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묵의 중국기행 1 압록강 앞 단동에서 보낸 하루
➊ 단동 기차역에서 내려 앞을 보니 신의주로 연결되는 철로가 보인다. ➋ 무심한 철교 아래는 공원이 되어 있다. ➌ 압록강 유람선을 탔다. 강은 중국, 북한이 공유하나 섬들은 북한 땅이다. 양안에 북한 땅을 보았다. ➍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이라고 알려진 이곳은 지금 주택지로 개발되어 있다.
-서울, 심양 그리고 기차로
서울에서 비행기를 탔나 했더니 어느덧 심양 비행장에 닿았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통역이자 안내자인 조선족 박 선생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이번 심양 단동 여행은 친구 박00와 단 둘이다. 우리는 곧 바로 단동으로 가기 위하여 남 심양 기차역으로 갔다. 본래 심양을 가로지르는 강 이름이 혼하(渾河), 즉 혼탁한 강이란 이름이다. 그리고 이 강 북쪽에 심양시가 있다. 그런데 새로이 강남을 개발해서 신도시를 만들고 있다. 마치 서울의 강남과 같은 개념이다.
비행장에서 남 심양 기차역까지 가는 길이 8차선이고 몇 십층이나 되 보이는 건물과 아파트가 숲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새로 건설된 기차 청사가 입이 벌려질 정도로 컸다. 단동까지 특급열차 요금은 특급이 77위안(약 12.50 달러)으로 예상보다 싸다. 그리고 소요되는 시간은 90분이다.
중국에서 기차를 8년 전에 장가계에서 계림으로 갈 때에 타본 적이 있다. 당시 느낌은 아주 더럽고 느리고 다시 말해 나쁜 인상이었는데 이번에는 와! 하고 감탄할 만큼 달라졌다. 그리고 빠르고 정시에 떠나고 정시에 도착함이 옛날의 철도가 아니었다.
-압록강 바로 앞의 호텔
마침내 단동 역에 도착하여 기차에서 내려 앞을 바라보다가 잠시 숨이 막혔다. 바로 이 기차 철로 몇 백 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사진으로만 보던, 그 압록강 철교, 신의주로 가는 철도다리가 펼쳐져 있지 않는가? 우리는 역에서 나와 가까운 신안동(新安東) 호텔이란 곳에 투숙했다. 50층쯤 돼 보이는 호텔인데 26층 우리 방은 바로 앞에 압록강과 신의주가 눈앞에 펼쳐진 방이었다. 3명 분의 침대가 마련된 방으로 860 위안(약 136 달러)인데 값이 괜찮은 듯 했다.
호텔 체크인을 끝내자마자 우리는 도시 관광에 나섰다. 신의주로 들어가는 압록강철교가 바로 코앞인 거리, 한국어 간판이 즐비한 상가거리, 신 단동개발지역, 황금평야, 그리고 고구려 시대부터 있었다는 호산산성, 그리고 산성 끝자락에 있는 선착장에서 압록강의 유람선도 탔다. 압록강은 중국과 북한이 공유하지만 압록강에 있는 섬들은 모두 북한 영토라고 한다. 그래서 강 양안의 섬들이 모두 북한 땅인지라 초소도 보이고, 어떤 곳에는 북한 주민들이 염소에 풀을 먹이며 모여 있는 모습도 보이고, 한가롭게 낚시하는 북한 병사도 보인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이성계가 회군했다는 위화도에는 단층이지만 기다란 현대 주택단지도 있다. 북한주민들은 우리 같은 구경꾼에 이제는 익숙해졌는지 우리 일행에 별로 관심 없이 일상생활을 하는 듯 했다.
➎ 초소와 철조망도 보인다. ➏ 초소에 병사도 보인다. ➐ 한가한 북한 병사 낚시꾼도 보인다. ➑ 언덕 중국 땅쪽에는 1000년 전부터 있었다는 호산 산성이 보인다.
