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수요일로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 고등학교들의 졸업식을 모두 마쳤다. 물론 아직 여름학기를 마치고 졸업하는 학생들이 남아 있지만 그 숫자는 미미하다. 일반 고등학교 25, 대안 학교 2, 특수 교육 센터 4, 그리고 성인 고등학교와 구치소 교육 프로그램을 포함해 모두 33개의 졸업식이 있었다. 광역 교육위원인 나는 가능하면 많이 참석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스케줄이 겹치는 곳 들도 있어 모두 참석하기는 불가능하다. 올해에는 17개의 일반 고등학교들을 포함해 총21곳에 참석했다. 이번에 졸업한 모든 졸업생들과 그들의 가족들에게 축하를 드린다. 그리고 졸업생들의 밝은 앞날도 기원한다.
졸업식들에 참석하면서 느낀 점들도 많다. 19년 동안 교육위원으로 일하면서 참석해 본 졸업식이 수백이 되니 졸업식들이 더 이상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할 수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러나 졸업식마다 특성이 있고 단 한 번인 고등학교 졸업에 감격해 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그들이 졸업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정성을 다해 도와주고 때로는 눈물도 흘렸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찡해 온다.
졸업식에서 가장 크게 환호를 받는 졸업생들 중에는 장애인 학생들이 단연 꼽힌다. 훌륭한 성적과 출중한 리더십을 보인 학생들이 각종 상을 받는 것에도 축하의 박수를 보내지만, 역시 장애를 극복한 학생들에 대한 경애심은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인 것 같다. 장애인 학생들에 대해 일반 학생들이 보여주는 격려와 도움은, 단순한 동정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인간으로서 존엄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 기초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장애인 정책이 학생들이 장애인 동료 학생들에게 보여 주는 모습의 정신을 반영한다면 적절하지 않겠나 생각해 본다.
성인 고등학교 졸업식도 참석할 때마다 내가 교육위원으로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들을 일깨워 준다. 성인 고등학교는 만 18세 이상 나이의 학생들이 다니는 곳이다. 물론 일반 고등학교에도 18세 이상의 학생들이 제법 있다. 그러나 성인 고등학교 학생들에게는 일반 학생들과 다른 특별한 사연들이 있다. 나이 분포도 18세를 갓 넘긴 젊은이들로부터 시작해 60-70대 어르신들까지 있다. 이 학생들은 나름대로의 이유로 제 때에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경우이다. 개인이나 가정 사정상 제대로 못 받은 교육에 대해 한 맺힌 학생들도 있고, 공부가 싫어 멀리했다가 늦게서 깨우치고 돌아온 학생들도 있다. 직장을 구하거나 각종 자격증 취득에 고등학교 졸업이 필수이기에 다시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는 반면, 이미 적잖은 수입이 있지만 자식들과 손주들에게 떳떳하려고 공부를 마치려는 학생들도 있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고등학교 졸업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올해의 성인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학생 대표로 인사한 학생 한 명은 남미 출신 이민자였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 싱글맘인데 두 군데 직장에서 일하면서 고등학교 졸업 필요를 절감해 공부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자기가 태어난 나라에 사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본인의 형편도 그다지 여유 있어 보이지 않는 그 졸업생의 장래 희망 이야기가 졸업식장에 자리한 사람들의 마음에도 잔잔한 감동으로 찾아 들었을 것이다.
이 졸업식을 보면서 부담되는 물음 하나가 내 마음에 다시 찾아 들었다. 최근에 교육위원회가 내년도 예산을 확정하면서 성인 고등학교 예산을 백만불 이상 삭감했기 때문이다. 교육청 담당자들은 삭감이라기 보다는 프로그램의 효율적 운영으로 인한 경비 절감이라고 한다.
그러나 프로그램 제공 장소 숫자를 줄인 것은 프로그램에 등록하고자 하는 잠재적 대상자들에게 거리상으로 불편을 초래하거나 현실적으로 등록을 불가능하게 할 수도 있는 문제이기에 나는 예산 심의 때 우려를 표명했었다. 결론적으로 전체적인 예산 부족 때문에 일단 삭감에는 동의했으나 여름 등록 기간 동안에 등록자 숫자의 추이와 프로그램 제공 장소의 접근성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부디 이번 예산 조정으로 이 프로그램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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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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