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LA 한인사회가 두 가지 대형 악재를 만나 뒤숭숭한 분위기다.
하나는 LA시가 노숙자 임시 셸터를 한인타운 심장부인 7가와 버몬트 인근 시영주차장에 설치하겠다고 밝힌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방글라데시 커뮤니티가 ‘리틀 방글라데시 주민의회’(LBNC)를 별도로 신설해 독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한인타운을 관할하는 ‘윌셔센터-코리아타운 주민의회’(WCKNC)가 두동강 날 상황에 처한 것이다.
특히 한인타운 노숙자 셸터의 경우 LA시가 지역주민들과 비즈니스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고 막무가내식으로 추진하고 있어 셸터 부지 인근 한인 주민들과 비즈니스들이 안전 및 위생 문제 등을 이유로 강력 반발하고 있다.
로라 전 LA한인회장의 경우 멋도 모르고 한인타운 노숙자 셸터 추진을 알리는 LA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가 한인사회의 질타를 받고 뒤늦게 입장을 번복하기도 했다.
LA타임스 등 주류언론은 타운 한복판에 노숙자 셸터가 들어설 경우 대부분이 한인업소인 지역 내 상권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에릭 가세티 LA 시장은 지난 4일 한인 커뮤니티의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노숙자 셸터 설치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한인사회의 반발이 거세지자 며칠 뒤인 9일 “버몬트 부지 외에 다른 부지도 알아보겠다”며 한 발짝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일부 한인들은 이 같은 발언을 “당장 비난을 피하기 위한 정치 쇼”라며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LA시가 당초 선정한 버몬트 부지 근처에서 업소를 운영하는 한인은 “노숙자 문제가 가장 중요한 현안임을 부인할 순 없지만 시 소유 부지가 한인타운에만 있는 것도 아닌데 왜 하필 타운 심장부인가”라며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할지도 모를 노숙자가 득실대면 주변 업소들은 모두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인업소 보호에 앞장서야 할 한인 경제단체 중 상당수는 ‘뒷짐’만 지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지난 7일 한인회관에서 노숙자 셸터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긴급단체장 회의에 관계자를 파견한 한인단체 34개 중 경제단체는 9개에 불과했다.
한인사회에는 ‘한인경제단체협의회’(이하 경단협) 라는 조직이 있다. 한인사회 또는 비즈니스와 연관된 중요한 현안을 논의하고, 바람직한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상공회의소, 공인회계사협회, 보험재정전문인협회, 가주한미식품상협회, 건설협회 등 14개 한인 경제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이름만 거창할 뿐 이번 노숙자 셸터 이슈와 관련, “한인업소를 살리자”는 경단협의 통합된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지난 수년간 경단협은 유명무실한 단체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1년간 미팅조차 한 적이 없다. 지난 번에 모였을 때는 경단협 리더격인 한인상의 회장 외에 달랑 3명의 단체장만 얼굴을 내밀어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경단협에 참여하는 단체장들은 모임 설립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대부분이 “생업 때문에 바쁘다” “우리 단체 일도 산더미” “특별히 하는 일도 없는데 왜 참여하나”라는 등의 이유를 대며 매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경단협이 이렇게 된 데는 모임을 주도하는 한인상의의 리더십 부재 탓도 크다.
이번 노숙자 셸터와 방글라데시 주민의회 이슈를 계기로 경단협이 의미 있는 단체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 한인사회 대표성을 가진 한인회가 커뮤니티 현안 해결을 위해 앞장서는 것도 좋지만 노숙자 셸터가 들어서면 한인업소들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많은 경제단체들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오랫동안 한인 단체장들은 주류 정치인들의 ATM 역할을 해왔지만 정치인들이 한인사회를 위해 해준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단체장들 만나서 밥을 먹는 것도, 골프를 치는 것도, 세미나를 여는 것도, 장학금을 수여하는 것도 모두 필요한 활동이다.
하지만 이번 노숙자 셸터 파동을 계기로 경제단체장으로써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한인 경제가 힘들다고 난리인데 타운 심장부에 노숙자 셸터까지 들어서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한인업소 보호를 위해 경제단체들의 각성과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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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훈 부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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