-조선족 안내자의 관심사
통역자 겸 안내자인 박 선생은 소위 조선족이었는데 기차를 탈 때부터 그의 모든 대화의 초점은 돈이었다. 택시를 타려면 이쪽에서 타면 저 멀리에서 U 턴을 해야 하니 요금이 더 나간다, 그러니 길 건너가 타자, 이 식당보다 저 식당이 싸니 저리로 가자 등, 자기 돈 드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리고 자기 아들 이야기가 나와도 아들 직장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월급이 얼마, 그리고 자기가 얼마 전에 아파트 산 것이 앞으로 값이 어찌 될 것이라니 등등 말이다.
그러한 박 선생을 보면서 생의(生意)라는 단어가 떠오르며 쓴 웃음이 지어졌다. 생의를 그대로 직역하면 삶의 의미라는 뜻이겠지만 중국에서 생의란 장사, 영어로 business 이란 뜻이다. 다시 말하자면 중국 사람들은 돈 버는 것이 삶의 의미이고 결국 돈이 그들의 종교라 해야 할 것 같다.
단동에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느낀 것이 있다. 그것은 이번 여행하기 전 여러 학자들로부터 중국은 국민이나 정부나 지방 자치단체가 천문학적의 빚을 지고 있다, 도시마다 텅 빈 고층 아파트 빌딩, 소위 ghost town이 넘쳐나고, 철도만도 일 년에 적자가 몇 조 위안이다 하면서 중국은 결국 파산할 것이다, 아니면 성장률이 점점 하락하다가 결국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등 여러 부정적인 예측을 들었고, 공감도 했다.
하지만 막상 이번 여행에서 보고 느낀 것은 중국을 방문하기 전에 한쪽으로만 편향되어 균형을 잃고 또 중국을 여행은 하지 않고 입맛에 맞는 책만 보고 주장한 학자들의 탁상공론을 내가 너무 맹신한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사실 미국의 시선으로 보자면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이지만 중국인들 자체로서는 그래도 이제까지 가져보지 못했던 자본주의, 시장경제이고, 이를 만족하게 받아들이는 중국인들 거의 모두가 경제 활동에 맹렬함이, 소위 돈에 걸신이 든 것 같았고, 돈독이 오른 그들인지라 내가 사전에 품고 왔던 생각과 달리 중국은 경제적으로 결코 망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북한 식당의 김치찌개는 4불
점심은 고려식당이라는 곳에서 먹었다. 박 선생 말로는 중국 사람이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북한식당이라고 했다. 김치찌개 20위안, 밥 한 공기 5위안 모두 25 위안 하니까 약 4.0 달러였다. 그런대로 양도 많고 먹을 만 했다. 손님은 우리 일행 말고는 다 중국 사람들인데 30 위안의 고기, 5 위안의 맥주(밥을 빼고 합계 약 5.60 달러) 정도이었다.
호텔 방으로 가는 길에 봉선화이라는 식당에 들렸다. 한복을 입은 북한 여 종업원이 나를 반긴다. 나는 저녁 때 오려고 하는데 값이 어떤가 보고 싶다며 메뉴를 보자 했다. 점심때에 식당의 식사 메뉴와 거의 같았고 가격도 비슷했다. 식당에 무대가 있어 그곳을 가리키며 몇 시에 와야 공연을 볼 수 있겠느냐 했더니 요즈음은 공연은 없다며 다만 2층 룸이 있는데 그곳에는 공연이 있다고 했다. 아마도 아코디언이나 연주하는 룸 살롱정도인 듯 했다. 썰렁한 분위기에 장사가 잘 안 되고 있는 듯 했다. 북한에 송금이 아니라 적자를 볼 것 같았다.
저녁은 결국 내가 묵는 신안동 호텔식당에서 먹었는데 식당 운영이 좀 특이했다. 호텔 별관처럼 되어 있는 이 식당이름이 신안동 호텔 해선주점(海鮮酒店)이라 했다. 들어서면 홀 가운데에 여러 음료수가 진열되어 있다. 그리고 그 뒤에 여러 음식 재료가 있고, 메뉴가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뒤편에 부엌이 있다.
