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칼럼니스트
미국 대통령이 중국정부로부터 뇌물을 받고, 그에 대한 대가로 국가안보를 해친 것이 사실인가?
이런 의심이 터무니없다고 말하지 말라.
우리가 잘 아는 도널드 트럼프라면 이 정도의 일은 가능성이 아니라 충분히 그럴만한 개연성을 지닌다. 증거가 없다고 발뺌하려들지 말라. 우리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재판정에 있는 게 아니다.
고위 공무원들의 비위에 관한 기준은 무죄추청 원칙의 정반대에 가깝다. 고위공직자라면 개인적 이득이 동기로 추정될만한 행동은 어떤 상황에서건 피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어차피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이 국가에 해를 끼칠 만한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막아낼 터이니 대통령이 어찌했건 상관없다고 말하지도 말라.
바로 그 부분이야말로 이 칼럼의 핵심대목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스스로를 국기로 감싸고 상대 진영의 애국심에 의문을 던지며 야단스레 경고를 가하는 ‘애국 독점’ 정당이야말로 적대국의 뇌물까지 받아 챙길 만큼 속속들이 부패할 위험성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후 이제까지 불거진 잡음들을 간추려보자. 과거 몇 년간 주로 싸구려 스마트폰을 생산해온 중국의 전자회사 ZTE는 미국 정부와 반복적으로 갈등을 일으킨 바 있다.
ZTE 제품은 법에 의해 북한과 이란 등 금수조치가 내려진 국가로 수출해서는 안 되는 미국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이 같은 통상금지령을 위반했다.
그리고 이로 인해 ZTE는 12억달러의 벌금을 물어야했다.
이후 ZTE가 통상금지령 위반에 개입한 자사 중역들을 징계하기는커녕 오히려 포상한 사실이 밝혀지자 연방상무부는 미국 테크널로지 기업들에게 7년간 ZTE에 부품을 판매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2주전 펜타곤은 미군기지 내에서의 ZTE 스마트폰 판매를 금지시켰다. 중국정부가 ZTE 상품을 스파이활동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정보당국의 경고에 따른 조치였다.
이런 모든 정황들로 볼 때 트럼프가 느닷없이 시진핑 중국 주석을 도와 ZTE 구하기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은 대단히 얄궂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는 “중국에서 너무도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다”면서 ZTE를 겨냥해 국내 하이텍 기업들에게 내린 연방 상무부의 부품판매금지령을 해제하라고 명령했다.
어찌 보면 본격적인 무역전쟁의 가능성이 대두되자 트럼프가 중국에게 올리브가지를 내민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중국의 잘못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난 ZTE를 구제대상으로 지목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와 관련, 많은 사람들은 ‘트럼프 오거니제이션’(Trump Organization)이 상당한 지분을 소유한 프로젝트에 인도네시아에 기반을 둔 중국 관영회사가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한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
문제의 프로젝트는 중국이 자국의 지정학적 영향력과 경제적 중요성을 강화하기 위해 유라시아를 관통하는 철도망을 부설하는 다국적 인프라사업 ‘일대일로’의 한 부분이다.
여기서 또 하나의 질문이 튀어나온다. 트럼프가 요란스레 제안했던 국내 인프라 증축계획은 어떻게 된 걸까?
다시 ZTE로 돌아가자. 정말 중국 정부와 트럼프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오갔을까? 그건 알 수가 없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트럼프일가의 비즈니스 이익과 관련해 기이한 대외정책을 들고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는 희안하게도 주요 미군 기지가 자리 잡고 있는 중동국가 카타르에 대해 사우디가 취한 봉쇄조치를 지지했다. 왜 그랬을까?
이 같은 조치는 카타르가 트럼프의 사위인 자레드 쿠슈너일가 소유의 부동산 ‘666 핍스 애비뉴’(666 Fifth Avenue)에 5억 달러의 투자를 거부한 직후에 나왔다.
그리고 지금 카타르는 결국 666 핍스 애비뉴에 투자를 하는 쪽으로 선회한 듯 보인다.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일까?
디테일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큰 그림을 보자. 고위 공직자들은 국내 기업들과 다른 국가의 정부들에 해를 끼칠 수도 있고, 이익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설사 선거기부금의 형태거나, 혹은 이른바 ‘회전문’을 통한 간접적인 금전보상의 형식을 취한다 하더라도 부적절한 영향력은 늘 문제가 된다.
만약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그들의 사업체를 통해 관리들에게 돈을 전달한다면 문제는 더욱 고약스러워진다. 더구나 트럼프와 그의 가족은 국제 비즈니스 거래에서 손을 떼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아직도 뇌물거래가 가능하다는 사인판을 걸어둔 셈이다.(이는 결국 행정부의 나머지 전체에 대한 기준을 세운 꼴이기도 하다.)
부당한 영향력의 문제는 해외 독재국가의 경우 가장 심각하다. 민주주의 국가들은 자체적인 도덕률을 갖고 있다: 만약 캐나다가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에 돈을 건네다가 적발됐다면 저스틴 트뤼도 총리는 분명 혼쭐이 날 것이다.
기업이라면 심한 모욕을 당하거나 제소될 수 있다.
그러나 시진핑이나 푸틴이 미국의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건넨다면 무슨 수로 그걸 막겠는가?
연방의회가 감독해야 할 일이지만 그건 과거의 얘기다.
가령 예를 들어 제럴드 포드 혹은 지미 카터에게 해외에서 뇌물을 건넨 낌새라도 있었다면 양당 모두 조사를 요구했을 것이고, 그들이 탄핵을 당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았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공화당은 트럼프가 하는 일이 설사 반역에 가깝다 하더라도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으려든다.
이 모든 것은 트럼프의 부패가 더 큰 문제의 곁가지 증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여기서 말하는 더 큰 문제는 공화당이 당리당략을 위해서라면 못할 일이 없을 것이며, 심지어 국익까지 저버릴지 모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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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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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k him up .
오! 진짜로 자기family 만 위대하게만드는것아니야??
이방카의 사업이 중국에서 특혜를 대거 받은 이유를 알것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