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have attained the Buddha Way!
개이성불도(皆已成佛道)!
1972년 가을, 대구 팔공산 은해사 운부암. 출가를 결심하고 사실상 가출 형식으로 오른 산덩어리 속 뜬구름 암자(雲浮庵). 육조 혜능의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 잘못 삼킨 체증(滯症)! 답답한 세월 속 대학 1년차. 끌리듯 법대에 들어 갔지만, 속법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불법에 사무쳐 지내던 그해 가을. 그렇게 결심이 섰던가?
제법 쌀쌀한 암자에 홀로 앉아 섧도록 덩그렇게 휘영청한 가을 보름달에 넋을 잃다가 ... 잠시 후, 비좁은 방에 앉아 펼친 유마경 속 한마디에 그만 꽈당! "무일물중무진장(無一物中無盡藏)"이라! 무일물 ‘공’(空)이 곧 무진장이니라. 홀연, 의상의 법성게 한 소식도 함께 귓전을 때립니다. 작은 티끌 하나 속에 시방 우주가 몽땅 들어 있느니라.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
이래도 버틸테냐? 고 운부암이 조용히 고함을 지릅니다. '본래무일물'이라 해서 올라 왔고, 이제 '무일물중무진장'에 주춤하며 또 '일미진중함시방' 소식도 완연한데, 굳이 뜬구름 암자에 계속 머물 이유가 뭔가? 그렇게 운부암(雲浮庵)이 다그칩니다. 결국, 출가/가출 이틀 후 속절없이 ‘집으로’ 하산. 속퇴/귀가한다니까 이름도 모를 스님 한분이 선뜻 책 한 권 선물하면서 인사도 없이 사라지더군요.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그 책을 단숨에 읽었죠. 무슨 책? 바로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All have attained the Buddha Way!
개이성불도(皆已成佛道)!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다 부처의 길을 이미 마쳤다는 겁니다. 불도를 이미 다 이루었느니라! 개이성불도(皆已成佛道)! 모두(皆/개), 이미(已,이) 불도(佛道)을 이루었다(成)고 선언합니다. 다만 몰라서 그렇지, 우린 모두 이미 부처란 겁니다. 개이성불도(皆已成佛道)! 묘한 법을 하얀 연꽃처럼 펼쳐 보이는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의 핵심은 한마디로 개이성불도(皆已成佛道)!
그대는 지금 있는 그대로 부처! 임을 제발 좀 알아 달라고 사정/사정하고 있는 경전이 묘법연화경. 줄여 법화경(法華經)이라 부르는 이 경전은 역사적 인물 석가모니 부처님의 마지막 설법이라 하지요. 흔히, 종담법화우팔년(終談法華又八年), 즉 마지막 8년 동안 유언 설법이 묘법연화경. 그리고, 그 핵심은 다름아닌 개이성불도(皆已成佛道)! 누가 어떻게 애써 아니라 해도 부처님 주장은 불가역? 그렇게 장장 28품(品)에 걸쳐 "붓다 복음(福音)"을 역설하고 계십니다.
언필칭 성불(成佛), 즉 불도를 이루신 후, 40년 넘게 줄곧 설법하신 내용은 마지막 8년 법화경 법문으로 마침내 귀결된다네요. 법화경 이전의 모든 설법은 다만 방편(方便)이었노라 스스로 실토하십니다. 4성제/8정도/12연기 등등 성문/벽지/보살 도리는 다만 방편[skillful means]에 다름 아니었다는 실로 기막힌 경천동지 법문. 아닌게아니라, 바로 이 말씀에 거의 5천여 사부대중이 그 자리를 박차고 부처님을 떠나 버립니다. 오늘날 21세기 지금도, “개이성불도(皆已成佛道)!” 라면 사뭇 흠칫하는 불자(佛子)들이 적지 않죠.
All have attained the Buddha Way!
개이성불도(皆已成佛道)!
'본래무일물'에 떠밀려 올랐던 출가(?) 길의 운부암. '무일물중무진장'이라는 고요한 함성과, 한 티끌 속 '일미진중함시방'에 떠밀려 하산(?)하던 길. 이름 모를 스님의 손으로 건네진 '묘법연화경'을 단번에 읽어내린 상경길의 감동. “개이성불도(皆已成佛道)”라! 산길은 뭐하러 오르내리나. 벼락맞은 뇌리 속으로 전존재를 감싸듯 번지던 그 느낌!
어느덧 45여년, 거의 반세기가 지난 2018년 어느 늦봄 오후. 묘한 기시감(旣視感)으로 다시 펼쳐든 묘법연화경을 영어로 찬찬히 더듬던 중 ...... 아뿔싸! 그때 그 느낌이 그토록 선연(鮮然)하게 기억될 줄이야. All have attained the Buddha Way. 개이성불도(皆已成佛道)! 모두 이미 불도를 이루었느니라! 너도 나도 우리 모두는 본래 부처니라. 그리고, 그렇게 선언하시는 부처님은, 다만 역사의 흔적으로 계신 석가모니 붓다일 뿐 아니라 무시(無始) 이래로 늘 존재하는 '본래 붓다'임을 새삼 알아 모심에 “붓다 복음(福音)”의 감동이 아득하게 무량해집니다.
오직 모를뿐, 그러나, 다만 그렇게 알뿐! 모두 이미 부처라는 ‘개이성불도’ 복음을 도합 28품(品)으로 줄기차게 이어나가는 묘법연화경. 산스크리트 이름은 "Saddharma Pundarika Sutra." '삿다르마'[바른 법] '푼다리카'[흰 연꽃] '수트라'[경전]. 그래서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이라 칭한 구마라집의 묘의(妙意)에 감탄하며, 봄꽃내 짙은 동네 벤치에 앉아 고즈넉한 법화삼매 속에 …… 하얀 연꽃같은 옛기억을 되살려보는 봄날은 그렇게 가는 중입니다.
OM~
<
최정화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영어서원 백운재 대표]>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