➊ 봉선화 식당. ➋ 해선주점 메뉴다. 3명에 52달러를 받고 얼마가 남았을까 확실히 우리 계산으로는 적자인데…. ➌ 아기가 이쁘다며 아이를 안아 주라고 하면서 슬쩍 북한 접대원 아가씨 사진을 찍었다.
-접대원들의 서브 방식
그날 우리가 저녁 먹었던 순서를 설명하자면 우리 3명은 우선 음료수 진열대에서 진로 소주 1병, 북한 맥주 대동강 3병을 주문했고, 그리고 음식 만드는 곳에 가서 소고기 전골, 야채 졸임, 통 오징어 삶은 것을 시키고 나서 우리는 테이블이 있는 식당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식당 홀에 들어서니 한복을 입고 북한 배지를 단 아가씨들이 우리를 좌석에 안내했다.
아가씨 접대원들이 테이블 정리를 해주고 나면 곧 이어 우리가 주문하였던 음료수와 주문한 음식을 부엌에서 가져와 서브를 하는데, 술병은 따 주지만 술을 따라주지는 않는다.
우리가 시간에 맞추어 갔기에 곧 이어서 공연이 펼쳐졌다. 우선 4명의 가수들의 노래인데 가사 내용이 위대한 민족 운운 하는 것 같다. 곧 이어서 중국 노래, 현대식 가야금과 노래, 다시 4 명의 한국 고전 춤, 그리고 중국 가요 같은 노래를 불었다. 모두 30분 공연이었다. 손님이라고는 중국 젊은이들, 아마도 직장 동료 같은 팀이 15명 정도, 또 중국 팀 6명과 3명 그리고 우리 3명이 전부이었다.
-퇴근하는 북녀들의 늘어진 어깨
우리 3명의 술과 음식같이 모두 324위안(약 51.50 달러) 이었다. 춤과 노래를 공연하는 사람만 9 명, 그리고 웨이트리스가 8명, 아무리 내가 계산해 보아도 남는 장사가 아닌 듯 했다. 언제나 식당은 9시 반에 문을 닫는다고 하며 언제 갈아입었는지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줄지어 퇴근하는 북한 여 종업원들 어깨가 늘어진 것처럼 보인 것이 나의 착각이었을까? 내가 사진을 찍으려다가 얼굴을 붉히며 안 된다고 소리를 치던 그 웨이트리스가 퇴근 하면서 차가운 시선을 주면서 나를 다시 쳐다보는 눈길에 나는 왠지 씁쓸함을 느꼈다.
한 핏줄, 같은 말을 쓰는 동포, 하지만 하나는 돈 밖에 모르는 돈을 곧 신앙으로 아는 조선족, 아무리 보아도 세계에서 이상한 사람들로 취급받으며 장사도 안 되어 부쩍 움츠려든 북한 아가씨, 강 건너 불구경 하는 남한 출신 미국인 나, 이것이 신의주를 코앞에 둔 단동에서 보낸 하루이었다.
-이 글을 쓸 즈음에
압록강 하구 단동 서쪽에 친선의 다리라는 신의주 철교보다 훨씬 큰 다리가 있다. 미완성의 다리이다. 중국 쪽에는 말끔하게 페인트칠까지 되어 있는데 북한 쪽은 뼈대만 있다. 그리고 그 옆에 기다란 철조망 넘어 땅이 북한의 소위 황금평야이다. 그리고 황금평야 프로젝트를 알리는 커다란 게시판이 남아있다. 그동안 북한 제재 때문에 개성공업단지 같은 개념으로 개발하려다 중단된 신단동지역이다.
이제 규제가 풀리면 제일 먼저 중국과 북한이 이곳 개발을 착수할 것 같다. 한국에서는 남북한 평화조약, 미국과 북한 평화조약을 놓고 이념 대결로 날을 세우고 있는 동안, 벌서 이곳에서는 북한 특수 붐을 예상하며 신단동지역에 집값, 땅값이 오르고 있다고 한다. 이제 이념 논쟁 그만 두고 한국도 미래를 대비하고 경제적 실속 차려야 할 것 같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고 했던가? 답답한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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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이영묵(전 워싱턴 문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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