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타운의 ‘리틀 방글라데시 주민의회 분리안’이 다행히 부결됐다. 다민족이 모여 사는 남가주 지역에서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특정 커뮤니티 인구가 늘어나고 상권이 강해지면 자연스럽게 다른 커뮤니티와 마찰이 생길 수 있다.
현재 가든그로브 한인타운은 ‘방글라데시’ 상황과 다르지만 베트남계가 증가하고 있는 반면 한인들의 수는 줄고 있는 추세로, 장기적으로 보면 베트남계 구역으로 변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한인 업소들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향후 어떤 형태로 변모할지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그동안 한인타운을 이끌어 온 한인 이민 1세들이 하나, 둘 은퇴하거나 세상을 떠나고 있다. 타운의 노령화는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반해 한인 1.5세와 2세들의 타운 유입은 많지 않다.
그렇다고 당장 타운이 베트남 일색으로 탈바꿈 되지는 않는다. 현재의 상황이 최소한 10~20년은 계속될 것이다. 지금 타운 샤핑 몰의 80% 이상을 한인들이 소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예상보다 오랫동안 현 상태를 유지할지 모른다. 다행히 향후 한인들이 한인타운으로 다시 몰려올 수 있는 대형 한인 샤핑 몰들이 들어서거나 아니면 또 다른 좋은 계기가 마련되어 예전의 영예를 되찾을 수 있으면 이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그러나 이 같은 호재가 없는 한 결국 한인 1세들은 모두 떠나고 가든그로브 한인타운은 자취를 감출지 모른다. 한인 커뮤니티보다 이민 역사가 오래된 LA ‘리틀 도쿄’를 보면 미래를 알 수 있다. 이곳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은 많지 않다. 상가 업주들의 상당수는 한인이 차지하고 있다. 이름만 리틀 도쿄이지 실질적으로 다른 민족들이 점령하고 있다.
단지 이곳에는 ‘일미 박물관’ ‘일본 문화센터’가 있기 때문에 일본계 주민들과 업주들이 많지 않아도 리틀 도쿄라 불리고 있다. 여기에서는 일본 문화를 엿볼 수 있고 오랜 세월 동안 ‘리틀 도쿄‘라는 이름이 명명되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남을 것이다.
가든그로브 한인타운은 현재 어떠한가. 타운의 이름은 일반적으로 거의 통용되지 않는 ‘코리안 비즈니스 디스트릭’이다. 이곳에 한인 비즈니스가 사라지면 이 같은 이름과 함께 표지석도 없어져야 할지 모른다. 베트남 비즈니스가 즐비해 있는데 코리안 비즈니스 디스트릭이라는 명칭은 걸맞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한인타운에 내세울만한 기념관이나 상징물도 없다. 단지 한인회, 노인회, 오렌지 샌디에고 민주평통, 상공회의소 등 한인단체 사무실들만 있을 뿐, 아무 것도 없다. 무엇을 가지고 한인타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이웃 LA 한인타운의 경우 ‘한미 박물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타운의 위세가 약해져도 ‘코리아타운’이라는 이름과 한국 문화와 역사가 살아 숨 쉬는 한미 박물관으로 인해서 아무리 세월이 많이 지나도 ‘LA 코리아타운’은 건재할 것이다.
가든그로브 한인타운을 ‘영구히’ 보존하려면 ‘한미 박물관’과 같은 박물관을 건립할 수는 없더라도 상징물 정도는 있어야 한다. 현재 한인회(회장 김종대)는 새로운 한인회관 건물 안에 한국 문화와 역사를 담는 공간을 마련할 것이라고 한다. 미흡하지만 좋은 출발이라고 볼 수 있다. 최소한 한인회관을 방문하면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어느 정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 당장은 안 되겠지만 한인타운을 대표할 수 있는 상징물은 꼭 있어야 한다. 향후 한인회관을 2층으로 증축해서 한국 문화공간을 만들거나 지붕을 한국 전통 청기와로 꾸미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코리안 비즈니스 디스트릭’이라는 타운 이름도 ‘코리아 타운’ 또는 ‘리틀 서울’이라고 속히 바꾸어야 한다. 전직 한인상공회의소 회장들의 모임인 ‘상우회’(회장 최광진)가 타운 이름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새 한인회관 마련과 함께 타운 이름도 바꾸면 안성맞춤일 것이다.
한인타운에 한국 문화와 전통을 상징하는 근사한 상징물이 들어서면 세월이 지나 한인 1세대가 사라져도 한인타운은 그대로 남아 2세들에게 넘겨줄 수 있다. 한인타운 상징물 설립과 이름 변경이 참으로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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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기 부국장·OC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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