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방백신 없는 수족구병, 전염 가능한 장소 피해야
▶ 설사 지속 땐 장염 의심해야, 면역력 약하면 탈수 증상까지
기온이 크게 올라가면서 영ㆍ유아를 중심으로 수족구병 등 감염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어린이가 바이러스 장염을 예방하기 위한 접종을 하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수족구병에 의해 손과 발, 입안에 수포성 발진이 일어난 사례. 질병관리본부 제공
■ 영유아가 주의해야 할 여름철 단골 질병들
낮 기온이 30도를 근접하면서 여름이 벌써 다가온 느낌이다. 기온이 오르면서 바이러스 활동도 활발해져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들이 잘 걸리는 감염질환에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손발에 물집에 생기는 수족구병이 영ㆍ유아를 중심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달 20일 전국 95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수족구병 표본감시 결과, 수족구병 의심환자 수가 2018년 7주 외래환자 1,000명 당 0.2명이었지만 14주 0.6명으로 3배 증가했다. 더위에 활개를 치는 각종 바이러스들의 공격으로부터 우리 아이의 건강을 지키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수족구병: 예방백신 없어 예방이 중요
수족구병은 5세 이하 영ㆍ유아가 자주 걸리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5~8월에 주로 유행하며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입안에 붉은 반점 또는 궤양이 생기고 열이 난다. 증상이 생긴 뒤 7~10일 이후 대부분 자연적으로 회복한다. 하지만 입에 물집이 생기면 물을 삼키거나 음식물을 먹기 어려워 탈수가 우려되는 만큼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특히 39도 이상 고열이 나거나 38도 이상의 열이 48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구토ㆍ무기력증ㆍ호흡곤란 등 신경계 합병증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큰 병원을 찾아야 한다.
콕사키바이러스 A16이 주원인이지만 엔테로바이러스 71, 에코바이러스 18 등에 의해서도 발병한다. 특히 엔테로바이러스 71에 의한 수족구병은 뇌간뇌염, 뇌수막염, 급성 이완성 마비, 신경원성 폐부종, 폐출혈 등 신경계 합병증을 일으킨다.
수족구병은 예방백신이 없어 감염 예방수칙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외출한 뒤, 배변 후, 식사 전후에 손 씻기를 생활화해야 한다. 장난감이나 집기 등은 소독하는 게 좋다. 감염자의 침, 가래, 콧물 등 호흡기 분비물, 대변, 수포 안 진물에 의해 전파되거나 오염된 물을 마셔 감염되므로 어린이집, 유치원, 놀이터, 수영장 등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은 가능한 한 피한다.
▲바이러스성 장염: 1주일 간 설사 증세
영ㆍ유아에게 배탈과 설사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성 장염은 겨울철에 많이 발병했다. 그런데 예방백신이 개발된 뒤 5월 전후 나들이철에 가장 많이 발병한다. 최근 좀더 나이가 든 학령기 어린이에게도 자주 발생한다.
바이러스성 장염은 대개 로타바이러스와 노로바이러스 때문이다. 영ㆍ유아에게는 특히 전염성이 강한 로타바이러스 장염이 많이 나타난다. 5세 이하 영ㆍ유아의 95%가 한 번 이상 감염될 정도다. 감염되면 이틀 정도 고열과 심한 구토를 한 뒤 심한 설사를 하게 되는데 설사 증상이 5~7일간 계속돼 콜레라로 착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성훈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면역력이 떨어진 어린이 환자는 심하면 탈수나 영양장애 등으로 목숨을 잃을 수 있으므로 증상이 의심되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로타바이러스를 예방하려면 백신접종을 해야 한다. 백신은 2가지가 나와 있다. MSD의 ‘로타텍’은 ‘쭈쭈바’ 형태로, 생후 6주부터 8개월 전까지 3차례 복용한다. 로타텍은 5가지 항원이 포함된 멀티백신이라 예방범위가 넓다. GSK의 ‘로타릭스’는 주사기 모양의 경구 투여기로 먹이며, 생후 6주부터 4주 간격으로 2차례 먹이면 된다. 로타릭스는 사람 균주를 사용해 제조됐다. 5가지 로타바이러스 균주(G1, G2, G3, G4, G9)를 예방한다.
▲뇌수막염: 38도 이상 고열과 두통 유발
뇌수막염은 뇌와 뇌를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에 염증이 생기는 수막염을 합친 말이다. 뇌수막염에 걸리면 38도 이상 고열과 함께 머리가 아프다. 또한 목이 뻣뻣한 느낌이 들면서 앞으로 머리를 굽힐 수 없고 구토 증세가 생긴다.
바이러스성과 세균성 등 2가지 종류가 있다. 뇌ㆍ척수에 근접한 뇌막 조직에 염증과 신경계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윤기욱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자칫 잘못하면 치료 후에도 뇌신경마비, 간질발작, 어지럼증, 보행장애 등 후유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런 신경계 후유증이 감염 초기에도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영ㆍ유아와 어린이에게서 고열이 나는 등 감염 질환이 의심되면 감기뿐만 아니라 뇌수막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적극적인 치료에 나서야 한다.
뇌수막염 여부를 확인하려면 척수검사를 해야 한다. 이는 일정량의 척수액을 주사기로 뽑아 염증 세포가 섞여 있는지 체크하는 것이다. 척수검사는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인지, 세균에 의한 감염인지를 확인하는 데도 필요하다. 이 때는 별도로 균 배양검사를 해야 한다.
▲구내염: 젖병ㆍ가짜 젖꼭지로 감염되기도
구내염은 혀나 구강 점막 등 입안에 생긴 염증이다. 칸디다균에 의해 감염 부위가 하얗게 패이거나 부어올라 화끈거리고 따끔거리며 근질거린다. 심하면 환부가 붉게 충혈돼 쓰리고 아파 침을 삼키기도 힘들 정도로 아프다.
의사표현이 어려운 어린이는 대개 고열로 인해 음식을 잘 먹지 못하고 심하게 보채기도 한다. 따라서 부모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젖먹이의 경우 잘 소독하지 않은 젖병이나 고무로 만든 가짜 젖꼭지로 인해 감염되기도 한다.
헤르페스성 구내염은 7~10일간 지속된다. 국소 진통제를 발라주는 것으로 대부분 진정되지만, 증상이 아주 심하면 먹는 항바이러스제나 주사제를 투약하기도 한다. 예방하려면 평소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건강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또 입 안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주의하고, 양치질 등 철저한 구강위생 관리도 중요하다.
이경은 대전성모병원 치과 교수는 “평소 영양가가 풍부한 음식을 충분히 먹고 지나친 흡연이나 음주는 삼가는 게 구내염 예방법”이라며 “또 물을 자주 마셔 입안을 촉촉하게 만들어 주고 올바른 양치질로 구강관리를 잘 하면 충치와 잇몸질환은 물론 구내염과 같은 구강질환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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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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