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정숙의 문화살롱
▶ -DC 내셔널 갤러리-
- 1875, oil on canvas - 1877, oil on canvas - 1888-1890, oil on canvas - 1895, oil on canvas(윗줄 왼쪽부터) -아랫줄 왼쪽부터 1899, oil on canvas - 1899, oil on canvas - 1900-1904, oil
예술이란 자연의 순간적인 떨림과 편린들,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세. 그것은 영원히 맛볼 수 있도록 말일세. 거기에 무엇이 있을까? 아무것도 없네. 그리고 모든 것이 있지. 이해하겠나? 모든 것 말일세. 그래서 나는 떠도는 것들을 손에 잡으려 한다네.
20세기 회화의 선구자라 일컫는 폴 세잔 Paul Cezanne(1839-1906)의 말이다.
미술의 문외한도 세잔의 사과 그림 정도는 떠오를 것이다. 세잔의 정물화와 풍경화는 미술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초상화 역시 그만의 독특한 방식과 구도면에서 혁신적이다. 7월 1일까지 진행되는 세잔의 초상화전은 워싱턴 DC 내셔널 갤러리, 런던 국립 초상화 갤러리, 파리 오르세 뮤지엄이 공동 기획했고 세잔의 초상화만을 다룬 전시로는 처음이다. 전시 작품은 갤러리 소장품과 함께 전 세계 콜렉션에서 빌려 온 작품 총 60점이다. 내셔널 갤러리 디렉터 Earl A. Powell 3세는 “이번 전시는 세잔이 초상화에서 성취한 업적의 의미를 깊고 넓게 보여주는 기회”라고 말한다.
초상화의 의미가 그렇듯이 이 전시 작품은 세잔의 예술세계에서 가장 개인적이며 인간적인 측면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세잔은 엑상프로방스의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자라 법과 대학에 입학했으나 중도에 포기하고 원래 하고 싶던 그림공부를 하게 된다.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어머니의 응원에 힘입어 파리에서 모네, 드가, 르느와르 등과 사귀며 작업에 열중했다. 그는 피사로를 만나 인상주의 기법 및 이론을 본격적으로 배웠다. 세잔은 1860년대 초 처음으로 인물화를 그린 뒤 자화상 26점 등 그의 아내를 비롯하여 가족과 지인들 그리고 그가 죽을 때까지 살았던 엑상프로방스의 농민들까지 총 200점의 초상화를 그렸다. 그의 정물화와 풍경화 작품 수는 그보다 더 많다.
-왼쪽 위부터 1895-1896, oil on canvason canvas - 1876-877, oil on canvas 아랫줄 왼쪽부터 1866, oil on canvas - 1888-1890, oil on canvas
인상주의가 색과 빛에 의해서 화면의 균형과 질서, 형태를 분해했다면 후기인상주의는 이를 복원하며 새로운 회화의 장을 열었다. 세잔은 당대 미술의 전통적인 방법이었던 투시원근법을 무시했다. 회화의 본질은 구도와 채색이 오랜 작업 과정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 믿었다. 세잔의 그림은 즉흥적이거나 정밀하지 않다. 즉 빛에 따른 순간적인 인상을 추구한 인상파와 뚜렷한 윤곽과 정밀한 균형을 추구하는 고전주의파 중간에 위치했다.
당시엔 이러한 분위기를 이해받지 못했지만 세잔이 추구했던 것은 후대 화가들이 새로운 현대성을 만들어 내는 동기가 되었다. 세잔을 계기로 정확한 소묘의 중요성은 옅어졌고 이후 현대미술에서 형태 즉 대상은 점점 사라진다. 그런 점에서 세잔을 현대 미술의 아버지라 불린다.
세잔의 초상화에서는 모델의 특성을 암시하지 않는다. 그는 배경도 주제와 똑같이 주의 깊게 다루고 그림 전체와 일치시키기 위해 종종 얼굴색을 심하게 왜곡시킨다. 많은 초상화에서 세잔은 유독 눈을 희미하게 처리했다. 그 중에서도 <빅토르 쇼케의 초상> <조아생 가스케의 초상> <앙부아르 볼라드의 초상> 등에서 더 눈길을 끈다. 전시 작품 중, 2008년 스위스 박물관에서 도난당했다 찾은 <붉은 조끼 입은 소년>은 단연 인기다. <화가의 아버지> 역시 그의 초기 중요작품 중 하나로 세잔의 손길에서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다.
그는 초상화에서 표현하지 않음이 더 진실한 표현이라고 했다. 그것은 하나같이 무표정하고 타인의 시선을 거부하는 세잔의 인물들에서 잘 읽힌다. 세잔은 엄격한 의미에서의 추상화가는 아니지만 브라크, 파카소 등의 입체파 화가들에게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인상주의에서 시작한 세잔의 미술은 개성적 표현과 그림 자체의 완결성을 강조했다. 이는 현대 회화의 발전을 예고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었고 후기 인상파 중 가장 뛰어난 인물인 세잔을 20세기 회화의 선구자가 칭하는 것이다.
●도정숙
뉴욕, 서울, 워싱턴, 파리에서 30여회의 개인전을 가짐. 세계 각지에서 국제 아트 페어와 200여 회의 그룹전 참가. KBS, 월간 미술경제지 ART PRICE, 월간 대전예술에 미술 칼럼 기고 중. 저서로 <그리고, 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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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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