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 붕괴 후, 화염과 분노의 경계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38선 장벽의 문을 걷어 차고“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자 왔다”고 밝혔다. 은둔 왕국의 탈출 시도로 한반도에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고 있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던 한반도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변화다. 한반도 정세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너무 빨라 어지러울 정도다. 북·미 정상회담 카드를 덥석 문 트럼프의 무모한 결단도 국면 전환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략가들의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대성공을 거둘 수 있다”며 홀로 마이웨이를 외치며 “남·북한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내 축복을 받았다”고 공치사를 늘어 놓았다.
남과 북 두 정상은 4월 27일 65년 동안의 적대를 중단하고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다고 공식 선언했다. 또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더불어, 한국 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내기 위해 1953년 정전협정을 연말까지 평화조약으로 대체할 계획을 발표하며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군대를 축소하고,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전환하기로 약속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대차게 파격적인 행보에 나설 수 있게 된 계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속되는 제재·압박·봉쇄전술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국이 정치·경제적인 지원을 3월 북·중회담에서 암묵적으로 약속한 것이 결정적인 단초가 되었다는 관측이다. 중국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 볼 수 있다. 중국은 핵무장한 북한이 매우 못마땅하고 싫지만 미국이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고 한반도를 지배하는 상황을 더욱 싫어 한다. 핵 협상에 북한이 평화협상 카드를 불쑥 내민 것은 중국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평화 조약을 통해 완충 역할을 하는 한반도에서 미군이 철수하는 것을 바라고 있다. 이것이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 해법이다. 이로 인해 미군 철수 문제가 북·미 회담의 가장 큰 장애물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전 정권의 북핵 접근을 실패한 정책으로 보고, 북한에 최대 압박을 가하면서 북한 핵무기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를 요구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어 앞으로 진행될 북·미 회담에서 3가지 이슈의 충돌이 예상된다. 첫번째는 현실충돌로 체제보장과 경제지원 보상, 두번째는 전략충돌로 비핵화냐 동결이냐, 세번째는 예상충돌로 안전보장을 담보받기 위한 불가침 평화조약과 미군 철수이다. 아마도 더 중요하고 심지어 덜 확실한 것은 이 충돌 기대가 단계적 또는 포괄적으로 화해될 수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한반도는 미·중 패권의 숙명적인 지정학적 전쟁터이다. 평창 올림픽이 열어준 남·북 평화회담의 문이 최악의 경우 화염과 분노의 출구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은 위원장의 게임 계획은 무엇인가. 핵무기를 대가로 경제를 재건 할 것인가. 아니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담판을 할 것인가. 극심한 위험에 대한 열망, 분석가들은 북한의 미·적분은 미국과 전면적인 게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강력한 프로그램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향해 주사위를 던질 것 이라고 진단한다. 이에 비해 트럼프는 북·미회담을 앞두고 “어디로 가는 건지 두고 지켜보자”고 한다.
가장 어두운 그림자 중 하나는 “모든 도전에 대한 기본 대응은 군사적 확대 뿐이다”라는 새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튼의 임명이다. 놀라운 점은 그가 북한이 존재하는 상황을 견딜 수 없어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민주주의 구축과 관련된 이상주의를 거부하는 공화당 외교정책의 우익 극단에서 일관된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매우 위험한 인물이다. 그의 등장은 북한과의 치명적인 전쟁에 빠지게 될 위험성이 크다. 트럼프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주지 않을 때 우울해하고 예측불허의 행동을 한다.
미국 CIA는 북한에 대한 포괄적인 전문적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은둔 왕국이 미국 본토에 핵무기를 탑재하기 위한 첨단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요새화된 북한, 지하 깊숙이 어디엔가 숨겨진 핵과 미사일 시설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미국은 선제타격 의사가 없는게 아니라 정밀타켓 장소를 찾지 못해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빅터 차는 수년간 북한과 접촉하며 북한 정권은 그 시대의 현대 감각으로 관료화된 적이 없고 북한의 전반적인 행동은 정상적인 상태에서 벗어나 있어 선제타격 실패는 “양국이 전쟁으로 치닫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트럼프 행정부에 한반도 전문가가 없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숙련된 외교정책 전문가, 특히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합동참모총장 조셉 던포드가 있지만 한반도의 전문성은 희박하다. 국무 부 최고 전문가인 조셉 윤이 최근에 떠났고, 조지 W. 부시 대통령 행정부의 전 국가안보보좌관인 빅터 차가 비공식적인 선제공격의 위험성 권고로 주한대사로 예정된 임명을 불허했다.
북한과 중국이 생각하는 한반도 비핵화의 개념은 국제사회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한반도에서 주한 미군 철수 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포함하여 일본 열도까지 그 어떤 상시적, 일시적인 핵전략 배치나 핵 우산 제공도 금지된다는 뜻이다. 미국의 동아시아 회귀와 한·미·일 미사일방어체제구축 시스템은 중국과 북한을 포함하고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미국이 말한 한반도의 비핵화는 동맹국과 자국민을 보호하고 동북아에서의 핵 헤게모니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동북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이익에 대한 위험은 북한의 핵개발로 야기된 도전에서 시작됐다. 한반도 비핵화는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전략적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반도 비핵화 협상은 미국의 전략이 바뀌지 않는 한 불가능한 것이다.
트럼프는 항상 승리를 원한다. 김정은은 경제제재를 해제하고 장기 생존을 보장받길 원한다. 한국과 일 본, 중국은 한반도에서의 대격변을 피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위험한 결과를 낳을 가능성 보다는 서로 윈윈하는 결과를 도출할 것이다.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다는 희망은 잘못된 진단이다. 그는 핵무기를 보험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리비아의 카다피와 이라크 후세인이 핵 야욕을 포기하자 죽음으로 끝나는 것을 보았다. 김 위원장도 같은 실수를 할 의도가 없다. 그는 모든 카드의 패를 쥐고 있다. 트럼프가 얻을 수 있는 최적의 프로그램은 확인 가능한 핵과 미사일의 동결만 이끌어도 성공이다. 이것만이라도 전 세계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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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국 정치 철학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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