국적의 증거를 남기는 것이 되어 결국 미 공직 진출에 장애가 되는 것은 다를 바 없다.
또한 현행법에 따르면,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까지도 한국 국적을 이탈하지 않는 한 이중국적자로 남게 되므로, 수십만 남녀 한인 2, 3세가 각국 영사관에서 국적이탈 신청을 할 경우 이들 영사관의 업무는 마비가 될 것이 뻔하고, 동포사회도 국적이탈 신청절차를 밟다가 마비가 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 국적을 선택하지 않는 한 한국 국적이 당연상실 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도 아직 희망적인 것은 법무부에서 지난 1차 회의에서 국적상실제도의 개선 및 국적유보제도 등에 대한 의견도 밝힌 점이다. 따라서 법무부에서는 앞으로 이러한 방향으로의 개정을 적극 검토하여 ‘제 2의 한인 오바마’ 탄생이 가능한 제도를 마련해 주길 바란다. 또한 헌법재판소도 현재 원정출산이나 병역기피자가 아닌 미 혼혈인 복수국적자로 접수한 5차 헌법소원심판청구 사건을 통해 현행 국적법으로 인한 미 공직 진출 제약이 ‘극히 우연적인 사정’ 이라는 판단을 재고하고, 나아가 ‘국적당연상실’ 내지 ‘국적유보’ 제도에 대한 방향을 선명하게 제시해 줄 것을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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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준 변호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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