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행현장 DNA와 민간 ‘족보사이트’ 대조
▶ 엉뚱한남성 유전자 채취, 개인 생체정보 유출 논란도
지난달 27일 새크라멘토 카운티 법원에 출두한 연쇄살인,강간범 디앤젤로의 모습. [AP]
미제 사건이었던 연쇄살인,강간범 조셉 제임스 디앤젤로를 무려 42년 만에 체포에 이르게 한 수사 방법이 공개됐다. 그러나 수사방법이 공개되면서 개인 생체정보 유출 논란도 함께 일고 있다.
1976년부터 1986년까지 캘리포니아주 10개 카운티를 돌며, 최소 12명을 살해하고 50명 이상을 강간했으며, 100여 번의 무단침입 및 강도행각을 저지른 디앤젤로는 ‘이스트지역 강간범, ‘오리지널 나이트스토커,’ ‘골든스테이트 킬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범행을 저질러 왔으나, 첫 범행 후 무려 42년 만인 지난달 24일 새크라멘토 시트러스 하이츠 인근에서 체포됐다.
경찰이 현장에서 범인의 유전자 정보를 채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전직 경찰 출신으로 강력 범죄 기록이 없는 디앤젤로가 용의 선상에서 제외됐었기 때문에 사건은 수년 동안 미제로 남아 있었다. 이와 같이 극적으로 해결된 사건 수사에는 보다 비정통적인 방법이 동원됐다.
머큐리뉴스는 42년간 미제로 있던 디앤젤로 사건 해결에는 인터넷 족보 웹사이트를 통한 수사라는 다소 생소한 방법이 동원됐다고 1일 보도했다.
당시 사건 수사를 맡은 콘트라코스타 카운티 폴 홀스 전 수사관은 현장에서 채취한 범인의 유전자를 인터넷 족보 웹사이트에 올려 범인의 선조까지 역추적한 후, 무려 220여 년 역사의 가계도를 만들어 디앤젤로를 용의자로 걸러냈다.
홀스 수사관은 가계도에 기록된 유전자 관련 인물들을 조사 중, 과거 절도 전과가 있는 디앤젤로를 포함해 수명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그다음 수사팀은 디앤젤로가 버린 소지품을 가져와 분석했고, 디앤젤로와 범인의 유전자 정보가 일치한다는 것을 발견해 디앤젤로를 즉시 체포했다.
홀스 수사관은 지난 2002년 한 납치 피해자의 신원을 인터넷 족보 웹사이트에 올라온 유전자 정보로 추적해 파악한 것에서 힌트를 얻어 이번 사건에 이 같은 방법을 동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AP통신은 연쇄 살인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이 작년 일반인 유전자정보를 담은 웹사이트를 활용, 엉뚱한 사람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그의 유전자(DNA) 샘플을 채취했다고 지난달 27일 보도했다.
AP가 입수한 법원 기록에 따르면 2017년 3월 오리건주 경찰은 캘리포니아주 경찰의 협조 요청을 받고 양로원에 있던 당시 73세 남성의 DNA 샘플을 채취했다.
경찰이 그 샘플을 수집하고 추가 검사까지 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이 남성은 현재 건강이 악화해 관련 질문에 대답할 수 없는 상태다. 그의 딸은 이러한 내용에 대해 경찰로부터 사전 통보를 받은 적이 없었다고 AP에 말했다.
경찰이 부친의 DNA 샘플을 채취했다는 사실은, 그로부터 약 한 달 후 연방수사국(FBI)이 가족에게 유전자 가계도를 달라며 연락을 취하면서 알려졌다.
경찰의 이러한 '실수'는 역설적이게도 범인 체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DNA 수사'와도 관련이 있다.
경찰은 범행현장에서 채취한 용의자의 DNA에서 희귀한 유전적 특성을 확인하고, 이를 대조하기 위해 여러 민간업체의 '온라인 족보 서비스'를 이용했다. 족보사이트는 보통 이용자들이 DNA를 제출해 친척이나 조상을 찾기 위해 쓰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경찰은 현장에서 확보한 DNA 정보를 족보 서비스에 올리고 가짜 프로필을 만들었다. 전문가들의 도움도 받아 그와 일치하거나 가까운 친척을 찾았다. 그렇게 몇몇 가계로 범위를 좁히고 나이 등 프로필을 따져 용의자를 추적했다.
지난해 범행과 무관한 양로원의 남성을 의심했던 것은 경찰이 용의자 DNA에서 희귀한 유전적 특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한편 일부에서는 사건이 해결된 것과는 별개로 인터넷 족보 웹사이트 등 개인정보를 통해 수사를 펼치는 방법이 사생활 침해 등 여러 인권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무고한 사람의 DNA를 채취한 것은 물론 일반인의 생체 개인정보가 수사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현재 미국 내 사설 DNA 사이트의 정보를 수사에 활용하는 것과 관련한 법 규정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유전자 정보는 미제사건 해결에 큰 도움을 주지만, 사건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의 정보가 유출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이때문에 나오고 있다.
워싱턴 대학의 말리아 풀러턴 생명윤리 교수는 “이 사건 수사의 정당성을 가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라면서 “디앤젤로는 극악무도한 자였으며 체포됐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이 경찰 수사 등에 인터넷 족보 웹사이트 등에 기재된 개인정보를 사용하는 방침에 대한 윤리적 논란은 현재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문제 등이 미국 사회에서 이슈화가 되면서 더욱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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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에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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